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가 해안가 거주 지역을 덮치는 모습과 이후 처참히 부서져버린 모습을 보면서 세계 최고 부자 나라의 실체가 뭔지 알 수 없어졌습니다.
거의 모든 집이 쓰나미 앞에 둥실 떠 오를 때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피해 참상을 보여주는 화면 속의 거의 모든 집이 목조 주택이더군요. 말이 좋아서 목조 주택이지 일부 골조만 그나마 나무라고 부를 수준이고, 기타 구조물은 베니어 합판처럼 보입니다.
지진에 대비한 내진을 위해서 목조 주택이 주를 이룬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 건, 거의 대부분의 주택이 단층이고 매우 소형 주택이라서 입니다. 소형(실 평수 20평 미만) 단층 철근 콘크리트 주택이 지진에 대체 뭐 얼마나 더 취약하다고 싶기도 하고, 지진은 그렇다 치고 저렇게 조밀하게 배치된 목조 주택의 화재 위험은 그럼 대수가 아니란 것이냐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피해 지역에 그나마 성한 주택은 철근 구조 건물 정도더군요.
내진 때문인지, 건축비의 압박에 시달리며 선택한 것이 베니어 합판으로 만든 목조 주택인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전 후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이 좋아서 목조 주택촌이지, 요즘에는 구경하기 조차 힘든 판자촌 수준의 가옥들로 보였습니다.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이란 얘기는 자주 접했고, 얼마 전 일본에 교환 학생으로 홈 스테이를 하다 온 조카를 통해서 들은 얘기도 있었지만... 정말 가난한 삶을 강요 받는 나라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잘못 봤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_-;;;
동경 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이상으로 동경 및 관동 지방의 전력 부족에 따른 제한 송전, 그리고 그에 따라 유수 자동차 업체를 비롯한 산업체의 생산 포기 상황이 흥미롭습니다.
10개 전력 회사(우리로 치면 한전?)가 있고, 그 외 도매 전기 사업자, 도매 공급 사업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력 산업에 대해서 들어는 왔지만, 저 정도로 10개 전력 회사간에 계통 연계가 안되는 수준인지 몰랐습니다.
분명히 동경 전력은 원전의 이상으로 전력 생산이 관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수준인 것은 확실하지만, 일본 총 전기 생산량이 부족한 상황은 아닌데... 죽으나 사나 동경 전력 관내 문제는 동경 전력이 자체 해결해야 할 정도로 송전망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애당초 동경 전력을 포함한 위 쪽 지역 발전사들과 그 아래 지역 발전사 간에는 전기의 기본 주파수부터 달라서 계통망 연결이 극히 제한적인 곳이었고요.
우리 같으면 송전망의 우회 등 여러 방법을 통해서 총 발전량으로 총 수요를 맞춰 갔을텐데, 이치에 딱딱 맞고 치밀할 것 같은 일본은 지금 따로 국밥으로 저러고 있네요. 전철과 교차로 신호등마저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배 가르라고 하는 동경 전력의 당당함과 그 기업의 당당함에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순응하고 있는 일본 시민들의 질서 의식이 묘하게 대립되어 보입니다.
또 발전사별로 생산성, 합리성에 촛점을 맞춰서 경쟁 중이던 환경에서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서 동경 전력이 충분한 관리를 해 왔는지도 개인적으로 미심쩍습니다. 주요 시설이지만, 수십년간 이상이 없던 시설물에 과연 필요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며 안전 관리를 해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일본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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