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쯤 전..국내오케스트라의 좋은공연을 다녀오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럴때마다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있어서...
가벼이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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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국내의 한 오케스트라가 서울에서 무료공연을 여는걸 용케발견하고 기대
에 차서 생애 첫 실황연주를 들으러 갔습니다..
오케스트라의 튜닝소리가 울려퍼지며 약간 이상했지만, 거기서도 애국가가
먼저 흘러나오는것때문에 잠간 긴장한뒤(^) 기대했던 비제의 카르멘.(무슨 교향곡
하일라이트였던가..하여튼 확실치는 않긴하지만.일단 기억근사치인 카르멘이었던걸로)
그 경쾌한 사운드가 내 귀를 라이브로 간질러주겠지..하고 기대하는데,
빰빠바바바밤 빰빠바바바바밤~~~~~~~~~ 삐리릿?! (깜짝)~~~~~~빠라라라~
~~~~~~~~~~~~~삐리릿?!(깜짝)~~~~~~~~~~~~~~~~~~빠바밤빠바밤~~
~~삐리릿?!(깜짝)
'이게 뭐야?...저 삐리릿?은 대체 뭐지?..이게 무슨 중학생들 리코더 실기시험장이냐?
우러러마지않던 실물 프로오케스트라가 지금 내앞에서 실수삑사리 란걸 범한거야?
정말 그런거냐?'
지휘자도, 방금 실수를한듯한 그 단원도 전혀 그 사고(?)를 애써 없는척하고 연주에
몰입해있는것까진 좋은데..제 컸던 기대는 그 삐리릿이 완전히 장악하여..
그런실수가 또나오지않기만을 바랄뿐이었습니다..
이윽고 마지막의 파란돌...이번에는 아예
삐리릿?!(깜딱) 삐리릿?!(깜딱) 삐리릿?!(깜딱) 삐리릿?!(깜딱) 삐리릿?!(깜딱)
이러는 것이엇습니다...
아무리 무료공연이었지만, 이날을 위해 좀 안맞는 아버지의 양복까지 빼입고
잔뜩기대에 차서 먼길(반 지방에 살아서..)을 온 그때의 심정으론울고싶은 심정이엇
습니다.
'이게 왠 나팔방귀소리란 말인가?!..그리고 아저씨들은 안뀐척하는데 도사네?...'
다음곡이었던것으로 아마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인형이었던것같은데..이곡에서도
모른척 넘어가는 이상한부분..그냥 대충들을수도 잇었을지도 모르지만...
분명 반음을 올려 켜야하는 부분인데..바이올린들이 틀림없이 온음을 연주하고있었습
니다...
아시나요...#을 정확히 켜야하는데 그냥 온음..그러니까 피아노로 말하면 검은건반
눌러야하는데 대충속주하다가 귀찮고 손가락꼬여 흰건반 대충 누르고 후다닥 지나가는
그런거...시골총각 하모니카소리됩니다.
....#을 생략하는 호두까기인형...갑자기 호두마루인형으로 변신!!!!!!!!!!!!!!!!
행진곡은 명랑운동회행진곡, 사탕요정은 (뽑기)사탕요정,꽃의 월츠는 꽃의 감기..정도
로 들렸습니다...간간히 삐리릿?!(깜딱)은 여전했고..
이 공연에 같이간 친구는 네덕분에 좋은공연을 보았다..고 의례적인 인사멘트를
건냈습니다..자식. 그냥 말없이 갈것이지..녀석은 다시는 클래식음악을 안들을지도 모
른다...이런생각이 들엇고 마음속엔 작지만은 않은 패배감이 들었습니다..
며칠후 이녀석은.결국 그 골때리는 삑사리를 입으로 제앞에서 흉내냄으로 해서
잊고싶어했던 제 민망함을 극대화시켰고..나름 클래식음악에 스스럼없이 감격하는 티
를내던 저를 극단적으로 초라하게 만들곤했지요..뿌익!하는 두음절 성대모사(?)한가
지 행위만으로..
친구에게 너도 공연을 실제 보면 음악들을 좋아하게 될거라고 장담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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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든 배신감때문에 꽤 오랫동안 국내오케스트라들을 원망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오케스트라는 무료공연이라고 그날곡연습을 거의 안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와 국내의 몇악단들 공연을 다녔는데..멋진 연주도 많았고..실황의 열기를 전해
주는 공연도 있었습니다...정말 감개가 무량하네요..부디 한국오케스트라의
쾌속전진을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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