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눈이 엄청 많이 내렸던 다음날이었습니다.
주차장에 가보니 차 위에 눈이 수북이 쌓여 있더군요.
눈을 먼저 제거하고 가야겠다 싶어
트렁크 속에서 연장(?)을 꺼냈습니다.
스펀지가 달린 세차도구였죠.
양손에 목장갑을 끼고 그 도구 두 개로
차에 쌓인 눈을 털어내는 중이었죠.
40대 중반 정도의 아주머니가 제 차 뒤에 있는 차로 다가가시더군요.
그러면서 차를 한 번 보고 저를 보고요.
그러더니 경비실 쪽으로 가시더라고요.
잠시 후 가지고 오신 것이 대빗자루...
그것을 들고 제 옆으로 지나가시는데
저를 슬쩍 보시며 약간 비웃음의 눈초리를 보내시더군요.
딱 이런 느낌었습니다.
"남자가 쪼잔하게 그게 뭐예요? 이 정도는 돼야지!"
이윽고 그 대빗자루를 들고 사정없이 차의 보닛이며 문이며
가열차게 눈을 쓸어내시더군요.
그 빗자루는 연두색 플라스틱 성분으로 된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날이 추우니 더 딱딱해졌을 것은 분명한 일이고요.
벌써 일은 다 마치신 아주머니
아직도 좀팽이같이 눈을 살살 털어내는 저를 지나쳐
위풍당당하게 빗자루를 들고 경비실로 가시더군요.
살짝 뒷차를 보니 은색 차였는데
햇볕에 보니 스크래치 장난 아니게 보였습니다.
"아주머니, 전 그냥 쪼잔할래요..."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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