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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높히지 않고 조용히 갈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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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15:4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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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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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높히지 않고 조용히 갈구기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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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찬 [가입일자 : 2002-07-03]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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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좀 급한 놈입니다.
특히 관공서나 은행 같은데 일단 가기가 싫고
가서는 좀 부당하다 싶으면 곧바로 내지르는 타입입니다.
엊그제 은행에 수표입금 때문에 갔었습니다.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창구의 반은 비어있고 나머지 반이 업무를 보는데
그래봐야 각각 한 명씩입니다.
아시죠? 몇년전부터 은행에서 돈 안되는 입출금 고객창구는 확 줄인거.
덕분에 은행가면 꼭 뭐 취급 받는거 같아 그래서 잘 안갑니다.
암튼 그런데, 제가 가진 번호표의 바로 앞번호 차례가 오니까
한 여자 분이 일을 보시더군요. 그러더니 옆에 슬쩍 젊은 남자가 붙는겁니다.
여자 분 일을 마치자 남자가 창구직원에게 뭐라뭐라 말을 건네며 무슨 서류를 건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뭐 간단한 용무거니 하고 그냥 기다렸습니다.
근데 꽤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제가 용인할 수 있는 간단한 용무의 한도는 넘어섰고
마땅히 번호표 뽑아 처리해야 할 용무란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 남자 분 용무가 끝나고 제 번호를 부르더군요.
남자분은 제 뒤의 스탠딩 탁자에서 뭔가 마무리를 하느라 계속 머물러 있는 상태였습니다.
입금을 부탁하며 조용히 창구여직원에게 얘기 했습니다.
'제 앞에 번호 분 용무 끝나고 다른 분이 끼어들어 용무 보시던데 간단하게 끝나면
양해하려 했습니다만, 제가 볼 때 그 정도 용무면 번호표 뽑아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일을 봐야 하는거 아닌가요?"
물론 뒤의 그 남자 분도 다 들릴 정도의 거리밖에 안됐습니다.
창구 여직원이 "앞의 그 분이 앞번호였습니다"라며 거짓말까지 하네요.
이 정도면 확 지를 타이밍이고 그러기에 충분한 조건이었지만 다시 조용히 말했습니다.
"제가 뒤에서 다 지켜봤는데 제 앞번호 손님은 여자분이었고 저기 저 분은(뒤돌아 보면서
손짓으로 가리키며 얘기하는데도 남자 분은 그냥 모른척 하더군요.) 중간에 끼어들었는데
거짓말까지 하십니까?" 하니
그제서야 "죄송합니다. 빨리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며 손이 눈에 안보일 정도로
정말 바삐 움직여 제 일을 처리해 주었습니다.
은행에 자주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늘 늘락거리는 경우
창구직원과 고객간에 그런식의 암묵적인 일처리 관행 있을 수 있는거 아는데
너무 노골적이었어요. 때도 안좋았고...
모르죠 뭐 창구직원과 그 남자 분 둘 다 이팔청춘인데 모종의 감정이 생성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조용히 잘못을 지적해서 원만히 처리하고 나니 잔상이 오래 남지않고
바로 사라지더군요. 큰 소리 내기에는 창구 여직원이 너무 어려 보이기도 했고...
앞으로는 안그러던지 요령있게 하던지 지들이 알아서 하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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