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전의 최원길입니다.
요즈음 자신이 겪어본 최고의 것에 대해 “인생”을 접두어로 붙이곤 하는 모양입니다.
인생짤.. 인생xx..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평가하고 최고라고 생각되면 “인생~”을 붙이더군요.
한 때 튜너를 제법 만져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귀차니즘에 지배당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소스임에 틀림없었으니까요...
음악 듣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튜너를 이용해 주로 음악을 듣곤 합니다. 여러 대의 튜너중에서 살아남은 4대가 현재 제곁에 있는 셈이지요..
그중 하나가 Bang & Olufsen의 Beomaster 5000이라는 물건입니다.
검색해보면 같은 이름의 리시버가 검색되기도 하는데요..
B&O는 나중에 디자인 위주의 리시버나 시스템을 주로 생산하였기 때문에 전용튜너는 희귀한 편입니다. 이 물건이 그중 하나입니다.
사이즈가 좀 생뚱맞고 전면의 모양새도 기존의 튜너들과는 좀 달라서 어색해보기도 하지만 그 내막을 알고나면 그들의 디자인에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디자인으로 한몫 보는 덴마크의 멋쟁이 Bang & Olufsen... 그렇지만 B&O를 들어보신 많은 분들은 겉모양 못지않게 소리로도 한몫 한다고들 하십니다.
이 물건이 제게 온 것은 태어난지 40년이 다 된 2007년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겉모양만을 봤을 때 윗판과 아랫판이 나무인 듯 보여서.. 역시 디자인만 고려했지 좀 약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처음 전원을 넣어보니 시그널미터는 잘 작동했지만 스테레오 램프가 안들어오더군요.. 역시 내구성이...
다행히 소리는 스테레오로 들리는 것을 보고 램프가 문제가 있겠구나 했었습니다.
윗뚜껑을 열어봐야겠는데.. 그냥 보기에는 쉽지 않아보여 한동안 그냥 소리만 들었습니다. 소리는 예상을 뛰어넘어 훌륭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제곁에 있게 된 것이지요...
그 얼마뒤 윗뚜껑을 열 수 있게 되어 뚜껑을 열고 내부를 들여다보니... 단숨에 보통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자성체 금속 주물구조에 강판을 덧대고 거기에 기판을 비롯한 튜너 내부구성물을 고정해 놓았더군요. 집어 던져도 튜너 외부만 손상이 갈 뿐 내부본체는 끄떡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구조의 튜너로 독일제 Klein & Hummel의 ET-20이라는 튜너를 한 때 가지고 있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지인에게 가 있습니다만...
뚜껑을 열고 우선 스테레오 램프의 전구를 꺼내 살펴보니 전구가 끊어진 것이 아니고 소켓과의 접촉 불량이었습니다. 약간의 작업으로 스테레오 램프도 잘 들어오게 되었고요.. 윗 뚜껑 내부에 작은 봉투가 붙어 있었는데.. 그 내부에 회로도를 인쇄한 종이가 들어 있더군요.. 이렇게 꼼꼼하고 친절한 것들을 봤나...
당시 여러 가지로 기쁜 마음으로 뚜껑을 덮고 한동안 제 친구로 삼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는 파워램프가 나가서 안 들어오더군요..
이번에는 점검도 할 겸 가까운 서비스센터를 찾았습니다. 전구를 갈고 점검을 해보니 다른 곳은 전혀 이상이 없어서 그냥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우리나 미국과 FM 방송 송신조건이 달라서 튜너에서 재생시에 필터회로를 이용한 주파수 보정(De-emphasis) 범위를 바꿔줘야 하는데요.. 이러한 De-emphasis 보정이 제대로 안되면 고역이 강조되고 저역은 살짝 죽어 있는 소리가 나서 장시간 듣기에 조금 불편함이 생기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크게 불편해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제대로 된 음악을 들으려면 정상적인 보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떤 튜너들은 이를 위한 선택스위치가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Beomaster 5000도 독일쪽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라 보정이 이뤄져야만 했지만 큰 불편함이 없어서 그냥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언젠가 동호인분이 그 부분에 대해 문의를 하셨길래 정보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저도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1차적으로 보정회로에 부품을 추가해서 보정 작업을 했었고요.. Power Supply 쪽의 낡은 부품도 일부 교체를 하는 정도로 정리를 하고...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그게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어마어마한 물건은 아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물건을 감히 “인생튜너”로 정했습니다.
이 물건의 받침대 노릇을 하던 다른 튜너가 있는데.. Sony의 ST-A7B라는 튜너(이 물건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인생튜너"가 될법한 물건입니다만...)입니다. 이 받침대 튜너는 주파수 디스플레이가 망가졌고.. 주파수 고정 기능이 불안해서 그냥 받침대로만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근래 이 물건에 전기를 넣어보니 주파수 디스플레이 외에는 기본 기능은 정상이라 다시금 사용해보는 과정에서 비교도 할 겸 “인생튜너”도 다시 집중적으로 만져보았습니다. 그런데 작동후 10여분이 지나면 오른쪽 채널의 소리가 찌그러지고 음량이 작아지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전문병원에 가기 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심산으로 일단 경년변화가 가장 의심되는 오디오 출력부의 커플링용 전해콘덴서를 교체해보기로 했습니다.
위, 아래 뚜껑만 열면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어서...
어제 작업을 마쳤습니다. 뚜껑을 연 김에 전원부의 평활용 콘덴서도 떼어내고 교체하였습니다. 만들어진지 거의 50년이 되었으므로 이제는 쉴 때도 된 부속들이지요.. 다른 전해 콘덴서들도 바꿔주면 좋을텐데 아직 부품이 준비되지 않는 상황이라 주문한 부품들이 도착하면 하기로 하고 다시 뚜껑을 덮었습니다.
일단 오른쪽 채널의 찌그러짐은 성공적으로 사라졌습니다. 커플링콘덴서가 문제였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소리를 들어보니 약간은 거칠고 날카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필름콘덴서를 사용하기에는 공간적인 제약이 있어서 다른 종류의 콘덴서들을 주문해 놓았는데.. 다시 교체작업을 할 때까지는 약간 길들이기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제귀가 길들여지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이상 “인생튜너” 되살리기 작업이었습니다.
행복한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