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숙제로 독후감을 쓰려고 주말 동안 읽은 책이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였습니다. 여러 빈곤 국가의 아이들이 어렵게 생활하면서 생존과 사투를 하는 내용인데, 언젠가 제가 서점에서 집어 온 것이더군요. 생생한 사진과 비참한 일상의 어린이들이 빈곤 국가별로 잘 나옵니다.



그걸 읽고 어제 밤에 독후감을 쓰려고 독후감 노트를 펼치고 한참을 있던 애가 한숨을 쉬면서, 이제 이런 책은 읽고 싶지 않다고하는 겁니다.



너무 슬퍼서? 아니면 네가 누리는 일상이 복에 겨운 게 미안스러워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읽고 나서 자기가 쓸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하더군요. 느낀대로 써 했더니, 느낌이라고 해봐야 불쌍하다가 전부고 그 다음이 없잖아 라고 받아치더군요. 불쌍해하기만 하면 돼? 에서는 살짝 말문이... 내가 그 애들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쓸 말이 없단 말이야 하면서 짜증을 내더군요. 거기다대고 지구 평화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쓰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하데요. 예전에 읽었던 다른 책으로 독후감 쓰라고 하고 말았습니다.









세계에 백개도 넘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라 이름이 주는 어감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로 두 개를 꼽습니다.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은 사자(호랭이 친구)들의 산이라는 뜻이라고 하고, 라이베리아는 자유의 나라라고 하더군요.



보통 성공한 사람 중에는 부르는 어감이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인데, 나라 이름은 그렇지 않은지 비참함의 극을 달리는 나라가 시에라리온이더군요.





애 보라고 산 책이니 펼쳐 보지도 않았는데, 거실에 뒹구는 문제의 책을 들췄더니 그 시에라리온이 애가 읽고 답답해하던 책 속에 등장하더군요.



아프리카의 대부분 나라가 그렇듯 식민지에서 독립하고 오랜 내전, 빈곤은 기본이고 인구 480만 중 220만이 난민인 나라. 거기에 반군의 수없이 많이 벌인 잔혹한 손목 절단 만행. 평균 수명이 고작 34.5세인 나라. 반군에 의해서 인성이 없는 살인 병기로 키워졌던 수 많은 소년병의 나라. 소년병에 의해서 끔찍한 잔혹 행위가 이루어졌던 나라. 내전이 끝나고 이제 그 가족과 고향이 두려운 소년병의 귀향을 반대하는 나라.



그 나라의 쓰레기 처리장에서 생활하는 아들보다 어린 애들의 피곤하고, 위험한 일상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뒤적뒤적 읽고 나니 애 말처럼 불쌍해하는 마음 다음에 드는 것은 고작 위만 보지 말고 아래도 보고 살라는 얘기 밖에 안되는 건가 싶은 자괴감만 남게 만들더군요. 유니세프 등 구호 단체에 기부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걸로 그 애들의 무엇이 바뀔까 싶은...





애에게 책을 권하기 앞서서 한번쯤 책이 주는 의미는 살피고 권해야지 싶은 교훈만 남습니다. 책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