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와싸다질, 어언 8년 하고도 반이 넘었다.
오디오 바꿈질에 이끌려 찾아든 이곳에서 하여간 원도 없이 바꿈질도 해보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경험과 영화 나부랑이 관련 글들을 주절주절 올려대다가는
급기야 서푼짜리 신념이 짓밟혔다는 이유로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과 서로
물어뜯고, 또 뜯기는 무익한 짓도 숱하게 해댔다.
그러는 사이에, 40대 초반의 팔팔한 장년은 어느듯 염색 없이는 차마 눈뜨고
봐주기 힘든 반백의 50대가 되어버렸다. 사회적 제도가 정하는 어떤 의무사항도,
땡전 십원짜리 한 푼의 물질적 동기와도 하등 관계없는 이곳에서만큼 내 인생의 한
시기를 오랫동안 걸쳐놓고 있던 곳이 있었던가....
백해무익한 짓거리 한답시며 마누라에게도, 애비가 와싸다에서 어떤 식으로 냉소와
푸대접을 받고 있는지 이미 눈치가 빠삭한 딸자식들의 면박에도 그저 헐헐 웃어넘겨
가면서도 이곳에서 이 긴 시간을 함께했던 이유는 이곳이 보기드문 '소통의 장'
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말이 좋아 '소통'이었지만, 불특정 다수 사이의
정리불가한 일방 통행성의 문제나, 여과되지 않는 표현방식 때문에 애초의 목적과는
엇나가버리는 '반(反)소통적' 결과를 얻기 일쑤였지만... 아무튼, 이 과정에서
소통 그 자체 이상으로 소통의 방식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험도 얻었다.
AV게시판 49건, 자유자료실 128건, 자유게시판 129건, 그리고 말도 많았던 시사
게시판 51건...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남겨놓은 댓글 흔적들이 내 이름을 달고
이곳 어디엔가 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그게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한쪼가리 신념이 도전받고, 조롱
받는다는 이유로 얼굴도 알지 못하는 상대방들과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다. 다만,
그것은 오직 정치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실상 나는
정치인이라는 직업군을 사기꾼 집단들과 동률시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의 탈을 쓴
사람들과는 그 누구라도 상종하기 싫어하는 부류인 것이다. 그러니, 날더러 MB빠니
어쩌니 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면, 잘못 짚어도 한참을 헛다리 짚었다는 말이다.
아무튼, 이젠 이 짓도 지친다. 실상 그동안 할만큼도 했다. 그간 이 짓도 지겨워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상처
받고, 또 그 이상으로 상처를 주기도 했다. 솔직히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 싶다. 마음이 약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헛먹은 나잇살의 무게가
던져주는 후유증, 혹은 덧없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짓거리가 주는 재미보다는
피로와 염증이 더 크게 무게추를 기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모든 일에는
항상 시작과 끝이 있는 법이다. 이런 변태스런 짓도 이젠 끝을 내야할 때가 온
것이다. 그동안 나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
실상, 그러는 여러분도 지독스레 나를 꼬집어댔으니 피장파장 아닌가 싶다. ^^
왜, 꼽냐???
-----------------------------------------------------------------------------
어제 저녁, 두 군데의 상가를 들렀다. 하나는 생전에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유족을 뵈러간 것이고, 한 군데는 생전에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고인께 예를 드리러
간 것이다. 전자는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고인에 대한 마음의 자그만 빚을
덜어놓기 위해서였고, 후자는 그동안 마음에 빚을 진 상주께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 나 자신을 위해 고인의 영정에 예를 올렸다는 점에서는
매 한 가지였다. 내 마음의 빚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는.... 인간이란
원래 이처럼 지독스레 이기적인 존재다. 나의 이기심이 이제 이곳에서 내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다. 그냥 그것 뿐이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큰 일을 치르고 계실 변 사장님께 위로를 보내드린다.
하늘이 무너진 슬픔을 이겨내시느라 초췌한 모습이면서도 반갑게 맞아주시던 변
사장님의 따뜻한 손을 떠올리면 항상 감사하고, 그분의 애정이 쌓아올린 이곳 와싸다
사이트를 오랜동안 소란스럽게 만든 주인공의 한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죄송스런
마음이다. 부디 그분이 아픔을 훌훌 털어내고, 내내 건승하시기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