김애라의 해금 두번째 앨범, 첫번째 트랙을 듣고 있다.
해금을 들을 때면, 군에 있을 때 해금 전공한 아가씨를 사귀던 녀석이 생각난다.
똑똑하고 명문대에 재학 중이던 그녀석은 해금을 전공한 그녀를 군에 와서
사귀게 되었다. 외박이면 늘 그녀와 밤을 지새웠고, 그것을 내게 자랑스럽게 떠벌리곤 했다.
그녀는 끔찍히도 그녀석을 아꼈고, 군에 있는 근 1년 넘게 그렇게 지냈다.
그리고, 제대 후 만나보니 그녀와 헤어졌다고 한다. 제대 직후에 바로 헤어 졌는데,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녀의 얼굴은 사실 전혀 예쁘지 않았다.
그녀는 헤어질 때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후 음악 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여자친구 한번 변변히 사귀어 보니 못했던 나로서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면서 자못 부럽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해금 소리가 들리거나 '해금' 이라는 글자가 보이면, 사진속에서 해맑게 웃던 그녀 얼굴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아마 그녀석과 헤어질때 그녀는 해금의 가슴을 에이는 듯한 절규로 울었으리라.
어느 한가한 날이 내게 온다면, 해금을 한번 사서 소리라도 내보고 싶다.
해금은 나대신 쉽게 울어줄 수 있는 그런 악기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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