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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소설] 기이한 연구 1~6화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1-09 07:54:13
추천수 3
조회수   546

제목

[탐정소설] 기이한 연구 1~6화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소설을 시작하면서…

안녕하세요? 20번 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애인 없이 홀로 고독을 음미하고 있는 박준수입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네요. 제가 애인이 없는 이유는 제 못생긴 얼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친구가 없는 편이고 대학을 다니지 않고 독학을 선비가 정진하는 태도라 생각하여 아무 사회관계도 맺지 않으니 애인은커녕 친구조차 전무한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많이 숙고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착란과 정신편력’은 그냥 사유의 단상 정도로 치부하고 원고는 찟어 버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셜록 홈즈 전집을 읽은 것을 기념하여 새로운 탐정소설을 하나 착상 중에 있습니다. 실용오디오 분들과 크리스탈오디오 전속작가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고자 ‘순문문학으로서의 추리미스터리 탐정의 하나의 서사를 기획할 예정입니다. 코난 도일이나 에거사 크리스티가 별 건가요? 이번 작품은 상을 겨냥한 작품이 아니라 제 역량을 가늠해 보기 위함과 더불어 오디오를 하시는 중년 분들을 위한 재밌는 이야기라고 상정하면, 그것만으로도 전 만족스럽습니다. 제 나이 21살이지만 무려 9년 간의 오디오생활을 하면서 당신들과 동거동락한지도 9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와싸다에서 제명당해서 그러는데 제 탐정소설이 완성되면 이것을 와싸다에 올려주실 분이 있을 거라고 방만히 생각하며 뜨거운 학문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탐정소설의 순문학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예전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나 에거사 크리스티의 ‘탐정 70권 전집’ 그리고 뒤팽 시리즈 같은 경우는 순수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구명을 좌시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과거의 유구한 탐정소설들은 단지 흥미위주의 대중소설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에 귀착되는 것이었죠. 그러나 이번에 제 소설은 다릅니다. 이번에 탈고하게 될 제 단편 소설은 정확히 순문학이 어떻게 탐정소설과 합방하여 새로운 차원의 ‘문학’을 직조할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나가는 데 그 도정의 의미론적인 혜학이 있습니다. 이리하여 저는 카프카의 금언처럼 ‘문학은 독자로 하여금 뒷통수를 망치로 얻어맞는 것과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 기대해주십시오. 최고의 작품으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문학동네작가상’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은 뒤로 밀어놓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전 그럴 자격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그럴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말이 더 지당하겠지요. 좌우지간 제 탐정 소설을 읽으시는 분들은 정말 혁명적인 전위예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먹고 있던 정신분열증 약까지도 끊었습니다. 제 나이 21살,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새해가 되면 22살이 됩니다. 이제는 전격적으로 위대한 야망으로서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수립해나가는 과정 즉 생의 도상에서 일파만파 퍼지는 저만이 소유하고 있는 광휘를 명약관화하게 스스로 말미암아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사람처럼 직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무엇에 대한, 무엇을 위한 직시? 21살의 청년기 벽두에 쏜살같이 돌진할 수 있는 용맹함과 제갈량보다 더 뛰어난 지략으로 30살 이내에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한국학계의 전설이 된다는 결심 그것을 위한 것, 그래서 전 그것을 직시하고 또 직시합니다. 최소 30살 이내 일가를 이뤄 한국한계의 최대의 문학가이자 철학사상가로 일신하고 40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 그리고 50살에 영국학술왕림원의 회원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여자는 없지만 젋습니다. 저의 사회적 성공으로 인하여 여자들이 따라 붙기를 기원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사회적 성공을 목적으로 문학과 철학사상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예술을 위한 예술 즉 예술지상주의를 엄격히 지향합니다. 제가 너무 젋어 여자 없는 걸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제 광활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난관을 일도양단에 베어버릴 것입니다. 저의 앞길을 사소한 난관이 아니라 신조차 가로막는다면, 그 역시 베어버릴 것입니다. 그러니 신도, 우주도, 당신들도 저의 폭풍과도 같은 학문과 예술에 관한 열정을 막을 수는 없는 겁니다. 21살,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나이. 그리고 제게는 랭보보다도 조숙하고 뛰어난 재능이 있습니다. 말보로 레드, 스틸녹스, 프로작, 독한 커피, 독한 양주, 심지어 마약까지도 다 좋습니다. 위대한 작품을 쓰려면 작가는 정신병자가 되어 미친 듯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해나가야 하는 내적 필연성의 당위적인 테제조건을 부여받고 혁혁히 그 원지적인 힘을 몰고 나가 자신의 작품에 투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 인간 박준수,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새로운 탐정 단편 소설을 기대해 주십시오!



p.s 외로운 크리스마스입니다. 베토벤이 말했듯 고독은 영감을 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 고독합니다. 이런 망중한 속에서 획기적인 착상에 젖어 글을 써내려가노라면 뭔지 모를 영성에 다가갔다는 모종의 정신적 기이함을 경험합니다. 예술이 다 그런 건가 봅니다. 제 소설 많이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열심히 읽어주세요. 재밌을 겁니다.













프롤로그 1890년대의 런던은 세계 산업의 중심지이자 흉악한 범죄들이 집결하는 장소였다. 런던에서 벌어지는 극악무도하며 인간의 본을 버리고 잔인하게 살인과 강도, 방화와 계획적인 살인으로 재산을 차지하려는 일이 늘어가면서 런던에 이미 인간성과 도덕률은 상실되었고, 자본주의의 황제로 군림하는 영국의 중심지인 런던은 돈이 최고라는 슬로건 아래 인간으로서는 결코 할 수 없는 금단의 짓까지도 서슴없이 하는 비도덕적인 인텔리들과 흉악한 갱단의 횡포는 날로 갈수록 심화되었다. 나는 런던의 부패를 보면서 더 이상 이곳에 머물면 미래란 없다는 명제를 나의 인생 모토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러한 나의 우울감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릴 만남이 생기게 된 것은, 운명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생에 다시 찾아오지 않을 유일한 나의 운명이 아닌 가 지레 짐작하게 된다. 음울하게 안개 낀 거리에서 홀로 마차를 타면서 나는 하숙집을 구하고 있었다. 마차길 양쪽으로 드문드문 너도밤나무가 빼곡히 숲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퇴역한 군인이자 의대생으로서 아무 생각 없이 긁어모은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집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퇴락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러 집들을 보면서 나는 극히 실망하여 다시 나의 의대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정장과 폭이 긴 신사용 모자를 벗던 중 나의 동료이자 친구인 제러드가 전보 하나를 가져왔다. 전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친애하는 스웨덴 지미 군에게.



자네가 하숙집을 구하고 있다고 들었네. 그렇다면 굳이 돈 들일 필요 없이 내 저택에 장기로 머무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돈 같은 건 필요 없네. 오로지 자네의 용맹함만이 자네가 여기 있을 수 있다는 자격을 보증하고도 남을 테니. 듣자하니 퇴역군인이라고 들었네. 집안 출신도 귀족의 피가 흐른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네. 자네의 어머니 미스 사라가 나에게 해 주었던 그 깊은 보은을 생각하면 난 잠시도 자네를 길거리에서 방황하게 내비 두지는 못할 것 같거든. 자 그러면 언제든 나의 집을 방문해 주게. 자네의 방은 따로 꾸며놓았다네. 마음에 들 거야. 그럼 안녕히 계시게나.





자네를 존중하는 리틀 홀더스 경 씀. 1894월 7월 20일에, 벽난로 곁에 앉아.





나는 전보를 읽고 나서 마부를 불러 대기시켜 놓고는 차림을 훌륭하게 했다. 모자는 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왜냐하면 나를 초대하는 어느 백만장자 지주가 나보다 연륜이 있어 보였기 때문에 예의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게 준비되었고 나는 마차에 올라탄 채 창문에서 흘러들어오는 밤안개를 지그시 응시하며 눈을 감고 묵상 엄밀히 말해 과거를 회상하려 했다. 이제는 잊혀진 기억들. 그러나 시간을 계속 흘러가 인간을 과거에 얽매이게 하지 않는 법이다. 나의 아름다웠던 과거의 편린들… 나는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마차가 천천히 비규칙적으로 단속적으로 웨섹스지방의 음울한 안개를 가르며 굴러가고 있었다.





1. 나의 행적-상



삶은 정말로 더럽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근면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신의 은총은 나에게 눈을 돌렸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 지금 내 나이가 28이니 대략 8년 전 쯤일 것이다. 그때 동인도회사가 용솟음을 치며 인도를 점령하고 있었을 왕성한 시기에 나는 한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원두를 사용해서 내려내서 우유와 설탕을 섞은 아주 풍미가 강하고 스모키한 방향(芳香)이 온통 마시는 이를 감명시켜주는 그러한 시원한 냉커피였다. 런던에서는 당시 이러하게 핸드드립으로 많은 양의 원두를 사용하여 내린 다음 우유와 설탕을 배합하는 스트롱한 커피 기법이 유행이었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이 아이스라떼를 미친 듯이 마셔댔다. 나도 역시 이러한 기법의 커피를 좋아하여 날마다 ‘까페 느와르’에 와서 브뤼에르 파이프에 해군용의 검은 담배잎을 재운 다음에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여자를 몰랐고, 당연히 여자의 성기가 어떻게 생긴 지도 몰랐다. 나와 같이 어린 남학생들은 여자의 항문이 남자의 항문과는 달리 분홍색이며, 여자의 성기는 털이 하나 없이 갓난아기의 그것과 똑같다고 하는 낭설을 유포하고 또 받아들이고 있었던 시기였다. 20살의 나는 지적으로 그 누구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철학을 무불통달하여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키에르키고르를 꿰뚫고 있었다. 당시에는 그 어떤 철학자보다 쇼펜하우어의 염세론이 득세하고 있었는데, 뭐 나는 쇼펜하우어가 철학자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붓다를 끌어들여 동양을 모방해 소위 배낌 철학을 완성한 사기꾼에 불과할 뿐이었다. 좌우지간 20살의 젊은 남아에게 삶이란 지루하고 권태로운 것이어서 언제나 일탈을 꿈꾸기 마련이었다. 당시 마약 시장에는 아편 같이 뇌를 마비시키면서 쾌락을 불러오는 이완제의 유행의 열풍이 사라지고 중추신경자극제의 일종인 코카인의 파고가 순식간에 덮쳐오는 그런 기세였다. 나는 그 당시 의학도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학계에 일신을 바칠 생각이었으므로 의학지식이 풍부했고, 그런 이유로 순도 5%의 코카인 용액을 주사에 주입하여 팔뚝의 정맥에 주사해 보았다. 그리고 그 당시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실로 엄청난 쾌감이 온몸을 전율에 떨게 했는데, 커피나 술, 담배는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쾌락의 정점에 도달한 듯 나는 그만 오줌을 지릴 번했으나 간신히 참고 코카인이 가져다주는 안정감과 일종의 마취상태를 향유하고 있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고의 행복감이 나의 영혼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전우주를 한 가운데서 통괄한 듯 나는 우주 전체를 동시에 볼 수 있었고 몸은 그곳을 부유하며 동시에 미칠 듯한 짜릿함과 이름 모를 자극에 눈물까지 흘릴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공부를 좀 잘 해볼려고 코카인을 주사한 것이었는데 공부 따위는 잊어버리고 오로지 쾌락의 타성에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이런 신비한 경험이 인간의 인생에 있어 매우 드문 것이 아닌가? 그러나 코카인은 영묘한 약이라서 나의 코카인 주입은 습관이 되어버렸으나, 까페에 매일 아침에 나오는 관행은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피폐하고 무질서하게 즉 퇴폐적으로 살던 도중 그녀가 나에게 왔다. 어느 날 내가 ‘페 느와르’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내 옆 자리에 누가 앉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매우 아름다운 소녀였다. 나보다 4살 가량 어린 듯 했고 그러므로 16살 정도 되어보였다. 얼굴이 너무 사려 깊고 청순가련하며 순수하게 생긴 지라 나는 말을 걸어 속을 떠볼 심상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커피 맛 어때요?” 그녀는 나의 말에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러나 역시 내 예상대로 대답했다. “맛있어요.” 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까페 안에는 사람들의 생에 대한 열정으로 따뜻해져 있었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나는 말을 걸었다. “베티에요.” 나는 그녀의 이름이 얼굴에 맞게 귀엽고 깜찍하다고 생각했다. “저기 베티 양, 베티 양이 아름다운 건 아버지 때문인가요? 어머니 때문인가요?” 베티는 얼굴을 붉히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어머니 때문일 거예요” “아 그렇군요” 나는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참 좋은 날이네요. 하늘은 파랗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베티 양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저도 그렇게 생각되요. 이런 게 이심전심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심전심이라? 베티 양은 나를 이미 친숙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여자란 생각을 알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티 양은 어리다. 나는 못생긴 편이지만 키가 훤칠했고 무엇보다 여자를 질식시킬 유머와 지성이 있으니 베티 양이 나에게 넘어오는 건 시간문제이리라. 담배를 파는 아주머니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생각 없는 젊은이들과 까페에서만 글을 쓰는 작가들이 떼를 지어 까페에 출입하고 있었다. 참 좋은 날이라 생각된다. 오늘은. 어쩌면 그 어떤 날도 오늘보다 좋은 날은 없을지 모르겠다.













소설은 2화로 이어집니다.











p.s 소설의 윤곽이 점차 잡히고 있습니다. 스토리라인이 어찌 될지 아직 감도 못 잡고 있지만 영감이 오는 데로 써야겠죠. 어쨌든 성모대학 정신과에 입원하는 관계로 2주간 집필을 중단합니다. 많은 호흥 부탁드립니다.











1장 첫 사건과의 대면.









리틀 홀더스 경의 저택은 대학도시인 옥스퍼드에 위치한 부유한 마을에 위치한 조지4세 왕조풍의 그 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이었다. 대저택이라는 수사가 어울릴 만큼 거대했고 무엇보다 고품위한 건물의 장엄함과 고대의 귀족적 느낌은 그가 귀족 중의 귀족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었다. 그의 건물에 들어서기에 앞서 나는 마차에서 내렸고, 나무로 설계된 큰 대문이 열리면서 나는 그의 영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저택은 참으로 웅장했다. 말끔하게 정리된 초록색 정원이 넓디넓게 위용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정원수를 손질해서 만든 여러 동물과 인간 조각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황홀한 느낌을 받았다. 정문을 들어서자 곧 엄격하나 모종의 너그러움이 깃든 풍모를 지닌 늙은 집사가 나와 나를 마중했고,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그를 따라 본관으로 안내되었다. 본관에는 여러 그림들이 걸려 있었는데, 그 그림들이 진품이라면 실로 천문학적인 액수였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조각상들과 인도산 최고급 양탄자를 보면서 나는 그가 엄청난 부자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나는 그의 침실로 안내되고 있었다. 어둠침침한 배경 때문이지 뭔지 모를 음습함이 나를 둘러싼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그 고개를 번쩍 들었다. 왠지 모를 으스스함이 내 주위를 회전하고 있었고 집사는 이윽고 그의 침실을 두 번 조심스레 두들겼다.





문이 열리면서 휘황찬란한 벽난로가 눈 앞에 들어왔다. 벽난로 주변의 침대용으로 쓰는 듯한 화려한 소파에서 그는 누워서 커다란 사기 파이프를 여유 있게 피우고 있었다. 뒤태를 보아하니 중년쯤 되어 보이는 것 같았고 그의 엄격하고 차가운 지성의 아우라가 그의 뒤태에서 철두철미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집사는 그에게 내가 왔음을 알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나를 보았다.



“남미에서 군 생활을 했나 보군. 보아하니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의대에서 화학연구는 잘 되가나?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나의 열렬한 개인적 취미에 대해 자세히 기록할 비서가 한 명 필요해서이네. 아, 참. 내 취미에 대해 언급을 안 했지. 내 그 소소한 취미란 바로 탐정일이라네. 그것도 무보수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거지.” 그가 말을 하는 도중에 집사가 황급히 들어와서 그레이튼 경감이 도착했다고 알렸다. 나는 이 와중에도 호기심과 궁금증이 도져 한 가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남미에서 군 생활을 한 건 어찌 아셨습니까? 그건 부모님도 모르는 사실일 텐데.” 리틀 홀더스 경은 짤막하게 내 질문에 대답했다. “자네 나이가 28이니 자네가 병역임무를 했을 당시에는 22살이었을 테고 그 때는 남미 쪽 영국령에서 흑인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니 아무래도 지미군은 남미에서 일했을 테지.” 나는 결과는 의미심장하여 마치 영매가 말한 것 같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매우 간단하고 과학적인 추리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뭔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리틀 홀더스 경에게 모종의 존경심이 일어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또 운을 떼었다.



“지미군, 자네 무모증 환자이지?” 나는 놀라서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러자 리틀 홀더스 경은 그 문제에 대해 논리적인 어조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턱수염을 깎은 자리가 있지만 너무 규칙적이야. 그것은 곧 턱수염 깍은 것을 티내기 위해 뭔가를 턱에 부착했다는 것이지. 이는 자네가 털이 없는 남자에 관해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지. 그래서 자네는 일부러 턱수염 티내는 부착물을 고의로 달았을 것이야. 보통 정상적으로 수염이 나는 사람은 그렇게 턱수염 깍은 자리가 고르지 않아.”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그는 정말 뛰어난 관찰력을 겸비하고 추리와 논증에 타고난 사람 같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찢어진 눈 그리고 독수리 같은 코와 얇은 입술은 그가 매우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인물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그 때 딱딱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면서 마치 얼굴이 불독과 같이 생긴 사람이 들어왔다. 눈매는 가히 사자와 같았으며 매우 뚱뚱한 편이었고 키 역시 작았다. 나는 얼떨결에 그에게 고개를 갸웃하며 눈인사를 하였다. 그도 거기에 대응하여 내게 앉으라는 표시를 했다. 리틀 홀더스 경이 일어서지도 앉고 그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무래도 둘은 매우 막역한 사이인 것 같았다.



“자네 오늘도 무슨 신랄한 사건 하나를 들고 왔나 보군?” 홀더스 경이 운을 떼었다.



“브리스톨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네. 2명의 메이드와 주인이자 대귀족인 로더스 경이 피살된 채로 발견됐네. 없어진 물건이 없고 귀중품들도 그대로 있는 것 보아 아무래도 강도 사건은 아닌 듯 하이. 중요한 것은 그의 목 뒷덜미에 뱃사람용 나이프가 꽂아져 있는 걸로 보아 뱃사람을 용의자 선상으로 좁혀 수사에 착수하고 있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홀더스 경은 껄껄 웃더니 입을 열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니네. 살인마가 뱃사람인 척하고 역추적 당하려고 유혹할 수도 있는 것이지. 오히려 자네가 간과한 것은 그런 큼직큼직 한 게 아니라 사소한 점에 있다네. 진정한 탐정이란 사소한 것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살펴보는 게 도리지. 거기 남아 있는 물건 혹은 피살자들의 주머니에 남아 있는 물건이 정확히 뭐였는가?



경감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이윽고 운을 떼었다. “메이드들의 옷은 당연히 주머니가 없는 복장이므로 아무 것도 없었고, 아차, 메이드 중 한 명이 무거운 둔기에 맞아서 두개골이 부서져 있었고 한 명은 마찬가지로 목덜미에 칼을 맞아 있다는 걸 자네에게 말을 안 했군. 그리고 로더스 경의 주머니에서는 해군담배 1온스와 싸구려 브뤼에르 파이프 한 개, 그리고 어떤 아가씨의 사진이 한 장 있었네. 그게 전부네.”



“뭐라고? 아가씨 사진? 지금 가져왔으면 어디 보여주게.”



경감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여느 증거 자료가 그렇듯 비닐 봉투에 씌인 사진 한 장을 꺼내더니 홀더스 경에게 보여줬다.



홀더스 경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치정 사건인가…”하고 말꼬리를 흘렸다.



“내가 곧 사건 현장으로 가지. 아, 참. 이 젊은이는 스웨덴 지미 군으로서 내 조카뻘 되는 청년이지. 이 친구가 내 사건 기록을 집필할 예정이네. 이 친구 앞에서는 어떤 사건의 기밀 내용을 발설하는 것도 허용되네. 앞으로 이 친구 잘 부탁하네.”



경감은 놀라듯이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니 이윽고 알겠다는 표정으로 싱긋 웃고는 천천히 형사 특유의 느긋함을 갖고 나가버렸다. 나는 홀더스 경과 이 참혹하고 음험한 사건에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온 몸에 전율이 돋으며 짜릿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부터 홀더스 경과 형사사건에 참여한다. 그것도 이번에는 연쇄살인 사건이다. 홀더스 경이 천재는 아니더라도 이 방면에서 어느 정도 대가인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침실에는 빼곡히 어떤 파일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내가 홀더스 경의 허락을 받고 그것들을 뒤져 보니 모두가 일련의 기이하고 참혹한 사건들에 대한 단상들을 기록한 스크랩북이었다. 홀더스 경은 배태랑인 것이리라. 홀더스 경과 많은 인생얘기들을 담소하면서 이제 내 앞에 닥칠 모종의 악마적인 사건과 대면할 준비를 시나브로 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대사건이 내 생애 최초로 들이닥친 것이었다.



밤은 점차 여위어 가고 있었고, 오직 노란 빛깔의 반달만이 유유자적히 대저택의 화려한 위용을 비추고 있었다.  





- 소설은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3화를 기대해 주세요.





p.s 이 소설의 이번 부분은 좀 야합니다. 그러나 청소년이 보기에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예술에는 에로티시즘이라는 게 있습니다. 야한 것도 예술적인 목적에서는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관점이죠. 기이한 연구의 진행방향은 홀더스 경과의 사건과 중간 중간 주인공 과거가 오버랩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25만원 정도 투자해서 자동 그라인더를 구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페이퍼 드립 커피에서 유일하게 힘든 것은 내리는 게 아니라 원두를 가는 것인데 아무래도 핸드밀에는 좀 무리가 있어서요. 양주쪽에 계신 분이 저희 집을 한 번 찾아주시면 최상의 페이퍼 드립 커피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그리고 담배 값도 올르니 그냥 파이프 담배로 가려고 합니다. 언제 한 번 파이프담배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올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2. 나의 행적 - 하



그 만남 이후 베티와 나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베티의 얼굴은 실로 아름다웠으며, 소녀들만이 지니고 있는 섬세함을 표정과 다정한 목소리로써 나타내곤 했다. 내가 그녀와 만날 때마다 꺼낸 주제는 쇼펜하우어의 자살론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자살이 인간만이 동물과 다르게 우월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죽음선택의 권리라고 인정하였고, 나 역시 쇼펜하우어처럼 늙어서 시설이나 기관에서 인간취급도 못 받고 천대 받으며 사느니 차라리 내 지성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죽음을 택하는 게 천 번 만 번 더 탁월한 선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베티는 말했다. "지미 오빠는 전공 즉 하시는 일이 뭐예요?" 나는 순간 당황했으나 또렷하게 오롯이 나의 입장표명을 나타냈다. "내가 가야할 길은 학문의 길, 그 중 학문 중의 학문이라 할 수 있는 철학이야. 철학만이 인간의 일회성/유한성의 한계를 뒤짚어 엎을 수 있는 유일한 궤의 합집합이지. 그러니까 철학의 항진명제는 이거야. "우리가 회의할 때에만 우리는 우리가 회의할 수 있다는 것을 회의할 수 없다."



"그거 데카르트가 말한 거 아니예요?" 베티는 미소를 띄며 말했다.



"오, 아가씨. 용모와 걸맞게 타고난 교양을 갖추고 계시네요. 실례지만 너희 집안도 귀족의 피가 흐르니?"



그 때 베티의 얼굴이 일그러져서 나는 말실수를 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점차 밀려왔다.



"네. 몰락한 귀족 출신이죠. 그러면 오빠는요?" 나는 내가 한 때 영국총리를 지냈던 조셉 스미스 경 집안의 사촌이라고 말을 늘어놓았다. 베티는 부러운 듯 나를 바라보더니 이후 우리 둘이 귀족이라는 사실, 즉 그 눈부신 공통점이 양화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일련의 즐거움에 사로잡혀 이를 크게 드러내고 웃어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나도 모르게 베티의 단발머리를 쓰담고 있었다.





까페는 뜨거운 열로 덮여진 듯 질퍽한 느낌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고, 왼쪽 플로어 상단에서는 바이올린 악단이 로멘틱한 곡을 연주했다. 아, 정말 모든 게 아름다웠다. 오로지 태양의 직사만이 까페 창을 투과해서 내부를 열정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긋한 트럼펫 소리가 들려 왔다. 데카르트의 선언이 그렇다면 인간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낄 때 인간은 행복하다는 것을 행복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 데카르트는 틀렸다. 인간의 정신은 너무나도 복잡다단하고 변증법적이어서 하나의 자기 의식을, 자아를 또 다른 자기 의식, 자아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언극, 즉 광대놀음에 참여한 하나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운명의, 신의 꼭두각시. 베티는 내가 난생 처음으로 만난 여자이고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었다. 문득 나는 베티와 결혼하여 살림을 차리면 어떠할까 자구심이 들었다.





나는 갑작스레 요의가 밀려와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오줌을 싸고 나가려는 순간 베티가 문 앞에 있었다. 아니, 여기는 여자 화장실이 아니지 않나! 그러나 베티의 얼굴은 심히 진중하고 뭔가 굳건한 결정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곤 변기의 문을 열어 들어오라는 듯 고개를 옆으로 잘레잘레 저었다. 베티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는 베티를 벽에 바싹 붙이고는 화장실 문을 걸어 잠갔다. 그녀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당시 영국에서도 근대의 변화가 불어닥쳐 치마가 매우 짧은 편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치마를 끌어올렸다. 베티의 뜨거운 입김이 나의 얼굴을 아스라히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는 베티의 다리 사이에 손을 밀어넣었다. 하얀색 팬티였다. 그런데 가운데 부분, 즉 성기의 중심 부분이 조금 젖어 있었다. 오줌을 쌀 리는 없고 그렇다면 아까 한 키스 때문에 젖은 것일까? "베티, 너."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요. 나 그런 여자예요. 귀족의 피가 흐르지만 보기보다 음란한 여자라고요." 나는 격정적으로 달음박질치는 성적 욕망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





갈라진 미끈한 부분, 그런데 털이 없었다. 16살이면 털이 조금이라도 자랄만 한데. 나는 흠찟 놀랐다. "베티 너도 무모증?, 나도 무모증이야." 베티는 금세 얼굴을 붉혔다. "그래요."



나는 베티와 눈을 마주치더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팬티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미끈한 부끄러운 그곳에 가운데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손가락은 복숭아 같은 그곳에 그냥 쏙 들어갔다. 갑자기 베티가 나직하게 뜨거운 신음소리를 뱉어냈다. 나는 여러번 미끈미끈하고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부드러운 그곳에 펌프질을 했다. 그때였다. 젊은 남자들의 소리가 들려오더니 오줌을 넣으려고 온 건지 화장실 내부가 시끌벅적했다.



나와 베티는 놀라 하고 있는 행동을 멈추었다. 나는 손가락을 빼 냄새를 맡아보았다. 약간의 오줌 냄새와 여자 질 특유의 오징어 냄새가 났다. 당시에는 온수샤워가 보급되지 않은 19세기 런던이니 여자의 중요한 부분에 동물의 냄새가 배기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러한 베티의 처녀지의 아름다움과 모순되게 그런 짐승 같은 냄새가 난다는 모순에 어떤 역설적인 진한 비의를 느꼈다. 좌우지간 베티와 나는 단숨에 행동을 중단했다. 남자들이 나간 후 나는 베티의 팬티를 손으로 끌어올려 다시 입혀주었다. 팬티는 물에 적셔진 것처럼 완전히 젖어 있었다. 나는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속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정숙한 너를 이렇게 범해서. 우리 좀더 친해져서 애인이 된 다음에 이런 죄악을 시작하자. 아직은 때가 아니야." 베티는 고개를 숙이고는 들릴 듯 말 듯 대답을 했다.





까페에 나왔을 떄는 시원한 여름 날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베티와 나 사이에 벌어질 잔인한 참상을 그때까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p.s 소설을 쓰고 있지만 점차 창의력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 사건개요의 시놉시스를 어떻게 구성해나갈 지가 걱정입니다.



내일은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입니다. 앞으로 입원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시가 마스터’라는 국내 굴지의 담배회사인 보햄에서 5천원짜리 쿠바산 시가가 35프로 함유된 담배가 나왔습니다. 한 번 펴보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말보로 레드보다는 못하겠죠. 그런데 병원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니 밤에 잠이 오질 않네요. 얼른 내일부터 다시 태워야겠습니다.















3. 나의 행적 – 마지막





태양이 눈부신 하루였다. 베티의 아름다움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 지도 오래 지났다. 미인박명이라했다. 아름다움은 오래 못 가는 법이다. 베티와의 사별은 어처구니 없게 일어났다. 그날은 태양이 교교하고 쓸쓸하게 런던 시내를 비추는 하루였고 나는 그날 베티에게 청혼하기 위해 반지를 하나 샀다. 24k의 뱀 무늬가 새겨진 금 반지였다. 내게 다이아몬드는 과분했으므로 살 수가 없었지만 이것을 받아 든 베티의 즐거운 얼굴을 떠올리니 새삼스럽게 나 또한 기쁨에 사로잡혔다. 그날도 역시 까페 ‘느와르’에서 그녀와 만났다. 그녀는 반지를 받아 들고서는 감격에 젖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내가 정말로 베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 때 깨달을 수 있었다. 베티를 위해서는 죽을 수 있었다. 베티는 나의 생존의 이유였고 우리는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고 살림을 차려 영원히 함께 늙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날 밤 베티와 나는 밤거리를 걸었다. 베티가 내 뒤통수를 툭 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나는 베티를 잡으려고 쫓아가려는 데 그 순간이었다. 달리는 마차가 베티와 강하게 충돌했다. 충돌 직전 베티의 눈망울이 왠지 슬픔과 삶에 대한 초연함으로 일그러진 것 같았다. 베티는 그때 내게 사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우리의 만남은 종말을 고했다. 나는 하나뿐인 소중한 약혼녀를 잃은 것이다. 나는 완전히 망연자실하여 런던 등지의 아편굴을 상습적으로 드나들었다. 거기서 거대한 대나무 파이프로 아편을 피우고 서는 꿈 속에서라도 베티를 만날 수 있었다. 아편을 피우고 꿈에 잠기는 경우 꿈 안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낼 수도 있었다. 베티와 나는 함께 늙어 갔고, 우리는 나의 무의식적 능력으로 생성된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거대한 저택과 이 퇴폐의 도시 런던과 함께했다. 런던은 언제라도 우리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였다. 물론 꿈의 런던에는 범죄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아편에서 깨어날 때면 나는 여느 때보다 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했고 그 지옥 같은 순간을 견딜 수 없어서 나는 또 다시 아편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개월이 흘렀고 꿈은 계속해서 연장되었지만, 어느 순간에 나는 아편을 피우는 행각을 중단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베티가 허구라는 걸 꿈의 마지막 순간에 깨우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하여 이 모든 게 허구라는 사실을 자명하게 직시하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의대시험을 준비했고 2년의 재수 끝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기록하면서 나는 의대에서 대학원생으로 화학 실험과 해부학 실험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편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은 끊었지만, 나는 줄담배를 끊을 수는 없었다. 식물성 알칼로이드인 니코틴이 내 혈관을 빠져 나가는 순간 나는 극도의 감정의 과잉을 느낌으로써, 베티와의 추억이 마치 회한처럼 떠오르는 걸 방지할 수 없었으므로, 나는 폐가 썩을 때까지 담배를 줄곧 피워댔다. 그 당시에 담배를 피지 않는 남자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런던 전체가 담배연기에 중독되었다고 치부할 수 있었다. 담배는 만병통치약이자 모두의 기호품으로서 건강에 좋다는 구실 아래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담배연기에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담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의대 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의대에서 나는 친구 한 명을 사귀었는데, 그의 이름은 ‘존슨’이다. 존슨은 화학을 전공했지만 누구보다 열광적인 철학자였는데, 나에게 항상 자신이 발견한 아포리즘을 설명하는 데 하루를 보냈다. 그는 영혼의 존재여부를 긍정하고 있었다. 그는 인본적인 모든 철학은 항시 긍정에서 생겨난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누구나 내적 필연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이 항상 그를 지켜준다고 말했다. 나에게도 물론 철학이 있었다. 그러나 존슨의 철학만큼 하나의 뚜렷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도 않았고, 좀더 불명료하고 부정확한 것이어서 꺼내기조차 부끄러운 것이었다. 사람들은 의대를 졸업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의대가 엘리트 코스이든 아니든 간에 모든 분야는 거기에 맞게 독특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의대를 미래에 돈을 생산하기 위해 다닌 것이었다. 내게 의학이란 어떠한 의미도 없었다. 이렇게 내 과거는 막을 내린다. 내게 새로운 삶을 부여한 것은 리틀 홀더스 경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해서였다. 리틀 홀더스 경은 내게 세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에 대한 사건기록은 실로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것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소설은 5화로 이어집니다.













p.s 저를 잘 진찰해주신 성모대학병원 정신과 ‘조중범’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4일 전에 대학병원에서 퇴원을 끝으로 새 삶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잠도 잘 자고요. 하루 하루 따분한 건 참을 수 없군요. 내일은 친동생과 6개월 동안 매우 절친하게 지낸 흑인형과 만납니다. 그 흑인 형과 만나는 게 이번으로 5번째 인데 이제는 사생활도 거침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제가 영어는 많이 서툴지만 인간적인 유대가 가능하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건 참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화요일날 10인용 고노 드립퍼와 10인용 칼리타 드립퍼가 도착하군요.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한 드립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겠군요. 여러분께 한 번 맛보게 하고 싶습니다.



제 소설이 갈수록 흥미로워 지는군요. 셜록홈즈 시리즈와 여러 외국 탐정 소설, 그리고 범죄 영화를 본 것을 토대로 정교하게 사건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2장 사건의 실무.





홀더스 경과 나는 길가에서 사륜마차를 잡아타고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마차 안에서 나는 이미 세상을 등진 베티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성기에서 났던 그윽한 인간적 냄새를 떠올리고 있었다. 여자의 성기는 남자의 성기에 비해 비밀스럽고 은밀한 면이 있다. 가랑이 앞면으로부터 항문 쪽까지 일자로 갈라져 있는 미스터리한 형태는 여성의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여성의 육체에서 가장 아름답거니와 귀엽고 가장 생동감 있게 꿈틀거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여자의 음부, 즉 ‘보지’일 것이다. 그리고 왜 여자의 성기가 남자의 성기보다 짐승적인 냄새가 심한가하면 이는 바로 밀폐돼 있기 때문이며, 오줌과 질 특유의 냄새, 그리고 여성호르몬이 가장 폭발적으로 거기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자의 아름다움을 반감시키는 중대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음부가 털로 뒤덮이는 것이리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으로 갈라진 조그만 살덩이가 검은 털에 가려 그 광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큰 시대적 비극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당시 영국의 귀족의 부인들은 자신의 음모를 면도날로 미는 게 유행이었다. 그럼으로써 남편에게 하나의 완전한 선물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니까. 또한 여자의 항문은 남자의 항문에 비해 어떤 광채의 직사와도 같은 아우라가 스며들어 있다. 그 가장 부끄러운 부분에서는 결코 변이 나오지 않을 거 같으며, 사실 여성의 항문은 질보다 더 강하게 남성의 성기를 조이기 때문에 쉽게 사정하게 만든다. 그러나 당시에는 온수가 공급돼 있지 않아 귀족의 딸이나 공주라 하더라도 자신의 아름다운 항문의 냄새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약간의 변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이렇게 내가 여자의 하반신의 특이한 측면을 생각하고 있을 때 반대로 홀더스 경은 내내 침묵을 지켰다. 모종의 명상에 빠진 것 같았다. 아마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장에 도착해서 조사하기 전 이론적으로 변증법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 같았다.



피해자인 살해된 로더스 경의 저택은 어마어마했다. 동으로 구성된 울타리 너머 광대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고, 저택의 전면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육중하고 두터운 금도금된 문짝이 양쪽으로 겹쳐져 있었는데, 거기에는 사자의 형상이 양쪽으로 그려져 있었다. 정원에는 드문드문 너도밤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호화로운 개인 호숫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건 현장은 참혹했다. 1층 별관 복도에 메이드 두 명이 살해돼 있었는데, 경감의 살해 기법은 경감의 말대로였다. 그리고 2층에 위치하는 대저택의 주인 로더스 경의 침실에는 로더스 경이 죽어있었고, 핏자국은 증거 자료로서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홀더스 경은 시체를 먼저 보지 않고 가구의 서랍을 뒤지고 벽들을 조사하다가 뭔가 피가 튀겨있는 자국을 발견했다.



“엇, 이게 뭐지!”



나도 자세히 벽의 그 부분을 들여다보았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조그맣게 피로 써 있었다.





Catch me if you can.





홀더스 경이 갑자기 미친 듯이 껄껄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를 따라 들어왔던 경감(경감의 이름을 앞에서 설명하지 않았는데, 그의 성함은 ‘모티머’이다. 앞으로 사건들이 들이 닥칠 때마다 그가 자주 연계되어 등장할 것이다.)이 신들린 사람을 요상하게 보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홀더스 경이 “내가 나를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전세계는 아니더라도 영국에서 나의 두뇌를 따를 자가 없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지. 나는 영국 최고의 두뇌지만 지금 이 가해자 즉 범인은 나를 놀릴 심상으로 이 매시지를 적었어. 나와 한 판 해보자는 거지. 경감, 그리고 지미 군. 이 사건은 생각보다 기이하거니와 악마적인 사악함이 도사려 있네. 어쩌면 그 배후에 나보다 더 기술적이고 영악한 거대한 범죄 조직의 수뇌부의 대장이 지금부터가 비극의 광시곡이라고 말하는 걸 수도 있겠구먼. 자, 그럼 시체를 조사해볼까.”



홀더스 경은 로더스 경과 메이드들의 시체를 두루 살폈지만 어떤 특이한 점은 밝혀낼 수 없었다. 경감의 말과 같은 수법으로 모두 살해돼 있었으며, 특별히 이상한 점은 그들에게 저항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만, 로더스 경의 발목에 바지를 관통하여 못이 박혀 있잖아. 이는 기절했다는 것인데 멀쩡하고 건강한 젊은이가 갑자기 쓰러질 일은 없을 텐데.” 홀더스 경은 빠르게 말하고는 또 이어 나갔다.



“경감, 분명 마취제를 쓴 것 같아. 냄새로 보아하니 ‘클로로포름’이군. 손수건에 묻혀서 뒤에서 접근하여 순간적으로 피해자들의 코를 막은 게 눈에 훤하군. 시체 검시를 하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내가 직접 혈액을 채취해서 자택에 가서 조사를 해야 할 것 같구만.”



그리고 홀더스 경은 조사를 착수하려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발걸음을 중간에 멈추고는 문득 생각이 나던지 경감에게 “특별히 외부에서 들어온 물건은 없던가?”라고 물었다.



경감은 잠시 생각하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윽고 “거의 다 피운 시가 한 까치가 로더스 경 침실 문 바로 앞에 떨어져 있더군. 증거물은 여기 보관해 두고 있네.”하더니 주머니에서 보호 비닐에 쌓여진 거의 다 피워 짧아진 시가를 홀더스 경에게 건네었다.



"음, 쿠바산 연초로 쌓여진 다비도프사의 고급 시가이군. 이건 옥스퍼드에서만 한정 판매되는 제품인데 나는 시가와 파이프 연초에 관해서 논문을 쓴 적이 있지. 그래서 어떤 담배를 보든지 간에 어느 사 어느 제품인지 알아맞출 수 있어. 그는 분명 옥스퍼드를 경로해서 로더스 경의 저택에 침입했을 테고, 범인의 집과 범죄계획을 짠 거주지가 어쩌면 옥스퍼드의 한 여관이나 호텔일 수 있겠네. 모티머 경감, 옥스퍼드의 모든 숙박시설의 장부의 내용을 사람을 풀어 철저하게 조사하게.”



경감은 이 목격자가 한 명도 없는 사건에 한 가닥 실과 같은 실마리가 발견되어 좋아하는 눈치였다.



갑자기 홀더스 경이 운을 떼었다.



“그리고 내가 보관하고 있는 그 아가씨 사진은 아마 내게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네. 경감이 그 사진을 복사하여 공개수배하게. 그러면 인맥관계가 뚜렷하게 확정될 거고, 수사망을 점차 좁힐 수 있을 걸세.”



“예, 알겠습니다. 신문에 광고도 내고 동네 방방곡곡에 수배지를 배포하겠네. 그러나 자네와 함께 수사하지는 않을 걸세. 그동안 너무 자네 도움만 얻었어. 이번에는 독보적으로 경관을 풀은 다음 발견한 것들을 종합하여 내 의지대로 결론을 내리겠네.”



“좋아, 좋아. 그렇게 함세. 자, 나는 지미 군과 자택으로 돌아가겠네. 나중에 보고 서로 새롭게 귀납적으로 발견한 게 있으면 각자 전보를 띄우도록 하세. 그 정도야 괜찮겠지.”



경감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 번 휘젓더니 나가라는 듯 눈치를 주었다.



우리는 범죄현장을 감싸고 있는 노란색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건너 돌아가려는 채비를 하였다.



“지미 군. 이 사건은 보통 사건이 아닐세. 분명 대가의 솜씨야. 아주 미스터리하고 알레고리하군. 좀더 우회적으로 사건에 접근할 당위성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군.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철두철미하게 증거물들을 토대로 추론하여 사건의 막을 내리는 일이네. 아직 종점은 멀었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사건이 진기하고 값진 것이지. 자, 가세.”



우리는 로더스 경의 대저택을 뒤로 하고 사륜마차에 탄 채 유유히 홀더스 경의 자택으로 향하였다.





이 소설은 다음 화에서 계속 됩니다.











p.s 오늘은 6시에 깨어났습니다. 잠을 5시간만 잤네요. 그래도 숙면을 취해서 그런지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제 소설을 읽기는 읽나요? 만약 재밌게 읽으신다면 덧글 하나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화는 마약에 관해서 썼습니다. 마약, 정말로 호기심이 일어나는 주제가 아닙니까? 한국은 마약의 안전지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겠죠. 그나저나 오늘과 내일은 아주 바쁘군요. 흑인 친구와 오늘 만나고 내일은 군대에 제대한 초등학교 때부터 사귄 오랜 친구와 해후해야 합니다.

요즘 들어 삶에 대해 열정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줄곧 받습니다. 열정을 어떻게 다시 회귀케 할 수 있을까요.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 읽었는데 이제 에거사 크리스티 70권 전집에 입문해야 겠습니다. 좌우지간 또 책이나 읽어야 겠습니다. 언제나 정진!















3장 Drugs

홀더스 경에게 집에서 쉬겠다고 얘기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여전히 고요하고 적막했다. 나는 금단증상 때문에 오랫 동안 약에 굶주려 왔다. 소파에 앉자마자 주사기를 꺼내서 예전에 맞았던 순도 5%의 코카인 용액을 7%로 늘리고 즉시 정맥 혈관에 찔러 넣었다.

몸이 불같이 뜨거워지는가 싶더니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데 머리를 망치로 쌔게 연속적으로 맞은 느낌이 들더니 배경이 하얘졌다. 엄청난 쾌락이 대뇌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이 짜릿함, 전율, 그리고 마비되는 느낌. 이윽고 안개가 눈앞에서 환각으로 나타나더니 악마의 형상이 그려졌다. 이 설레임, 고양감, 극도의 만족감, 극명한 쾌감. 세상이 온통 내 것이었다. 이래서는, 코카인 중독자가 돼서는 안될 듯 싶었지만 이 고무, 즉 쾌락을 평생 잊고 싶지 않았다. 나는 결국 폐인이 되는 건가? 코카인은 확실히 강력한 약물이다. 물론 마약의 황제는 헤로인이라지만, 그리고 코카인은 연속으로 3개월 이상 하지 않는 이상 중독이 안 된다지만 아무래도 내 몸에 코카인은 너무 민감한 듯싶다. 그리고 어젯 밤 뒷골목에서 사온 마리화나를 도취의 가운데서도 종이에 말았다. 이윽고 완전히 말은 마리화나 한 까치를 입에 물고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엄청난 안정감과 다행감이 심장에서부터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 알딸딸한 기분과 코카인의 각성성이 나를 온통 휘감았다. 실로 마약은 좋은 것이었다. 엄청난 도취의 새벽을 맞은 지금, 나는 신들린 채 서정시를 써내려갔다. 내용은 주로 베티에 관한 것이었다. 베티의 영혼, 베티의 얼굴, 베티의 육체, 베티의 보지, 베티의 항문. 나는 그녀를 너무 사랑한 것이었다.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결코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도취 중에도 슬픔에 젖어 더 강한 마약을 갈구하였다. 저기 난롯가 위에 홀더스 경에게 받은 헤로인 용액 샘플이 있다. 헤로인은 손을 대면 즉시 인생이 마감된다고 할 정도로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약물이다. 죽기 전에 한 번 맞는다고 칠 정도로 의사들도 극도로 조심스럽게 쓰는 약물이다. 그러나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 나는 헤로인 샘플의 용액을 수분 전해질에 10%라는 많은 양을 섞어 곧바로 정맥에 주사했다.

환상, 꿈결 같은 기분,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영원히 이 천국에 존속하고 싶은 기분,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기분, 고취감, 따스함, 아름다움, 극도의 만족감, 배경이 흠뻑 하얘진다. 그렇다. 여긴 천국이다.

나는 한 번에 세 가지 마약을 동시에 주사한 것이다. 내 뇌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비정상적인 쾌락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다. 천국 같은 건 필요없다. 마약이 존재하는 한 지상이 천국이라는 명제는 성립된다. 마약은 실로 신의 선물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피골이 상접할 때까지 마약만 하리라. 홀더스 경과의 사건은 아무려면 좋다. 베티의 죽음도 내게는 무관한 것이다. 오직 이 쾌감만이, 이 도취만이 내 불멸성을 보증할 것이리라. 내 영혼을 악마에 팔아서라도 나는 마약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이 영지주의의 ‘카발라’를 전신으로 느껴보자! 삶이 이렇게도 만족스러울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나는 도취에 몰두되어 깊은 잠에 빠졌다.



자명종 시계의 울림에 깨어 일어나보니 밤이었다. 무려 19시간 정도를 숙면한 것이다. 나는 어지러움과 깨질 듯한 두통을 바로 잡고 일어나 해군담배를 물었다. 불을 붙인 후 안도감을 느낀 후 핸드밀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아주 강하게. 커피 원액은 너무나도 진해 흙탕물을 농축한 것 같았다. 그것을 크림과 반반씩 섞어 먹었다. 해군담배는 줄담배식으로 폈고 그런 이유로 나의 도파민 수치는 다시 정상을 찾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체부가 오더니 전보를 건네는 것이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지미 군에게.

화학실험 결과 역시 클로로포름이었네. 내 추론이 맞다면 범인은 중키에 중년 백인 남성으로 수염을 길게 잔뜩 길렀지. 왜냐하면 내가 사건 현장에서 털이 떨어진 걸 봤는데 그게 꽤 길었지. 그리고 털의 색깔이 노란색으로 보아 백인임을 알 수 있고, 털의 길이로 보아 중년이 아니라면 이렇게 길게 수염을 기를 수가 없네. 그리고 노인도 물론 수염을 이렇게 기를 수는 있겠지만 수염의 색깔이 하얗겠지. 아무튼 수사망은 좁혀졌네. 이제 이러한 제특징을 수배하여 영국 전역에 뿌리는 일만 남았네. 여러 가지 증거와 범인의 특징은 이미 우리가 범인을 반쯤은 잡았다고 봐도 무방할 걸세. 지미 군. 내 집으로 오게. 그리고 자네 어제 눈망울을 보니 마약에 반쯤 쩔어있더군. 그러다 인생 종칠 거네. 내 앞에서 마약은 절대 안 되네. 혼자서도 절대 마약에 손을 대지 말게. 더욱이 헤로인에는 결단코 손을 대지 말게. 헤로인만큼 무서운 약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네. 자, 그럼 파이프를 피우면서 기다리고 있겠네.

- 자네를 존중하는 리틀 홀더스 경 씀.



자, 이제 서막이 2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내가 홀더스 경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차례였다. 그래! 힘내야지. 내가 이래봬도 명실공히 영국 최고의 지성의 비서가 아닌가. 이번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그 범죄계의 대부를 꼭 손아귀에 넣고 말테다! 더군다나 첫 사건이니만큼 이를 해결 못한다면 앞으로 닥칠 사건들을 풀어나가기란 참으로 어려울 테다. 나는 홀더스 경에게 가고자 이륜마차를 잡고 마부에게 5실링의 팁을 준 후, 마차 안에서 눈을 조용히 감고 홀더스 경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무렵 창가로 비춰지는 달은 보름달이었는데, 조용히 빛나는 게 그 음습함이 앞으로 닥칠 불길한 사건들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은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양주시 개인의 서재에서 도둔산을 올려보며 박준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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