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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차 이야기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2-21 22:36:24
추천수 0
조회수   909

제목

제 첫차 이야기

글쓴이

김병철 [가입일자 : 2002-03-13]
내용
밑에 첫차 장만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생각나서 주절거리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장생활 7년차인데요.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차가 필요하기에 고른차가 10년 다되가는 95년식 뉴세피아 청색 수동이었죠.



원래 남자라면 좀 차에대한 로망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당시 제가 오덕 비슷한 모태솔로에 차라는거 지금이나 그때나 운송수단 이상의 의미도 없었고, 부모님한테 차사달라고 손벌리기도 싫고, 할부 같이 빚내는건 더 싫어서 선택한 결과였습니다.

수동차 고른건 학교때 면허딸때 운전 배운 차도 집에 쏘2 수동이었고, 중고로 사자니 수동이 돈 몇십만원이라도 싸더군요.

일단 백만원이라는 지금이나 당시나 택도 없는 예산으로 검색했는데 당시 인기차인 구아방은 상당히 비싸고, 10년 묵은 엑센트보다 10년 숙성된 세피아가 가격이 같거나 싸길래 세피아로 낙점.



주말되면 열심히 엔카 뒤지다가 도봉산 근처에서 사는 분이 뉴세피아를 개인매물로 내놨는데, 사진을 보니 말끔한 상태에 제 생각이겠지만 곡선이 적당히 가미된 유러피안 스타일의 멋찐 뒤좌인~

거기에 제 땅거지 본능을 자극하는 가격. 단돈 80만원.



전화예약 잡고 아버지가 차를 좀 보시기에 아버지 꼬득여서 주말에 평촌에서 도봉산까지 끝에서 끝까지 지하철 타고 가며 (서울이 큰 도시란걸 그때 절실히 느끼면서) 아무튼 도착.



차상태는 사진빨이 좀 있었는데 또 그렇다고 폼 안날정도로 허접하지도 않았고 아버지가 시험주행 해보시더니 엔진상태는 좋다는 말씀에 바로 결정.

차주한테 서울 종단여행 했으니 기름값만 빼달라 사정해서 3만원 더 쇼부쳐서 그 이름도 성스러운 숫자인 77만원에 낙찰.



구입후 바로 업어왔는데, 누구는 자기 이름으로 첫차사면 기쁜 마음에 잠도 못잔다던데, 이 친구 상태가 영 메롱이다보니 잠만 잘오더군요.



그리하여 구 기아자동차의 기술이 집약된 국산설계 1호차인 세피아와 함께 한 2년 조금더를 같이 한거 같습니다.

영업직이라 운전량은 많았는데 차감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긁어먹긴 엄청나게 긁어먹었구요.

1500CC 지금으론 그 개념도 생소한 SOHC엔진이었는데 수동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약한 차라 밟고 다니질 않아서인지 큰 사고는 한번도 없었네요.

세차를 하는둥 마는둥 가끔씩 엔진오일이나 갈면서 굴리다 히터 코어가 터졌는지 히터틀면 한약냄새 나기에 차값을 주고 차를 고치느냐 폐차를 하느냐 고민하다가 당시 연예질 한다고 바람들어갈때라 고민도 안하고 바꿨네요.



알휠이 들어가서 폐차값 25만원 쳐준다기에, 당시 관리직에 있으면서 지방출장을 많이 가던때라 폐차장 컨택만 하고 집에 맡기고 갔는데, 갔다와서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업자가 보고는 차 상태가 좋아서 중동에 수출한다고 끌고 갔다고 하더군요.



아...제 첫차는 지금도 불사의 사막땅의 이름모를 압둘라 핫산의 손에서 그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지 않을까요?

가끔은 생각만 해도 가슴히 짠할때가 있습니다. (구 기아 자동차 임직원들에게 경의를.....)



지금쯤은 어느 용광로에서 녹아서 스푼이 됐을지도 모를 그 친구를 추억하며 잡글하나 남깁니다.

(일할려고 컴퓨터 켰는데 제가 뭐하고 있나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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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es09@gmail.com 2011-02-21 22:40:00
답글

그게 와싸다의 가장 좋은 점입니다...<br />
뭐하려고 했는지 잊게 만드는....... 거 말입니다.....<br />
그 순간만이라도 편안해야죠... ^ , ^

김정태 2011-02-21 22:47:25
답글

ㅋㅋ. 재밌어요..

류철운 2011-02-21 23:21:30
답글

제 첫차가 94년식 세피아 GLSi 였습니다.....아직도 새차의 그 감동을......<br />
SOHC 수동기어.....SOHC의 특성이 저속에서 토크가 높게 셋팅되어서 가속은 죽였죠.

유환희 2011-02-21 23:22:54
답글

글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br />
밑에 조언 잘 보고 왔습니다.<br />
좋은 중고차 만나셨던거 같아요~~

이경렬 2011-02-22 00:26:46
답글

차.. 운송 수단 이상의 의미가 아니라는 말에 격하게 동감합니다. <br />
<br />
차 사고 나서부터 뱃살만 나와서 이제 차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br />
<br />
기름이야 계속 고갈될 터이니 유가의 지속적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주차할 곳도 없는 나라에서<br />
<br />
차를 가지고 다니면 이건 짐이더군요.

안준국 2011-02-22 07:40:53
답글

제가 들었던 가장 공감되는 말이,<br />
<br />
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0점과 95점이지만, 싼차냐, 비싼차나는 95점과 100점의 차이일 뿐이다..<br />
였습니다.<br />

nuni1004@hanmail.net 2011-02-22 11:06:34
답글

ㅋㅋ. 재밌어요..

김춘성 2011-02-22 11:12:09
답글

글 재미 있네요^^

박기석 2011-02-22 11:47:01
답글

전 93년 12월 식이었죠...<br />
와싸다 회원님께 무료로 양도했는데... (2007년도에)<br />
정말 잘 썼습니다.<br />
특히 튜너 에이징이 잘 되어서 93.1이 그렇게 잘 나왔었는데.. 쩝;;;

김병철 2011-02-22 21:06:11
답글

재밋게 읽으셨으면 감사하구요.<br />
<br />
류철운님 말씀처럼 80키로까지 가속력은 발군이었습니다. 3단에서 묵직한 힘이 있었는데 고속으로 넘어가면 기어비 때문에 잘 안나갔어요.<br />
<br />
박기석님 무료 양도하셨으면 좋은일 하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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