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절친 중
민속학을 전공한 친구가 있습니다.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장안에 용하다는 무속인들을 많이 알고 있었는데요
신혼 때 그 친구와 함께 점을 보러갔다와서는
와이프와 제 사주에
아들만 있고 딸이 없다고 말하더랍니다.
저는 워낙 그 쪽에는 관심 없는지라
그냥 웃어 넘기고 말았는데...
결혼 2년차에 첫 아이를 갖고
결국(?)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오년 터울로 둘째를 낳았는데
역시(?)나 아들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이들이 우리 때에 비하면
비교적 얌전하게 자란다 생각하는데
최근들어 와이프가
아들 둘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삽니다.
그러다 가끔 잠자리에 누워서 우리 딸하나 더 낳을까?
라는 말로 제 등골을 오싹오싹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그 때마다 씩 웃으며 구렁이 담넘어 가듯 넘겨버리고 말았는데요...
그런데 오늘 와이프가
집안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두 녀석을 보다말고
한숨을 쉬며 푸념을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신년도 되고 해서 며칠 전에 점을 보고 왔다.
그 중에 셋 째를 가지면 딸을 낳을 수 있겠냐고 물었답니다.
그런데 무속인 답이 걸작입니다.
아들 셋이나 넷을 더 낳으면
그 다음에 잘하면 딸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했다네요.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면서
웃어 넘기고 말았습니다만
내 평생 무속인이 이렇게 고맙기는 처음입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둘 째를 낳기 두 해 전에
쌍둥이를 가졌다가 착상이 좋지 않아
자연유산을 했었는데,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불쌍한 그녀석들이
아들이었을까요? 딸이었을까요?
아, 이런 생각하니 와이프랑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은데
와이프는 시크릿가든 삼매경 중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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