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가면 집 구조가 툇마루를 하나씩 두고 있습니다.
봄 날 오후 특별히 할 일도 없고 ,
갈 곳도 없으면 그 곳 툇 마루에 앉아 해바라기를 합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은근설쩍 온 몸을 간지르고,
집 뒤 대 숲에서 오는 바람이라도 거든다면,
무거워지는 눈까풀을 못 견뎌
오수에 빠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봄 날 오후,
번잡한 마음은 잠시 쉬고,
마음이 쉬는 틈을 타서 평화가 야금 야금 다가와
주위에 연막을 칩니다.
그래서 현실과 잠시 간격을 벌려 놓습니다.
그 와중에 나는 나를 잃고
나이기 이전의 그 무엇으로 잠시 나타납니다.
이 무엇을 찾기 위해 쓸데없이
먼 길을 많이 돌아 온 것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돌아 온 안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웃 집 개 짖는 소리에 잠이라도 깬다면,
다시 그 무엇을 잃은 양
먼길을 찾아 나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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