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전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



글 : 조은성(filmboy@nownuri.net)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는 235억원의 제작비와 16년간의 기획을 거쳐 완성된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이다. 도입부의 재앙신 촉수의 움직임을 표현한 2분 10초의 장면을 위해 무려 5,300장이라는 셀(작화) 수와 1년 7개월의 기간을 소비했을 정도. 그리고, 일본 내에 259개에 달하는 대규모의 극장에서 개봉되어 1,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 일본인의 10% 이상이 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내용 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원한 테마인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한 전작들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지만 <모노노케 히메>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전 작품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컴퓨터 그래픽(C.G.I)의 사용.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자신이 그토록 꺼려 왔던 컴퓨터 그래픽을 대폭 수용, 기존의 작품들 보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뛰어난 사실감을 선사한다. 영화전체의 9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약 15분의 장면에 사용되었으며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주요 장면들은 재앙신의 움직이는 촉수들과 데다라신의 투명한 몸 속의 흐르는 별들의 모습, 야쿠르에 올라탄 아시타카의 질주 장면,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산 전체에 식물의 싹들이 자라나는 장면 등이다. 그중 야쿠르에 올라탄 아시타카의 질주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의 장점인 실제 속도감과 삼차원적 공간 활용과 역동성이 가장 잘 살린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번 작업을 위해 스튜디오 지브리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 소프트사와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으며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표현해 낼 수 없는 삼차원적 역동성을 표현, 영화의 완성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도 이전 작품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요소이다. 야마토 왕조(大和王朝)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북쪽 땅의 끝에 숨어사는 에미시족의 후계자 아시타카,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들개의 신인 모로에게 길러진 소녀 모노노케 히메, 제철마을의 군주로 강인한 지도자의 기개를 갖춘 여전사 에보시, 불로불사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시시 신(神)의 목을 쫓는 의문의 사나이 지코, 300년 묵은 들개 신으로 인간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지닌 모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흰색 멧돼지 신 옷코토누시, 숲 속의 귀여운 마스코트 코다마, 불로불사의 힘을 지닌 신비로운 숲의 수호신 시시 신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 작품의 무게를 한층 더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극의 사실감과 완벽한 숲의 재현을 위해 직접 야외 촬영을 시도했으며 전체 스텝이 참여한 야외 촬영은 두 조로 나누어져 진행되었다. 15명의 스텝과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찾아간 곳은 신들의 숲 배경이 되는 야쿠시마. 이 곳은 일본에서도 조엽수림(광택이 나는 잎들을 가진 나무를 말하며 도토리나 잣 등의 열매를 가지고 있는 상록 활엽수)이 남은 최후의 장소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등장하는 부해의 이미지의 근원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시타카가 사는 에미시족의 마을을 표현하는데 참고하기 위해 너도밤나무의 원시림이 남아 있는 시라카미 산지도 빠질 수 없는 장소. 그 결과 <모노노케 히메>의 주요 배경은 쉽게 볼 수 없었던 웅장하면서도 신비한 원시림의 모습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숲의 신비한 모습을 완성시키기 위해 효과음까지도 실제 깊은 산 속의 소리를 녹음, 영화에 사용되었다. 나무들이 내는 희미한 소리를 효과음으로 사용함으로써 고요하지만 편안한 느낌의 숲 속 정경을 담는데 성공했다.



<모노노케 히메>는 중세 무로마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초 시대극이다. 무로마치 시대는 역사적으로 현재 일본을 형성하게 된 혼란의 시기. 이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닌 21세기 혼돈의 시대를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들이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잃기 시작한 시기도 바로 이때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주제와 함께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는 시대극은 현재를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의미를 담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반적인 시대극과는 달리 무사, 영주, 농민 등은 등장하지 않으며 주요한 등장인물들은 실재 역사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원주민과 유랑민, 정령들이다. 이는 기존의 시대극의 선입과에 구속되지 않고 보다 자유스런 인물들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며 소외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미야자키 하야오만의 큰 성향을 잘 나타내고 있다. <모노노케 히메>는 철저하게 일본적인 것을 목적으로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애니메이션으로써 일본의 전통의상들과 제철소, 화승총 등 곳곳에 역사적 고증에 의한 일본 전통적인 생활상들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거기에는 다양하고 신기한 일본 고대 신들이 등장하여 영화의 또 다른 신비로움을 주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비로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모노노케 히메>는 실제로 세계 애니메이션 속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높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노노케 히메>의 DVD 타이틀의 영상과 사운드의 완성도는 대체적으로 무난하다. 극장에서 감상했을 당시 원색 계열이 많아 색 번짐 현상이 다소 걱정되었지만 기대 이상의 색 재현을 통해 영화의 묵직한 주제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붉은 색과 녹색 이미지의 강렬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뛰어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 역시 수준급. 특히, 아시타카가 야쿠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과 들개 신 모로와 들개들의 질주 장면, 멧돼지 떼들의 이동 장면에서의 사운드 분리도는 우퍼의 존재가 상당히 돋보일 만큼 뛰어난 수준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가 만든 음악 또한 영화 못지 않게 뚜렷한 개성이 돋보인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미야자키 하야오의 절친한 파트너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히사이시 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그의 영화 음악을 돌비 디지털 5.1 채널로 감상하는 맛도 색다른 즐거움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특히, 마지막에 흐르는 영화의 메인 테마곡은 영화 한편을 본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렬하다. 영화 본편 외에 멀티 앵글을 지원하는 그림 콘티(그림 콘티를 감상하다 영화 본편을 감상할 수 있는 기능)와 일본판과 국내판의 극장용 예고편 모음, 캐릭터 소개와 시놉시스, 스탭 소개, 포토 갤러리 등을 담은 작품정보 코너, 곧 국내에 DVD 타이틀로 출시될 예정인 <바람계곡 나우시카> 예고편과 8월 개봉 예정인 <고양이의 보은> 작품 소개 등을 별도의 디스크에 담았다.





TITLE SPEC

원작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관람등급 : 전체 관람가

구성 : 듀얼레이어/2Disc

화면 비율 : 16: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음성 포맷 : 돌비 디지털 5.1 & 돌비 디지털 2.0

자막 : 영어, 일본어, 한국어

출시사 : 대원DVD

가격 : 29,000원



SPECIAL FEATURE

- 부가영상 그림콘티(멀티앵글)

- 예고편 모음 (일본판/국내판)

- 작품정보(캐릭터, 시놉시스, 스탭소개, 포토갤러리

- 출시예정작(바람계곡 나우시카, 고양이의 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