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와인 얘기가 이어져 하나만 더 써보죠.
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악역 매로빙거가 모피어스와 네오에게 와인잔을 올리면서 하는 대화의 일부입니다. 메로빙거식 악질 버전으로 번역합니다.
"Merovingian:
Château Haut-Brion 1959, magnificent wine, I love French wine, like I love the French language. I have sampled every language, French is my favourite - fantastic language, especially to curse with. Nom de Dieu de putain de bordel de merde de saloperies de connards d'enculé de ta mère. It's like wiping your ass with silk, I love it." -
"샤또 오브리옹 밀뇌프쌍 쌩깡뜨뇌프(1959), 기똥찬 와인, 나 프랑스 와인빠야, 마찬가지로 불어 왕 좋아하고. 내가 대부분 언어들을 맛 좀 보았는데, 불어가 딱 내 취향이지. 환상적이야, 특히 저주를 퍼부을 때는. 소사소사 맙소사 이런 염병 화냥, 지롤 개쉑, 니미 C8~. 이것 봐 니 똥꼬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 같잖아, 짱이야."
오브리옹, 굳이 1959 빈티지는 아니더라도 마셔보신 분은 아시지만 괘안은 그랑크뤼 1등급 와인 중 하나죠. 저도 이 영화, 이 장면 보고 지인들과 마셨던 기억 있습니다. 메로빙거 그 개쉑이 워낙 뽐뿌를 하니 마시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솔직히 좋은 아니 꽤 좋은 와인이죠.
그런데 영화의 장면을 보면 와인 잔이 1959 오브리옹 빈티지에 어울리는 그런 잔이 아니죠. 적어도 한궈 와인애호 개념이라면. 게다가 “1959” 빈티지도 개폼 불어로 발음하며 오브리옹을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와인빠가 와인잔을 잡는 방식을 보세요. 한국의 그 어떤 와인사이트에서도 저런 식으로 와인 잡으면 바로 된장 태클 들어옵니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오브리옹 1959도 대충 마시면 되는데 그런저런 와인에 와인 잔이며 미세한 온도변화니 신경 쓰는 것도 지루하죠. 걍 대충 마시면 됩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와인 제대로 왔다는 보장도 전혀 없으니.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리메이크한 “포세이돈”에서 리차드 드레이퓨스가 자살하기 직전 “까르페디엠” 씨부리며 호기있게 로마네 꽁띠 1988을 주문하죠. 초일류 캐스팅의 “타워링 인페르노”에서 윌리엄 홀든이 시장인 로버트 본에게 준 바로 그 와인이기도 하죠. 암튼 그 테이블에서 함께하는 친구들도 와인 잔 막잡죠.
원래 미국시민권 막차 탄 아시아계, 스페니쉬 라틴, 서아시아, 아프리카 애들이 미국인인 것에 무쟈게 감동, 목숨걸고 티내죠. 뭐든 그룹의 막차탄 사람들이 그 그룹의 일부임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은 학력이든 직장이든 국적이든 다 마찬가지인거죠. 일부 서부 유럽 애들은 위의 애들과 섞어찌개 미국인인 것 졸라 존심 상하죠.
뭐 쓰다보니 와인마시는 사람 된장 취급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아니고요.
단지 합리적 소비를 하고, 주위에 와인 잘 모르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먹거리로 스트레스 주지말자 뭐 이런거죠. 저 역시 와인 좋아하니까요.
갈 때까지 갈 것 아니라면..
오브리옹이나 로마네 꽁띠 마셨다고 칠레산 까르미네레나 그르나쉬, 호주산 쉬라가 개허접인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감각기관은 여자의 질과 같아서 굉장히 탄성적이고, 아날로그죠. 그게 명기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