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하신 분들이 있어서 일본 전국시대 인물들의 일화를 제 블로그에 정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 두 사람의 일화가 가장 와 닿습니다.
무려 400년 전, 그것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일본 전국시대 무장의 마음 씀씀이가 지금의 대기업 전문 경영인들보다 낫군요.
고바야까와 다까까게(小早川隆景)가 교또에 상주하고 있을 때에 금전출납을 담당한 현지 사정에 밝은 상인을 고용했다. 이재에 밝았던 상인은 최선을 다해 금전지출을 관리했고 다까까게가 귀향할 때에 "제게 맡겨주신 돈 중에 남은 금액을 돌려드립니다"라며 칭찬을 기대했다.
다까까게는 반대로 불같이 화를 내며 "회계는 잘 몰라도 물건 가격이나 노임에 대해 짐작하고 있다. 교또 생활에 어느 정도 돈이 들어갈 지 충분히 계산한 뒤에 네게 맡긴 것인데, 이만큼이나 남았다면 네가 지위를 이용해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했거나 임금을 깎았기 때문이다. 네 놈은 내 명예를 더렵혔다. 그 동안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돈을 당장 돌려주어라. 돈을 아끼는 것보다 예산을 모두 사용해서 주군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 부하의 역할이야."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른 하나는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일화로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군요.
그렇지만 히데요시도 초심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히데요시가 옛생각이 나서 시녀들을 이끌고 죽순을 캐러가겠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산은 죽순이 많지 않은 산이었다. 고민에 빠진 가신들은 히데요시의 행사 전날 모든 산에 죽순을 심어놓는 말도 안되는 준비를 해둔다. 시녀들이 가는 곳마다 죽순이 있고 옮겨심은 것이라 뿌리가 없어서 손만 대면 뽑히니 행사는 대성공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히데요시가 성으로 돌아와서 가신들에게 "고생 많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죽순이 너무 많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행사 기간 중에 아스팔트 위에 흙 쏟아붓고 나무 세워둔 모 공무원이 생각나기도 하고, 가카 행차에 동네청소(?)하는 딴나라당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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