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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만 굳이 배타적일 필요가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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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9 20:45: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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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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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만 굳이 배타적일 필요가 있는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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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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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독교(가톨릭)인이면서도, 다른 종교 및 비종교인들에 전혀 거리낌을 갖지 않는 근거는,
바로 성서에 두고 있습니다.
예수가 군중들에게 가르침을 펼 때, 가르침을 듣던 한 여인이 감동하여,
"선생님을 잉태하고 젖을 먹인 모친께서는 행복하십니다!"
라고 외치자, 예수가 대답하기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오"
라고, 의외의 대답을 합니다. (루카 8,20)
또 언젠가는, 예수의 모친과 형제들이 고향에서 찾아왔다는 소식을 예수가 전해 듣고, 군중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요 형제들인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당신들이 바로 내 형제자매요 어머니오"
라고 발언합니다. (마태 12,48-50)
예수가, 자신 또는 아버지 하느님을 믿으라고 확언하는 구절도 많긴 합니다.
그러나, 그 구절들은 예수가 직접 한 말이 아니라, 초기 교회가 예수의 입을 빌려
가필 내지 해석, 확장해 쓴 것들이라고 많은 신약학자들이 보구요,
그 구절들도, 강압적, 형식 논리적으로 믿으라는 뜻이 아니라,
궁극적 존재에 대한 인격적 신뢰, 궁극적 존재를 찾는 진지한 구도자를 향한 말들입니다.
즉, 예수는 시종일관, 궁극적 존재를 인격적으로 신뢰하고,
그의 뜻이 무엇인지 추구하는 자세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당시 유대교의 분위기에서 신을 '아버지'로 부른다는 것부터가 대단히 도발적이고 의미심장했지요.
그것 때문에도 큰 비난과 항의를 받았었고요.
예수는 어떤 종교를 배타적으로 믿으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저는 읽습니다.
(나름 성서를 꽤 보고 전공도 한 입장이지만요)
그 보다는, 궁극자의 뜻이 무엇인지 추구하고,
그것을 따라 살려는 진지하고 가난한 마음을 가질 것을 늘 역설했지요.
제가 위에 예로 든 예수의 두 말은,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天道無親 常與善人"
(하늘의 도는 따로 특정한 누구와 친하지 않고,
선한 사람고 늘 함께 한다)
- 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예수가 현대에 다시 와서 위의 말을 되풀이한다면,
"예배당이나 성당을 나가고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천당 가는 게 아니다. 특정한 종교는 상관이 없다.
진실됨, 사랑, 정의, 희생 등의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이 구원받을 것이고,
(기독교적 구원의 개념을 인정한다면 말이지요)
아버지께서 당신의 자녀라고 하실 것이다"
- 라고 말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기독교에는 기독교 나름의 얻을만한 무엇,
불교에는 불교만의 훌륭한 관점, 가르침이 있고,
다른 종교들, 철학 사상 등에도 역시 그렇습니다.
단지, 누구나 자신의 배경, 전공 등이 있듯이, 저는 기독교에 익숙하기에,
기독교의 터전 위에 서서, 또, 한국인이므로 한국의 전통, 정서, 문화의 바탕 위에서
다른 다양한 것들에 겸손히 귀기울이며 배우려 하는 것일 뿐이지요…
참된 불제자는, 표리부동하거나 배타적이고 각박한 기독교인보다
오히려 기독교적 구원에 더 가깝거나, 구원을 성취한 사람일 것이고,
기독교 안에서도 자신을 깊이 깨닫고 진리와 사랑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이라면,
자기 안의 불성을 발견하고 가꾸어가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종교라는 것이,
완고한 자아(누구나 이러한 모습에 빠져 살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를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한다면,
그 종교는 참 구원이나 해탈을 주는 종교가 아니라, 거짓된 종교이며,
그러한 자아의 위선된 모습을 직시하게끔 이끌고,
자아의 창문을 열고 자신을 넓혀갈 수 있게끔 하는 종교라면,
참 구원과 해탈을 주는 종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도구가 반드시 종교가 아닐 수도 있구요)
늘 이 종교 말고는 구원의 길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 말하는 모습부터가,
완고하고 각박하며, 심지어 표리부동하기까지 하다면,
이 종교만이 구원의 진리라고 외치는 소리는 아무 의미 없는 헛소리에 불과한 것이겠지요.
예수도 당대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열매로 안다!"라고 일갈했듯이.
인격신이라는 개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저는 보는데,
성서의 창조 설화에서처럼, 신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했다 하더라도,
(사족으로, 저는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는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신이 인간의 형상이라는 등식은 논리적으로 어불성설이라는 거지요.
신이 궁극적 존재라 한다면, 인간과 같은 인격성도 갖고 있을 것이고,
불교의 '空', 유교의 '道', '天'등, 의인화된 인격성이 아닌, 원리적, 개념적인 측면도 있을 겁니다.
자신들이 신봉하는 궁극자에게, '유일한 인격신'이라는 단서를 멍에처럼 부여하며 재단하는 것,
인간이 궁극자를 재단하면서 신앙한다는 건, 거꾸로 된, 웃기는 모양새라고 저는 봅니다.
신이라는 궁극적 존재를 굳이 인격적 존재라고 한정하는 것이,
(물론 인격성을 '포괄'하고 있지만, 궁극자에게는 그것은 일부적 속성일 뿐이라는 거죠)
기독교의 배타성의 핵심 원인 아니냐 싶어, 문제 삼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불교, 유교 등도 궁극적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유일한 궁극자를 신앙하는 종교인데,
굳이 기독교만 배타적일 필요가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 기독교 특유의 배타성은 예수 복음의 정신과도 전혀 반대되는, 비복음적인 양태라고 보고요.
기독교인들이 타인들에게 자신들의 종교를 강권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부터 신의 품에 살갑게 안기는 참 신앙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간혹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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