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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는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범죄율이 낮고 폭력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이 보호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인들의 질서의식과 공중도덕 또한 가히 세계적이다. 이러한 사실이 많은 일본 예찬론자들로 하여금 일본을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선 이러한 질서와 안전의 이미지가 반드시 일본사회의 실상과 일치하는가?
일본사회의 범죄율이 낮은 것은 틀림없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조직적인 폭력단 중의 하나인 야쿠자가 정치/경제에 뿌리 깊게 연계되어 있는 나라가 일본이기도 하다.
바꾸어 말하면 일반시민의 안전에 직접 관련되는 폭력사태는 드문 반면 사회구조의 뒷면에서 사회를 좀먹는 구조적인 범죄가 뿌리 깊게 도사리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안전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면 건너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너무 조급해서 탈이지만 일본인들은 너무 꼼꼼해서 탈이다. 회사나 정부기관의 정책결정도 느릴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회의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본사람들이란 말도 있다. 말 한마디면 끝날 것을 회의를 열고, 거기다 "네마와시(根回し)"다 뭐다 해서 회의 전에 의견 절충하는 절차를 거친다. 결정의 시간은 늦어지고 책임소재는 점점 불분명해진다.
관청에서 일을 하나 보기 위해서도 수 많은 서류와 도장과 관리인들의 의견 취합 과정을 거쳐야 한다.
관리들은 속성상 책임질 일을 하기 싫어 하기 때문에 웬만한 것은 안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결정한다.
"이건, 전례가 없는데....."라고 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시시하고 자신의 업무수행에 아무리 해를 끼치지 않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처음보는 것은 무조건 안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관리들은 어디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일본은 특히 유명하다.
지독한 안전위주의 관리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참신한 아이디어나 개혁이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의 일반국민들이 준법정신과 공중도덕심이 대체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는 시민 생활에 관한 것이다.
그것조차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특별히 높은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또한 힘의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의 법질서 준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법의 통치가 구미에 비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일본인이 질서를 비교적 잘 지키는 것은 준법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일사불란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또, 이는 법치주의의 소산이라기 보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가부장주의적 문화의 소산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일본인의 질서 의식은 적극적인 시민으로서의 의무감과 교양보다는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순응주의에 더 큰 기반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한다. 피지배자와 지배자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보여야 했던 일본역사의 유산은 아직도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일본인 특유의 집단주의와 결합하여 고도로 조직화되고 위계화된, 따라서 고도로 안전하고 질서잡힌 사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일본사회의 질서가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인은 자신을"순수하고 독특한" 그리하여 다른 민족보다 우월한 민족으로 간주하기를 즐긴다. 이렇게 '순수한 단일민족'의 사회는 안전과 질서를 확립하기가 쉽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는 외국인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정책을 취하여 외국인의 유입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 있고, 일반국민들 또한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심리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적인 질서는 이러한 배타적인 정책과 심리에 의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희생자는 '순수한 일본민족'에 끼지 못하는(특히 후진국 출신) 외국인, 재일한국인 등과 일본인이면서도 거기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한 부라쿠민, 아이누인들이다.
한국인은 대개 일본의 거리가 깨끗하다는데 경의를 표하고 다시 한국거리는 얼마나 더러운가 혀를 찬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일본의 거리는 깨끗하지 않다. 물론 도시나 교외의 고급주택가를 가보면 도로와 집들이 매우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개의 길거리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그러나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곳도 역시 매우 많다. 동경에서 가장 깨끗한 곳은 디즈니랜드와 동경역이다. 거기에 가보면 정말 종이 한 장 떨어져 있지 않고 반들반들 닦여 있는 광경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조그만 더 관찰하면 거기에 얼마나 많은 청소원들이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느가를 금방 보게 된다. 열심히 쓸어대고 닦아댄다. 그러니 깨끗하지 않을 수 없다. 안 버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신쥬쿠역(新宿驛), 이케부쿠로역(池袋驛), 우에노공원(上野公園) 등 사람들이 왁자지껄 붐비는 곳은 예외없이 구겨진 신문지가 날아다니고 먹다 버린 빵조각이 굴러다니고 담배 꽁초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역 구내나 공원에는 집없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드러누워 있고 마시다 버린 술이나 음료수가 흘러있다. 어느 나라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똑 같은 모습이다.
거리를 깨끗이 하기 위해 일본인들은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고 살거나 관에 의해 심하게 통제당하고 있다. 질서와 청결을 개인적인 행동의 자유보다 우선시한다. 청결함과 쾌적함은 느낄지는 모르나 부자연스러운 인공미의 어색함도 같이 느낄 수 있다.
동네에 따라 요일은 다르지만 타는 쓰레기는 1주일에 세 번, 안타는 쓰레기는 1주일에 한번 수거해 간다. 또 결주로 빈병/깡통 등 재생가능한 쓰레기는 별도로 모아 수거해 간다. 슈퍼에서 장을 볼 때 많이 나오는 스티로폴과 우유/쥬스팩은 슈퍼마켓에 가져가면 수거해 준다. 헌 이불이나 헌 냉장고, 헌 장농 같은 큰 쓰레기는 수거 날이 따로 있다.
유료 쓰레기를 버리고 싶은 사람은 미리 구청이나 시청의 유료 쓰레기 담당과에 전화를 해버릴 날을 예약한다. 지정된 날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물건과 함께 버리는 사람의 이름을 써 넣으면 수거해 간다.
며칠 후 청구서와 함께 온라인 입금표가 우편으로 도착하면 은행이나 우체국에 가서 입금을 시킨다.
유료쓰레기를 버리면서 이름을 쓰지 않으면 수거해 가지 않는다. 또 크기나 종류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줄서기'야 말로 질서에 대신하는 말로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질서의 기본이자 본질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전제적, 독재적인 지도자가 아닌 민주적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의 모습은 직접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표를 사본 사람이 아니고는 안된다. 외국에 여행을 갔을 때 그 나라사람들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 나라는 질서의식이 대단하다는 둥, 문화수준이 높다는 둥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결국 역으로 한국은 아직 그런 수준에까지 가 있지 못하다는 뜻이 되겠고, 한국인들은 질서의식이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생활이기 때문에 이를 사례로 들어서 얘기한다고 하는 자체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여졌으나, 일본 속에서 내가 보고 느낀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자성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사회에 있어서 줄서기는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사회적 규범이자 룰로써 잘 지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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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한거 같아 퍼왔습니다.
일본의 질서의식은 곰곰히 살펴봐야 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