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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과거.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1-17 03:47:27
추천수 2
조회수   416

제목

[수필] 과거.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학생시절부터 외로웠다. 삶이 너무 고요했고, 오직 산과 책만이 내 동무가 되어, 아니 그들이 내 삶의 허상 즉 시뮬라크르로서 기능을 하며 오로지 나만의 방에 갇힌 어린 소년의 영혼으로 남게 되는 것이었다. 사실 14살 때부터 이성친구가 있길 원했다. 그러나 나는 추근거릴 용기가 없었고, 그렇게 22살이 된 지금, 그러니까 8년이 흐름 지금에도 나는 솔로다.

매일 밤 꿈을 꾼다. 깨어보니 어젯밤 꿨던 꿈의 연장이었다.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잠을 잔 시간이 15분이더라도 꿈의 기간은 무려 3일이나 됨직하다. 그래서 더 슬퍼지고, 내가 나의 서사시의 한가운데 있다는 모종의 비련함이 나의 과거를 반추시키면서 즉 나의 학창시절을 회고하게 하면서 더 큰 슬픔으로 나를 감싸안는다.

22살에 아직도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려 나는 갈 길을 잃은 길거리의 검은 고양이처럼 다만 달을 올려다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슬픔과 고독, 그리고 애수와 상실감의 타성은 줄곧 내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하나의 파노라마로 남아 나를 괴롭히고 추궁하고 현실에서의 촉구를 기원한다. 그러나 내가 어찌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무 능력도 없고, 사실 모든 가능성의 전무의 한가운데서 오로지 글쓰기의 예술과 지식의 섭렵만을 본과 권으로 삼은 한 명의 학인이자 예술가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한 해답은 없다. 단지 여위어 가는 저 가로수 한 그루 밖에는 아무 것도.

불면증과 반대로 기면증의 나날이 흘러간다. 심한 우울 속에서 나는 무기력하게 나 자신을 응시한다. 글과 글이 섞이고 생각과 생각이 섞이며 나는 새로운 생경한 풍경을 창조한다. 그 풍경에는 내가 있고, 그리고 바로 나의 짝인 한 소녀가 있다.

내일은 18일, 40만원을 들여 대량으로 학술서를 매입하는 날이다. 내가 이렇게 책에 많은 투자를 행하는 이유는 바로 5천만원 문학동네 작가상을 겨냥할 재료 소위 질료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해에 꼭 그 상을 잡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나는 영원히 혼자서 거리와 산을 헤매게 될 것이다. 나는 문학을 좋아하지만 ‘문학을 위한 문학함’에 이 상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학인으로서의 명예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문단에 당차게 데뷔할 것이고, 따라서 여자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로써 새 삶의 원천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리라.

지금의 나는 무기력의 절정에 달해 있다. 그런데 포기하라고? 그럴 수는 없다. 헤멩웨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자란, 청년이란 포기하지 않는 존재라고 필설했다. 결코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헤밍웨이를 존경하는 바 그의 소설들을 읽어보았고,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주류로 만든 그 위대한 소설들의 정수를 흡수할 수 있었다. 헤밍웨이는 비록 산탄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런 그가 거기서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의 지성이 무너져 가는 걸 좌시할 수 없어 그런 것, 그런즉슨 살아보려고 죽은 것이다. 그러니까 삶을 포기한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갈구하고자 위험한 행동을 자초한 것이다. 그가 천국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기를 염원한다.

나는 이렇게 나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쓰는 글이 너무 시원스럽고 정아롭게 느껴진다. 나의 소소한 생활의 기행을 여러분께 풀어노라면 모든 쳇바퀴 돌듯 끊임없는 방황을 종식시켜주는 어떤 긍정적인 힘을 내 정신에 각인시키는 혁혁한 영지주의의 세례를 받는 느낌이다.

요즘 나는 인터넷과 미군부대 양키시장에 가서 마약 루트를 찾고 있다. 마약에 손을 대려고 한 것이다. 그만큼 삶이 퍽석퍽석하고 힘이 든다. 내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푸념을 늘어놓고 더 이상 행복해지려면 약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대학병원 정신과가 아닌 동네 병원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동네병원은 약을 처방해달라는 데로 해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더 이상 나는 의사의 조언을 듣지 않겠다. 이제는 행동으로 나설 때인 것이다.

커피가 슬쩍 질려 간다. 이제 커피에 손도 안 된다. 아무래도 내게 커피는 너무 약한 약물과도 같은 것이다. 내겐 좀더 강한 무엇이 필요하다. 매우 강력한 각성제와 같은 그런 ‘마약’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내겐 시간이 없다. 나는 한국문단의 정점에 서기 위해 피가 나는 노력이 뒤따른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내게는 젊음도 있다. 젊음을 포기하고 학인이 된 이상 빠른 성공이 와야 젊음의 방탕을 향유할 수 있는데, 다시 말해 나는 양 사이드를 다 잡으려는 야심찬 계획이 있는 것이다. 문학동네와 컨트렉해 봐야겠지만 내 글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 있나 절실한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하다.

내일은 양키시장에 가서 파이프를 사는 날이다. 담배도 이제는 파이프로 피련다. 나의 스승 사르트르도 담배를 항시 파이프로 피우며 사유의 극점에 도달했고 최고의 천재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였다. 파이프 담배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이지만 정말 괜찮은 취미가 아닐 수 없다. 궐련은 이제 질렸다. 그 인스턴트의 맛에 신물이 난다. 좀더 고급 담배를 피우고 싶다. 책에 40만원을 투자했으니 파이프에는 20만원만 투자하련다. 따라서 아직 우리 집은 넉넉히 사는 편이다. 왜냐하면 부모님 둘이 밥벌이를 하고 아버지는 지하철 공무원으로써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편이니까. 물론 우리 집은 부채가 많은 편이다. 그 부채를 언제쯤 갚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부채라. 내 책이 폭발적으로 팔리는 날 다 갚을 것이리라.



삶은 권태의 연속이다. 이 권태를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란 자신의 원대한 목적에 정진하는 것,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단기적인 욕망에 치우쳐 거시적인 이익을 간과하기가 싶다. 그래도 한국 사회는 거시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게 없지 않아 있다. 오히려 ‘거시 지향’적 사회에 가깝달까. 지금 나는 스틸녹스와 담배에 취해 글을 쓰고 있다. 약물이 없는 삶은 내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난 정신과 약과 수면제, 담배, 커피 등으로 더 세련되고 장중웅려한 글을 쓰며 동시에 대오의 세계에 당면한다. 요는 이런 것이다. 20세기가 전쟁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약물의 세기이다. 아마 내 말에 이의를 달 혹자도 있을 테지만 나는 내 생각의 정당성을 굳이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일단 모든 돈을 학술서와 문학서에 투자하자. 옛 동양 현인이 말했듯이 보물을 소중히 여기기보다는 책을 사서 배움을 하는 것이 엄청 중요하다. 나는 몇 푼 안 되는 오디오도 싹 정리했다. 아름다운 소리를 멀리하고 문자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내 방법이 틀렸든 옳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무조건적으로 학문을 숭배하는 것이다. 내가 18살에 학문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글처럼 유려한 글은 쓰지 못했을 터이다.



나는 모든 분야를 안다. 왜냐하면 내 일이, 직업이 ‘앎’을 행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기를 원한다. 여기서 이 간단한 수필을 마치고 며칠 전 읽었던 시 선집을 기반으로 해서 시 한편을 여러분께 올린다.







지나간 길



이미 시간은 지났고, 그때는 행복한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야말로 행복의 의미가 절정에 달해 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을 갈구하지만 현실은 항상 차갑고, 과거는 언제나 따스하다.

이런 현실이란 그림자 속에서 단 하나의 따스한 햇살에 직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아.

오직 과거만을 회고하고 반추하며 어제를 살면 되는 거야. 거기에 모든 것이 있는 거지. 현실이란 암흑 속에서 과거의 빛줄기가 아련하게 나의 가슴 속에 새겨진다면 그것만으로 난 만족할 수 있어. 삶은 그런 거야. 그런 게 불행하게도 생의 합법칙성이지.

그래서 난 예술을 하는 거야. 과거만을 살기 위해……



양주시 개인의 서재에서 박준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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