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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멀리 돌아야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2-20 17:20:19
추천수 0
조회수   620

제목

이놈아 멀리 돌아야지,,,,,

글쓴이

국천수 [가입일자 : 2004-04-20]
내용
혼자 있는 주말 입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비스펠베이의 연주로 듣고 있습니다.

사는곳이 서해안이라 마음만 먹으면 바다보러 휙 나설수 있어서 좋습니다.

심심해서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짧은 글을 써 보았습니다.

졸필이나 읽어 보시고 아낌없는 지도 편달 바랍니다.



바다가 보고싶다.

푸르고 잔잔한 바다가 아닌, 머리에 흰 물보라를 이고서 거세게 부서지는,

온통 뻘에 물든 거무스레한 물빛을한 거친 그날의 바다가 보고싶다.



벌써 20 여년이 흐른 뒤 이지만 바다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마 그날도 울쩍한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산것 같다.

이즈음은 보기 힘든 낡아빠진 4.5톤 복사트럭을 끌고 고창 구시포 포구 방파제에 도착한것은 오후 3시쯤되었나 보다.

겨울이었으니 벌써 해는 서쪽에 걸리고 막힌곳없는 북풍받이 방파제에는 거친 파도가 들고 나고 있었다.

방파제를 거스러 오른 파도는 하얀 커튼을 치면서 빠르게 다가와서는 짠 빗물을 흩 뿌려놓고 사라진다.

거칠다,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걸 느낀다.

그래,

바다는 이렇게 뒤집어져야 멋 있지.

울쩍했던 마음 한켠 마음도 물보라처럼 부서져 사라지는걸 느낀다.

그때쯤 이었을 게다.

문득 인기척을 느낀것은,,,

복사차 앞머리에 의지해 물보라와 바람을 피하는 작은 노인 한분을 보았다.

남루한 차림새가 근처에 사는 어부라고 알려준다.

왜?

이시간 이곳에 뭣하러.

나처럼 울쩍해서,,,

아니겠지.

노인의 시선이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는걸 느낀건 몇가지 잡생각이 스쳐간 뒤 이었다.

뭔 일 있나?

내 시선도 덩달아 노인의 시선과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먼 수평선 쪽을 샅샅히 훌터나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한참 만에야 뭔가가 보이는것 같기도 하고,,,

아,,,이제야 보인다.

물결에 감추어졌다 보였다 하는게, 작은 어선 한척이다.

그래, 저 노인은 저 어선과 무슨 관계가 있나보다.

배는 느리지만 천천히 천천히 다가온다.

구시포 포구를 향해.

배와 노인을 번갈아 바라본다.

여러 생각들이 스쳐간다.

그때 노인의 입이 달싹 거리는것이 보였다.

뭐라고 중얼거리는것 같기도하고,,,,

무얼라 혼잣말을 하는걸까?

노인의 입을 찬찬히 바라본다.

들리지는 않지만 짐작컨데 이랬다.

이놈아 멀리 돌아야지.

그래,그래, 멀리 돌아야지.

배는 울렁거리는 파도 사이를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시선을 벗어나 포구로 향한다.

어느사이엔가 노인도 보이지 않고 더더욱 거칠어진 바다만 남았다.



뒷날 궁금한 점 이 몇가지 있어서 알아본 사실 이지만,

거친 파도에 마음이 급해 포구로 바로 향하다가는 방파제쪽으로 밀려 배가 침몰할수도 있다는걸.

아마도 그날의 노인은 거친 풍랑을 해쳐본 경험이 없는 아들을 걱정해서 거기에 나왔던것 같다.



이놈아 멀리 돌아야지.

바다를 보면 그날 그시간 그 노인이 생각난다.

아들을 향한 무한한 아버지의 사랑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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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ique01@paran.com 2011-02-20 17:38:07
답글

글을 읽다보니 노인과 바다가 보이는듯 합니다.

정성욱 2011-02-20 19:56:48
답글

멀리 돌아야지~ ㅎㅎ 멋진 말입니다<br />
살다보면 그럴 때가 많죠~^^<br />
사실 멀리 돌아갈 때가 더 좋은 것 같아요~

ktvisiter@paran.com 2011-02-20 20:48:47
답글

직접 제가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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