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출발하면서 정말 죽다 살아났습니다.
불길한 징조는 5시55분 비행기를 타기위해 공항으로 출발을 준비중이었는데 부고가 왔습니다.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될것 같아 조문복으로 입고 여행가방을 실은 채 삼성병원으로 부랴부랴 달려가서 얼굴을 내밀고서는 다시 공항으로 출발했지요, 여기까지는 나름 괜찮았어요...
길이 밀리는 겁니다. 공항 장기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안에서 상복을 갈아입고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들어가니 5시 15분쯤 되었더군요, 안사람이 루즈을 좀 사야겠다고 해서 신라 면세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려는 순간.... 아뿔사 ㅠㅠ 조문한다고 입었던 양복 주머니에 두고 온 머니클립이 생각났습니다. 머니클립에 맛들이고 나니 지갑은 안 가지고 다니게 되었는데, 현금 약간에 사용하는 카드 3개만 간단히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조의금 낸다고 은행에서 현금을 약간 찾고는 가방으로 옮겨놓지를 않은 겁니다.
5시 20분. 순간, 카드한장 없이 비행기를 타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았습니다. 우선 가족들에게 탑승구에서 기다리라 해 놓고는 쏜살같이 안내 데스크에 갔습니다. 면세 구역안에 은행 창구있느냐 물었더니 atm밖에는 없답니다. 지갑을 놓고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했더니 항공사를 물어보더군요, 대한항공... 그럼 4층 라운지에 있는 대한항공 카운터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라.. 항공사 직원 처음에는 나갔다 들어올수는 있는데 수속이 복잡하다, 비행편이 뭐냐...허걱 탑승시각이 시작되었네요...절대 못합니다...차는 어디있냐, 장기 주차장이라고요? 더더욱 안됩니다. 뭐 이런 소리를 하는데 옆에 있는 고참직원인듯한 분이 한번 해봐, 해보고 안되면 할수없고... 감사감사, 같이 뛰기 시작합니다.
뭐 수속은 생각보다 별거 없었습니다. 항공사 서류에 간단한 사인하고 입국 심사대에 여권맡기고 파견경찰서인지에 가서 서류 하나 간단히 작성해서 제출하고는 입국장 scan하는 장비를 거꾸로 거쳐서 드디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5시 30분.
직원에게 전화번호 알려주고 뛰기 시작합니다. 자기는 여기서 기다릴테니 최대한 빨리 다녀와라... 에스칼레이터를 뛰어내려와서 장기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달려갑니다. 근 몇년만에 처음으로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헥헥...
장기주차장에 도착해서 차문을 열고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자, 기다렸다는 듯 머니클립이 손에 잡힙니다. 이거다...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이거 이러다 입국장 들어가기전에 심장이 터져서 죽는거 아닌가 싶더군요.
5시 45분, 입국장에 도착. 비오듯하는 땀을 뒤로하고 번개같이 입국 수속을 다시 마치고 여권을 받아들고는 감사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맨끝의 6번 게이트로 또 달려갑니다. 하필이면 맨 끝이냐고요ㅠㅠ 카운터의 직원들과 가족이 모두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5시 50분, 비행기는 이미 출발이 지연된 상태...
이때 집사람하는 말... 참 어이가 없습니다.
"여보, 아까 카트밀고 뛰어갈때 가져간 큰애 카메라가방은 어디있어???"
면세구역안으로 들어왔을때 손에든 작은 가방들을 모아서 그 안에서 밀고 다니는 작은 카트에 실었었는데, 아래 칸에 놓았던 큰 애 카메라 가방이 있는줄 모르고 내 손가방만 들고는 카트를 버린 생각이 났습니다. 뒤에서 카트는 두고 가라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일초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들은척도 않고는 달려나가다가 카트를 거의 던져버렸었는데..
아, 결국 카메라를 잃어 버리는구나는 생각을 하는 즈음, 또 다른 방망이가 제 머리를 가격합니다. "거기에 여권이랑 탑승권 같이 들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ㅠㅠ"
거의 빈사상태입니다. 아무 생각이 나지를 않습니다, 두뇌가 서 버리더군요.
항공사 직원들은 어떻게 할 거냐며 빨리 결정하랍니다. 나머지 세 사람만 갈거냐 아니면 짐 내리고 다 안 갈거냐... 이 상황이 진퇴양난으로는 표현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무슨 큰 낙을 보자고 큰 애 혼자 떨어뜨려 놓고 거기를 간답니까?
안 타면 어떻게 되느냐, 대안이 없냐? 없답니다, 에효.. 그 사이 다른 직원들은 유실물 센타에 전화들을 합니다. 없다는군요.
그 때, 한 직원이 카트 던진 장소가 어디쯤이냐 묻더군요, 4층 대한항공 환승카운터 아래층 안내데스크옆 어디쯤이다 했더니 같이 가자더군요, 구역안에 다니는 전기차를 타고는 바람을 가릅니다. 눈은 양 옆으로 비켜나는 카트들을 섭렵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붐비는 지역이 안내데스크에 도착해서는 두리번 거리다가 그 직원이 안내데스크에 묻더군요, 혹시 카메라 가방들어온거 없느냐고.
소사 소사 맙소사... 있답니다!!! 어느 외국인 남자가 가방 놓고 가면서 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까지 자기에게 알려 달라며 갔답니다. 이름은 Fred, 전화번호 (808)xxx xxxx.
가방안의 물건 내용까지 카메라, 선글라스, MP3...상세하게 적어 놓았는데, 뒷주머니에 있던 여권과 탑승권은 못 보았던 모양입니다. 확인시켜주고 가방을 받아들고 돌아서더가 다시 돌아서서 Fred라는 사람의 연락처를 받아들었습니다, 이 웬수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바랍니다^^)
무전기로 "찾았다"를 날리고는 다시 전기차를 타고, 이렇게 해서 결국 비행기를 타고야 말았습니다.
이 밤, 조금 여유가 생겨 제 와싸다 이력중 가장 긴 글을 남깁니다만, 위로 올라가서 죽 읽어보니 참 가관이네요, 저처럼 험한 모습 당하시지 마시고 모두모두 미리미리 여유있게 준비하시고 다니시기를 청해봅니다.
그나저나 808이면 Fred는 어디 사는 사람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