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에 초등학생 아들 녀석과 함께 거실에서 영화를 보다가
몸이 많이 피곤했는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소파에서 저는 리클라이너 의자에 누워 있던 중이었죠.
아들 녀석이
"아빠, 영화 내일 볼까?"
소리에 깨었는데
잠결에 그러자고 했더니
아이가 알아서 TV며 플레이어며 앰프를 다 끄더군요.
제가
여전히 졸린 목소리로
"너도 방에 들어가서 자라."
이랬던 기억까지 나네요.
그러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깨어 방에 들어가서 잤습니다.
희한하게도 거실에서 그냥 잤는데 냉기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덮고 있던 이불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사람에게 물었죠.
"어제 나 의자에서 잠 들었는데 이불 당신이 덮어줬어?"
집사람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저쪽 방을 보면서 웃네요.
아들 녀석이 의자에서 잠든 아빠가 불쌍했는지 덮어줬나 봅니다.
전날 밤에 잠결에 아들 녀석과 하던 대화가 희미하게 기억나면서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이 녀석 그래도 나를 생각하는구나."
한 살 더 먹고
한 학년 더 올라간 것 맞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