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넘어 갔으니 올해로 딱 계란 한판 찍었네요. ^^;;
꽤 긴 글이 될것 같으니 시간 없으신 분들은 패스...... ㅎ
96년도 였으니까 대략 15년 전이네요...
제가 어릴때부터 몸집이 좀 컸습니다.
좋게 말해서 몸집이 좀 컸다는거고, 그냥 뚱뚱보 였죠.
뚱뚱보라는 말도 좀 귀엽게 표현하는거고, 실상 그냥 돼지였습니다. 고도비만인...
96년 중3때 살을 좀 빼보고자 해서 집 근처에 있던 헬스장을 다녔습니다.
대체로 다들 그러하듯이 헬스장+에어로빅을 함께 하는 곳이었죠.
특이한건
에어로빅룸이 따로 마련된것이 아니라
헬스장을 반으로 잘라 반은 헬스장 반은 에어로빅룸 이었죠.
헬스하면서 고개만 돌리면 에어로빅하는 모습을 그대로 감상??할수 있는...;;;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하고 몇일후 상당히 호감가는 형을 만났었습니다.
상당히 위트있고 활동적이었고, 춤도 잘췄었고 눈이 굉장히 이뻤습니다.
덕분에 관장님이나 에어로빅 선생님 등등 어른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았고,
그 형과 친해짐과 동시에 일종의 콤비처럼 그 헬스장을 정말 재밌게 다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은겁니다.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형을 좋아하니 상대적으로 나를 싫어하는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형을 좋아하고 나는 그냥 평범한, 아는 헬스장 학생 정도로만 알수도
있는건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즈음 해서 저에겐 정말 어린 나이에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는데요...
에어로빅팀에서 한달에 한번씩 다과회 같은걸 했었는데, 바로 그날 이었습니다.
헬스장 구석에서 기구를 들고 있는데, 저 에어로빅룸 앞에서 에어로빅 선생님
목소리가 살짝 들립니다.
" ㅇㅇ 아( 형을 부르며) 일루와... 쟤는 그냥 놔두고 너만 와 빨리... "
고개를 돌려보니 형이 여자탈의실로 휙 들어가는 뒷모습이 보이더군요...
에어로빅이 끝나고 탈의실 사용이 끝나면 그 여자탈의실에서 다과회를 했었거든요.
그때는 왕따라는 단어가 없었는데...
' 어.... 이 사람들이 나를 따돌리나... '
하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그후 그형이 나와서 같이 집에 갔었는지 아니면 그냥 혼자 집에 갔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도 그냥 혼자 기다리다 집에 갔었던것 같네요....
그리고 몇일후...
아주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죠...
헬스장을 들어서는데 에어로빅을 하던 누나들중 한명이 저에게 오더군요.
" 너 몇일뒤에 중간고사 있지?? "
" 네~ 다음주에 있어요 왜요?? "
" 어 그러면 그때 너 헬스장 오지마~ "
" 네??????? "
" 어??... 음.. 아 아니다 그냥 와~ "
그러고는 가더군요...
뭔소린가... 하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울컥 하더라구요...
이 사람들이 나를 따돌리는구나...
내가 싫구나...
어린 마음에 너무 크게 상처를 받았었습니다.
실제로 그때 내가 따돌림을 받았던건지
아니면 어떻게 잘못된 상황들이 맞아떨어져 저 혼자만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사람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항상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 음... 일단 내가 호감가는 스타일이 아니니 사람들은 나를 싫어할꺼야... '
아무리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반사적으로 생각이 들어 버리더군요...
특히 여자들에게 당했던 부분이라 그런건지
모든 이성들이 저를 피하고 싫어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낯선 여자를 만난다거나 잘 모르는 이성을 만나면
그렇게 어색하고 불편 할수가 없더군요.
뭐 그렇다고 해서 여자를 못 사귀는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많이 만나본것도 아니고 3명 사귀어 봤는데요...
3명 다 제가 먼저 이별 통보 했었고...
3명 다 저에게 매달렸었습니다.
이런 결과들을 보면 딱히 제가 못났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이성들이 무턱대고 나를 싫어하지도 않을거고
사람들이 나를 비호감으로 생각하지도 않을것인데...
그냥 반사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나를 싫어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그냥 반사적으로... 이성이든 동성이든 나이가 많던 나이가 적던....
그래서 사람을 만나기 꺼려지고 피하려 합니다.
어릴땐 인사성 밟다고 동내 어른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는데
언제 부턴간 사람들에게 인사하는것 부터 기피하게 되네요... ㅠㅠ
안 그래야지...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해야지...
내가 가만히 앉아서 인사를 받으려고 하지말고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해야지...
아... 그런데...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나를 싫어하면 내가 인사하는것도 싫을텐데...
싫어하는 사람에게 인사를 받으면 더 싫어질텐데...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는게 좋겠다...
이런 생각이 막 듭니다...
완전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는걸 아는데....
그냥 반사적으로 든다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생각 한적도 있구요...
내 외모가 문제인가...
뚱뚱하고 미련해 보이는 내 외모가...
3년쯤 전에 무턱대고 집근처 헬스장을 끊었습니다.
그냥 퇴근하고 집에 왔다가, 집에 뒹굴던 체육복을 대충 챙겨들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헬스장을 찾아가 회원권을 끊었습니다.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지요....
키 183에 몸무게 122Kg.....
정말 혹독하게 했습니다.
퇴근하면 삼각김밥에 우유하나 먹고 헬스장 직행...
무조건 하루에 2시간 채웠습니다.
기구를 들던 러닝머신을 뛰던 싸이클을 타던 무조건 2시간...
집에오면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죠...
한달에 4-5Kg씩 빠지더라구요...
저녁에 친구들이 보자고 하면 회사에서 일한다고 뻥치고
무조건 헬스장 갔습니다.
마치 회사출근 하듯, 학교 등교하듯, 의무적으로 헬스장을 갔습니다.
현제 키 183에 몸무게 86-7Kg 정도 유지하고 있구요.
사실 여기서 더는 아무리 해도 안빠지더군요... ㅡㅡ;;
문제는 이렇게 살을 빼고서도
반사적으로 ' 내 외모가 별로니 사람들이 싫어하겠지... '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ㅠㅠ
아닐거라고 아무리 생각 해봐도... 정말... 잘 안되네요...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고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서 친해지길 바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오늘 정말 오랫만에 우울한 일을 겪었습니다.
헬스장에 재키 스피닝이란 수업이 있는데요...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헬스수업이 실내 자전거 수업인데,
노래를 크게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는 수업이라
다른 운동처럼 지루하지 않고 꽤 괜찮습니다.
저도 이 운동으로 감량 엄청 많이 했구요..
그러다 보니, 인기가 많아 자리가 부족하기가 일쑤...
헬스장에서 해결 방법으로 선착순 이름적기를 시행합니다.
각 자전거에 번호를 부착해 헬스장 인폼에 표를 만들어
해당 표에 본인의 이름을 적으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먼저 온 사람들이 친구나 친분이 있는 사람등의 이름을 같이 적어버리는
편법이 발생해, 인폼에 있는 여자직원분에게 표를 맏겼습니다.
저번주 인폼에 여자직원분에게 자전거 자리를 부탁하고 번호를 확인한뒤
수업에 들어갔는데..... 어라?? 다른 사람이 자전거에 앉아 있더군요...
표를 확인 해보니 해당 번호에 제 이름이 없는겁니다...
알고 보니 다른 번호와 뒤섞여 엉뚱한 번호에 적어놨더군요...
일단 그냥 빈 자전거가 하나 있어 해당 자전거로 스피닝 수업을 그냥 들었습니다.
하나의 해프닝이라 생각하고 웃으며 넘겼지요....
실제로 해프닝이기도 했을거구요.
헌데 오늘...
평소와 다름없이 자리를 하나 부탁하고 번호를 확인한 뒤
옷을 갈아입고 수업에 들어갔는데
또 다른 사람이 앉아있더군요...
아... 또 다른데다 적어놨나.... 싶어서
표를 확인 해보니
이번엔 아에 제 이름 자체가 없는겁니다...
제가 이 헬스장을 다닌지가 2년이 되어 가는데...
왠지 모르게 무시당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그냥 참고...
마침 또 남는 자전거가 있어, 수업을 들었습니다...
옛날에 제에게 안좋은 기억을 만들어 줬던곳이 헬스장이다 보니
더더욱 더 신경이 쓰이더군요...
운동을 하다가 불현 이런 미친생각도 들더군요...
' 혹시 인폼의 여자직원분도 나를 싫어하고 스피닝 선생님도 나를 싫어하고
스피닝 수업을 듣는 모든 회원들이 나를 싫어하는게 아닐까?? ' 하구요...
진짜 말같지도 않은 생각이죠...
헌데 그냥 들어버리는 겁니다...
정말 너무 우울하더라구요...
기분도 안좋고... 무시당한것 같고...
아....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이거 뭔가 병인것 같은데...
아주 예전에 친구에게 한번 털어놓은적 있는데
친구녀석은 역시 대수롭지 않게
" 너가 예민하다... 생각을 바꿔라...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나... "
하더군요...
참... 스스로 알면서도 이게 잘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