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승철님께서 올리신 선생님에게 맞아 트라우마가 생긴 일 없냐는 글을 보고
저는 트라우마는 없었어도 훌륭하신 선생님 덕을 본 일은 있어서 따라 올립니다.^^
저는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는 운 하나는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통틀어 나쁘게 기억되는 선생님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존경할만한 분들, 기품 있는 분들이셨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특히 제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신 두 분 선생님은
제가 중학교 1, 2학년 때 과학선생님들이셨고 나중에는 충북과학고 교장을 역임하신
이은호 선생님과 운혁중 선생님이십니다. 윤선생님은 2학년 때 담임이시기도 했고요.
이은호 선생님은 제가 중 1 때 과학시간에 수업은 듣지 않고 몰래
모터 계자코일을 감고 있었을 때 딴짓 한다고 야단을 치시기는 커녕
예쁘게 잘 감았다며 제 머리를 쓰다듬고 격려를 해주심으로써
제가 과학에 더더욱 흥미를 갖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이끌어주신 선생님이시지요.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만큼은 최고였던 것은 바로 그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10여년 전 중학교 동기들이 마련한 사은회 자리에서 선생님께 큰절 올리며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선생님 덕분입니다." 했을 때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또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이시자 과학선생님이셨던 윤혁중 선생님은
성정이 쾌활하신 데다 장난기도 많은 분이어서 제 적성에 딱 맞는 분이셨지요.^^
제가 과학을 잘해서이기도 했겠지만 아무튼 저를 엄청 예뻐하시기도 하셨고요.
15-6년쯤 전 그야말로 몇십년 만에 술집에서 뵈었을 때도 당장 알아보시더군요.
가끔씩 지역방송 TV에 제 얼굴이 비치거나 신문에서 저와 관련된 기사를 보시면
전화하셔서 칭찬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하는 참 따듯한 분이시지요.
저의 반항적이고 지랄맞은 성격을 감안해볼 때 두 분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저는 공부와 담을 쌓았거나 삐딱한 길로 나갔기 십상이었을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딴전피는 녀석을 쥐어박고 야단쳐서 기를 꺾어버리느냐,
이해하고 격려를 해주느냐에 따라 한 아이의 일생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