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섯 살때 추석이 기억납니다.
농촌인데,고모 등에 업혀서 보름달을 구경하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들에서는 쥐불을 놓아서 활활 불 타던 걸 보고요.
그 때 달은 왜 그리 크고 선명한지..
7살 때엔 명절 추석이라 들뜬 마음에
누구 보다 먼저 일찍 일어나
마당으로 나와 보니 아무것도 없다..하면서
이거 뭐야,,하는 텅 빈 무엇을 느낀 기억이 납니다.
흡사 산타크로스가 지어낸 이야기이고
사실이 아니란걸 처음 알게 된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모든 부산함 뒤에
얼핏 따라 오는 허망함을 종종 느끼곤 했습니다.
20대 초반 여친도 없을 땐
명절이라 친척들이 모여도, 나 혼자 태종대 바닷가에서
몇 시간이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돌아 오곤 했습니다.
며칠 뒤면 또 설 명절이군요,
일년에 두 번 거추장스럽지만 치러야 하는 통과 의례로만
생각되는 삭막한 사람이 되어 버렸군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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