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다른 것으로 태어난다면
생물이 아닌 바람으로 다시 나타나고 싶습니다.
가다가 막히면 돌아 갈 수도 있고,
빨리 가기도 하고 쉬엄 쉬엄 가기도 하고..
높은 곳도 힘들지 않게 쉽게 오르고,
오래된 젊잖은 소나무 밑에 쉬어 가기도 할 수 있는...
만삭의 비구름을 옮겨다 비도 뿌려주고,
봄이면 노고지리 하늘 높이 날리기도 하고..
여름이면 땀 흘리는 사람이 또 얼마나 반가이 맞아줄까요.
바다 위를 제트기 마냥 저공 비행하면,
물 속 고기들도 부러워 쳐다 보고,
가슴이 답답하면 지구를 빠르게 몇바퀴 돌고나면
속이 시원해지겠지요.
지하도 통풍구위의 여인의 치맛자락도 휙 불어 올리고,
뭇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대금 소리로 변하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많이 생길 것같은,
바람이 되고 싶습니다.
죽어 다시 나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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