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엔진은 압축 착화, 가솔린 엔진은 불꽃 점화로 표현됩니다.
디젤 엔진은 공기를 머금은 실린더를 압축하고, 압축된 착화열에 의해 TDC(상사점)에서 분사한 연료가 공기와 함께 폭발이 일어나서 폭발 압력으로 피스톤을 밀어냅니다. 자전거 펌프로 공기 마구 넣다 보면 펌프 몸체가 만지기 힘들게 뜨겁게 달궈지는 것처럼 공기는 압축하면 뜨거워지는 성질과 경유의 압축 착화점이 낮은 성질(가솔린의 압축 착화점은 경유보다 매우 높습니다)을 이용합니다.
가솔린 엔진도 연료와 공기를 혼합한 가스를 넣고 실린더를 압축하고, 상사점 직전의 BTDC에서 플러그를 이용해서 압축된 혼합 가스에 불꽃을 튀겨 줍니다. 그럼 실린더 내 화염 전파가 상사점을 조금 지난 ATDC까지 완료되면서 피스톤을 밑으로 강하게 밀어냅니다. 마치 지포 라이터처럼요.
엔진 자체만 놓고 보면 같은 배기량이라고 할 때 디젤이 가솔린 보다 마력과 토크 모두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디젤은 크랭크 회전 한계가 낮고, 회전 한계가 낮은 것은 마력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것이니 당연히 마력도 낮습니다. 압축 착화 방식의 특성상 스트록(피스톤이 오르내리는 길이)이 길어야 하고, 긴거리로 오르내리는 피스톤을 빠르게 왕복 시키는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디젤은 회전수 제한이 4,500rpm에 걸려있고, 가솔린은 6,500rpm에 걸려 있습니다.
또 의외로 압축 착화로 발생시키는 토크가 생각보다 높지도 않습니다. 기통당 600cc의 부피를 갖는다고 가정했을 때 가솔린보다 디젤의 토크가 더 높지도 않습니다. 압축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사례로 구형 무쏘 602 논 터보 엔진의 마력/토크, 구형 논 터보 갤로퍼의 마력/토크를 보배나 엔카에서 찾아 보시고, 동 시대 2,000cc 가솔린 차의 마력/토크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배기량이 더 높은 디젤들의 마력과 토크가 생각과 다름을 아실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디젤은 힘이 쎄고, 가솔린은 힘이 약하다가 통상적인 상식화되어 있습니다. 디젤은 동일한 배기량에서 가솔린 보다 출력이 약하지만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연료 소비가 적다는 점과 구조가 단순하고 대형화가 쉽다는 점입니다.
2차대전 중에 메이지 유신을 막 거치고 나온 일본이 생산한 항공모함의 엔진 출력이 10만 마력이었습니다. 당연히 디젤 엔진입니다. 공업화를 막 시작한 일본이 지금 봐도 뜨아한 마력인 10만 마력 엔진을 만들었다는데서 알 수 있듯이, 구조가 단순하고 대형화가 쉽다는 점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디젤은 출력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엔진을 크게 만들면 됩니다. 그래서 피스톤 하나가 맨홀 뚜껑보다 훨씬 더 큰 것도 있고, 그걸로도 모자라면 여러개 블럭을 이어 붙여서 기통을 늘려나가면 됩니다. 사실상 기통당 용적의 제한이 없습니다. 필요한 압축비로 압축 착화만 발생시키면 됩니다.
반면 가솔린 엔진은 기통당 600cc가 한계입니다. 기통당 600cc를 넘어서면 플러그가 튀긴 불꽃이 연료 혼합 가스를 모두 태우기 전에 피스톤이 ATDC를 지나가 버립니다. 그렇다고 더 일찍 불꽃을 점화하도록 BTDC를 앞으로 당기면(진각하면) 심각한 노킹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실린더당 용적을 600cc 미만으로 하여 기통을 여러개 이어 붙이는 형태가 되어 대형화가 어렵습니다. 당연히 선박용 대형 엔진이나 괴력을 내야하는 산업용 트럭에는 꿈도 못 꿉니다.
그리고 디젤은 상용 회전수가 기본적으로 낮습니다. 1,500rpm만 되도 차가 낼 최대 토크는 이미 다 내고 있는 상태로 적절한 기어를 사용하면 충분한 견인력과 속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엔진의 회전수가 낮으니 매번 회전마다 분사하는 연료의 총량이 적게 소모됩니다.
반면 가솔린 엔진은 대부분 엔진의 최대 토크가 2,000rpm 후반부터 발생합니다. 그 이하로는 탄력이 붙은 상태에서 항속은 가능해도 견인력이 충분치 못한 상태가 됩니다. 당연히 회전수가 많으므로 연료의 총 분사량은 더 많아 집니다. 단순히 경유와 휘발유 연료값의 차이가 아니라, 소비되는 양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근래 들어서 디젤과 가솔린 엔진의 오해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것은 디젤이 과급기를 장착하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터보 인터쿨러를 거쳐서 WGT, 그리고 과급기의 완성이랄 수 있는 전자 제어의 VGT까지 디젤은 달고 출시됩니다.
당연히 동 배기량에서 압축 공기를 밀어넣는 터보(과급기)를 장착한 디젤이 월등히 토크와 마력이 가솔린을 앞섭니다. 배기 가스가 적은 저 rpm에서는 터빈의 구경을 줄여서 터빈 회전력을 얻고, 배기 가스가 많은 고 rpm에서는 터빈의 구경을 넓혀서 필요 이상의 터빈의 과회전을 막는 VGT 덕분에 터보 렉이란 것도 무의미할 정도가 됐습니다.
그럼 가솔린도 달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 들지만, 가솔린도 터빈을 단 차량들이 많이 있습니다. 폭스바겐이나 사브 등 출고시에 과급기를 장착한 차량들이 꽤 있습니다. 연비도 좋고, 출력도 동 배기량의 과급기를 단 디젤에 뒤지지 않고 앞섭니다.
그러나 가솔린의 연소 열은 경유의 연소 열보다 온도가 더 높습니다. 당연히 출고시에 터빈을 장착한 차량의 메인터넌스 주기가 짧습니다. 엔진 룸 내에 온도에 상하는 각동 플라스틱, 고무류 등 제조사 입장에서는 후환이 달갑지 않은 형태입니다.
또 가솔린 VGT 터빈은 가솔린 배기열 온도가 높은 탓에 그 온도를 버티는 VGT 자체가 시장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포르쉐 정도가 세라믹 터빈을 사용해서 VGT와 같은 가솔린 터빈을 사용하지만, 어디까지나 슈퍼카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러나 저압 셋팅으로 출고되는 가솔린 엔진만해도 다시 동 배기량 디젤과 비교해서 출력의 우위를 갖게 됩니다. 최근 현대측에서 중형 세단에 과급기를 결합하는 형태로 출고를 하는데, 과급기가 연료의 완전 연소를 돕고 출력을 높이기 때문에 낮은 배기량 엔진으로 얻는 이득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직분사의 GDI가 발생시키는 고질적인 카본 슬러지 고착을 터빈을 결합해서 완전 연소를 유도하려는 심산이 더 강한듯 싶긴 합니다만...)
잡설, 세 줄 요약
같은 배기량 디젤, 가솔린 터보 안 달고 다이다이 뜨면 가솔린이 마력/토크 모두 높다.
요즘 출시되는 디젤의 마력과 토크가 동 배기량 가솔린 보다 높은 건 VGT 때문이다.
그러나 가솔린도 터빈을 장착한 차는 터빈 붙인 디젤보다 출력이 또 앞선다. 끝.
디젤 느리지만 힘이 쎄고, 가솔린 빠르지만 약하다는 편견에 대해서 끄적여 봤습니다. 참고만 하세요.
*** 그럴리 없을 것 압니다만, 이 졸필(낙서) 타 싸이트로 옮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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