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페이지 글에 홍용재님께서 남기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아마도 꽤 오래 전에도 어디선가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요...저도 그에 관련한 작은 소회를 하나 남기고자 합니다.
예전에, 잠깐 와인업계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고가의 와인은 아니지만, 알마비바를 몇 팔레트정도 수입한 적이 있습니다. 백화점 와인매장에서는 20만원정도 하니까, 초중급 와인정도 되지 않을까 하네요.
산지로부터 인천항까지 오는데, 당연히 적도를 통과합니다. 그를 위하여, 와인과 같은 온도변화에 민감한 화물을 위한 특수한 저장고 등의 옵션을 위한 추가 비용을 지불했지요.
근데, 선적할때 무슨 오류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네들의 특수 저장 서비스 품질이 개판이었던지, 3000여병의 알마비바 중 끓어서 오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게중 얼마는, 끓어넘친 라벨이 콜크와 씰링의 오롯한 자태를 망친 것도 모잘라, 라벨에도 선혈과 같은 와인자국을 남겨놓았더랬죠.
알마비바 수입단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7~8만원정도라고 해도 3000여병이면 2억4천만원입니다. 그냥 웨어하우스 세일로 떨이로 보내기엔 조금은 아까운 금액이었죠.
그래서, 학생 알바들을 대량으로 구해서, 많이들 쓰시는 동성크리너 같은 물티슈로 열심히 닦아내고, 코르크 튀어나온 것은 공구리 벽에다가 지긋이 문대서 집어넣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라벨 상태가 심각한 100여병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 값에 판매했었죠. 샤또 마고, 디켐,,,오푸스 원,,,더 나아가서 로마네콩티같은 와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본래 여행을 싫어하는 친구들을 억지로 데려오다보니 여러 트러블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 트러블은, 보기에 따라 소소한 것일수도, 회사의 존립을 걸고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야만 하는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는 그것을 모르고, 마실 뿐이죠. 소비활동에 있어서 개인이 선택해야할 문제이지만, 저는 가급적 우리나라까지 날아온 fine wine은 마시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저, 비행기에서 주는 정도의 신선한 까쇼정도면 충분한 저급입맛이기 때문일수도 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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