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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커피에서 神을 찾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1-01-06 16:14:51
추천수 0
조회수   1,024

제목

[칼럼] 커피에서 神을 찾다.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p.s 그동안 와싸다에 활동정지가 돼서 글을 못 올린 박두호입니다. 박준수가 원래 이름이고요. 앞으로는 와싸다 유저들에게 해가 안 되는 글들만 올리겠고 허접한 글은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그동안 실용오디오에서 활동했었는데 이제 드디어 와싸다에 포문이 열렸군요. 글을 예전처럼 자주 올리지는 않습니다. 완성적인 글만 올릴거거든요. 그리고 아직 학문을 더 수양한 후에 훌륭한 글로 대미를 장식하고 싶습니다. 제 다른 글은 www.crystalaudio.co.kr 사랑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작하면서…



로마교황은 말했다. “커피는 신의 축복이다.” 이제 커피가 없는 현대인의 삶은 찾아보기 힘들다. 커피의 교역량은 석유 다음으로 가장 많으며 식품 중에는 1위를 차지한다. 전세계 사람들이 신의 세례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상상력의 한계가 부서진다고 했고, 마르크스는 14잔의 커피를 냅다 마시며 역사를 바꿔 놓은 저서 ‘자본론’을 탈고했다. T.S엘리엇은 커피알의 개수로 자신의 작품의 크기를 잰다고 했고, 베토벤은 매일 정확히 똑같은 개수의 커피알로 하루를 시작했다. 칸트는 죽음의 문 앞에서까지 커피를 찾았고, 바흐는 커피가 자신을 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다고 고백했다. 필자는 신앙이 아닌 커피에서 신(神)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필자가 처음 커피를 접했을 때는 20살 때이다. 어느 커피 전문점에서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그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소위 영지주의의 ‘카발라’가 필자의 영혼을 흠빡 적셔주었다. 나는 한 잔의 커피를 마심으로써 남들이 보지 못한 영역을 넘볼 수 있었고,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최고의 쾌락을 맛보았다. 나의 지식은 이미 평상시 체현할 수 없는 메타적 범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었거니와 의지는 하늘을 뚫을 듯했고 삶에 대한 강렬하고 아름다운 열정이 탐미적으로 나의 마음의 눈을 번쩍 뜨게 해 주었다. 자의식은 과잉하고 있었고 그 짧은 순간 나는 세상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한마디로 커피는 나의 삶을 바꿔놓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커피가 나를 이 정도 경지로까지 끌어올릴 줄이야!’라고. 솔직히 말해 나는 커피의 지식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커피를 사랑하고 아끼는 한 사람으로써 여러분에게 커피에 관해 말해보려고 한다. 신이 우리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 있다면 그것은 ‘커피’ 하나라고 여러분에게 거침없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는 축복이다.





- 박준수만의 드립커피 만드는 법



1. 원두를 200g(꽤 많은 양이다. 사실 커피숍에서는 샷추가를 해도 80g 이상 안 쓴다)을 꺼내서 핸드밀이나 전동 그라인더로 아주 가늘게, 그러니까 에스프레소식으로 아주 잘게 간다(그럼으로써 아주 진한 맛을 낼 수 있다, 두껍게 갈면 진하지가 않다).



2. 10인용 칼리타 드립퍼(드립퍼란 커피 내리는 도자기식 기구임, 10인용 기구는 1만 3천원 정도)에 드립필터를 착용한 후 갈은 커피를 고르게 붓는다.



3. 많은 양의 커피가 가득 찰 것이다. 그럼 이제 물을 끓인다. 중요한 점은 100도까지 끓여야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추출될 수 있다. 온도가 높을 수록 좋다.



4. 이제 끓인 주전자에 물을 드립퍼에 나선형으로 시계방향으로 천천히(천천히 부을 수록 커피는 진하게 추출된다) 붓는다.



5. 한 번 그렇게 뜸을 들인 이후(뜸 들일 때는 커피가 추출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추출을 처음 시작한다. 그렇게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을 추출한다.



6. 그러면 약 700ml의 진한 커피원액 나올 것이다.



7. 한 사람당 200ml 씩 컵에 배분한 후 우유를 1.5배 섞고 얼음을 탄다.



8. 그러면 아이스 까페라테 완성.



9. 300g의 원두를 썼으니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할 것이다. 여기에 말보로 레드 같은 독한 담배를 곁들여 마시면 금상첨화.





1. 드립커피에는 왜 혼이 담겨있나.



나는 무수한 개인커피숍을 편력했지만 나를 만족해줄만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나는 직접 커피를 만들어보려고 작정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다시피 최고의 커피는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드립커피라고 했다. 에스프레소는 일률적으로 똑같은 맛을 뽑아낼 수는 있지만 인위적이고 무엇보다 혼이 담겨있지 않다. 자신의 자아를 담아 손수 한 잔의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이 내가 그렇게도 커피에서 신을 갈구하는 욕망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드립커피에 입문한 지 2년이 흘렀다. 그렇게 나는 어떻게 하면 커피에 혼을 담을 수 있는 지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나의 결과물을 마시고서는 거기서 신을 찾았다고 여겨졌다. 혼이 담긴 커피를 주조하는 기법을 연구하느라고 엄청난 양의 원두를 소비했다. 나의 팔은 무리한 핸드밀의 사용으로 비정상적인 근육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것을 노동의 결실이라 여겼다. 나는 진정한 사유의 힘이 책이 아닌 커피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커피의 꽃인 ‘드립커피’야말로 인간의 영혼을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2. 내게 커피란



나는 커피 없이 살 수 없다. 커피는 나의 삶을 변화시켜 주었고, 내 철학사상과 문학 다음으로 커피는 내게 중요한 것이다. 더군다나 여자 친구도 없으니 외로운 가운데서도 커피만이 내게 큰 위안을 준다. 대부분의 커피숍에서는 싸구려 아라비카 원두를 써서 그 맛이 덜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집에서 내려 먹는 드립 커피에는 고급 원두를 써서 사실 커피숍과 양이나 질에서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일본은 드립 커피가 전세계에서 최고로 발달한 나라이고, 우리나라도 곧 인스탄트 믹스 커피를 그만 먹고(담합과 가격 상승이 너무 심하다. 거품이 너무 끼고, 솔직히 너무 맛없다) 모두 드립 커피 한 잔 했으면 좋겠다. 드립 커피는 너무 좋은 취미이다. 사실 나는 오디오를 하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내겐 여러 취미가 있고 오디오도 물론 좋지만 드립 커피란 취미보다는 재미가 떨어진다. 커피는 항상 나와 함께할 것이다. 나는 내 커피를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인정 받는 걸 좋아한다. 아주 독한 드립 커피 한 잔은 나른한 몸을 깨워주고 사람을 아주 즐겁게 한다. 보통 300g의 원두를 사용해서 한 잔을 만들면 카페인이 350mg 정도 되는데 딱 하루 한 잔에 적당한 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커피는 문화다. 커피를 모르는 자는 현대문명의 이기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커피가 너무 좋다. 앞으로 돈을 모아 44만원 짜리 전동그라인더를 사려고 한다. 그리고 블루마운틴 100% 원두도 맛보고 싶다. 나는 보통 한 달에 3kg의 원두를 사서 전부 소비하는 편이다. 워낙 한 번 내리는 데 원두를 많이 쓰니 그닥 후반에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여러분께 드립 커피를 취미로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와이프나 애인이 특히 좋아할 것이다. 그리 어려운 취미도 아니며 힘들지도 않다. 간단하고 소박한 취미이다.





3. 어떤 드립커피가 최고인가.



드립커피는 무엇보다 노력만이 그 맛의 비결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절대 자동 그라인더를 사용하여 원두를 갈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땀 흘리는 아프리카 농부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오로지 핸드밀로만 손수 자신의 팔 근육을 사용해서 커피를 갈아야 한다. 일단 일반 커피점에서는 비용을 아끼고자 드립커피에 원두를 매우 적게 사용한다. 필자가 말하건대 드립커피의 원두 소모량과 맛은 ‘정비례’한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엄청난 양의 원두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어느 선에서 절제할 줄 아는 게 중용의 도일 것이다. 물론 혹자는 드립커피를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마시는 법이 어디있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흐린 커피를 보리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아는 자고로 진한 커피를 마셔야 중원을 평정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필자의 커피 노하우를 전수하겠다.







4. 커피는 몸에서 어떠한 작용을 하는가.



커피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다. 즉 몸의 노화를 강력하게 방지해준다. 그리고 암을 예방한다. 거기다가 해열작용에 통증완화작용까지 갖추고 있다. 혈압을 적당히 올려 기분 좋게 해주고 근육의 지구력을 상승시켜 오랫동안 운동이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몸의 글리코겐 대신 오로지 지방 부분만 태우므로 놀라운 다이어트 효과를 가능케 한다. 인슐린을 자극하여 당뇨를 예방하고 심장을 적당히 운동하게 해 심장병을 방지한다. 또한 뇌줄중과 치매, 파킨스 병을 예방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커피의 매력은 중추신경계(CNS) 즉 뇌에 작용하는 효과일 것이다. 카페인이 부신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므로 이렇게 생성된 아드레날린은 뇌로 이동하여 뇌에서는 그 방어기제인 노르아드레날린을 폭발적으로 생성한다. 노르아드레날린은 각성과 의식, 감정의 확대를 가져와 기분이 깨이면서 일시적으로 즐거워진다. 카페인은 뇌로 도달하기 직전 뇌 혈관장벽(Brain blood barrier)를 통과하여 뇌내 이데노신에 브레이크를 걸으므로, 그로 인해 Camp수가 확산되어 도파민 수치가 항진한다. 그러면서 황홀감을 느끼게 되며 지(知)의 폭발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여러 가지 뇌에 미치는 영향들이 있지만 필자가 과학자도 아니므로 그 이상 함부로 말하지는 않겠다.





글을 마치면서…



정성을 쏟아 만든 커피와 생각 없이 인스탄트 커피나 커피전문점의 공장식 커피는 격이 다르다. 커피에 개인의 혼과 아우라를 담음으로써 커피는 스피노자적 신의 실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커피도 일종의 예술이라 할 수 있고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신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처음에 드립커피 만들기가 불편하여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맛도 자신이 뜻한 대로 나오지 않아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익숙해지고 성숙해지다 보면 바로 이거다하는 맛이 나오고 만들기도 그리 번거롭지 않게 된다. 필자는 향이 약하고 농도가 강하지 않거니와 우유와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보리차라고 여긴다. 왜 드립커피에 설탕을 넣느냐고 힐책할 수도 있겠으나 커피는 적당한 양의 설탕 없이는 그 풍미를 살리기가 어렵고 우유가 없이는 진정한 방향을 구현할 수 없게 된다. 우유와 설탕을 부디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탈리아 사람들도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엄청나게 부어 마신다. 에스프레소도 물론 좋다. 그러나 드립커피는 순수 100%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므로 이것 만큼 인간의 정신과 혼을 담기 쉬운 건 없을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자기만의 드립커피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지?



나의 소소한 행복 중에 하나가 드립 커피를 내려서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다. 드립 커피는 솔직히 에스프레소보다 더 맛있다. 먹어본 사람만이 그 진가를 안다. 에스프레소는 너무 인위적이고 향의 강도와 밀도가 드립커피보다 엷다. 제대로 내린 드립 커피는 에스프레소보다 진하고 스모키한 환상적 방향을 자랑한다. 나는 커피를 정말 사랑한다. 새해에 또 인스탄트 커피 값이 또 오른다고 한다. 이참에 드립커피로 갈아타면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드립 커피는 음료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에 가깝다. 드립커피에 혼을 불어 넣고 내리면 그 정신적 실체가 드립 커피에 묘묘히 배겨든다. 나는 오늘 드립커피를 내려 가족 전체, 즉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동생과 나누어 먹었다. 10인용 드립퍼로 대략 300g의 많은 양의 원두로 충분했다. 담배는 피지 않을 수 있지만 커피를 먹지 않는 내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페이퍼 드립, 즉 손으로 내리는 커피에는 석가가 모든 사물에 신이 있다고 했듯 신에 섬세하게 스며들어 있다. 그럼 저번에 드립 커피 내리는 법을 자세히 설명 안 해서 이번에 확실히 말해두겠다. 가족과 커피를 나누어 먹는 것도 하나의 낭만이지 않을까?





양주시 개인의 서재에서 박준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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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eerong@hanmail.net 2011-01-06 21:29:34
답글

근데 드립하는데 너무 잘게 분쇄하면 잡맛? 쓴맛등 안좋은맛이 날꺼 같습니다(해보진 않았지만...)<br />
<br />
에스프레소가 아주 가늘게 갈아도 되는건 순간 높은 압력으로 빠른시간에 추출하기때문에 가능한걸로 아는데요

장순영 2011-01-07 09:01:30
답글

드립커피 도전해 볼까봐요...ㅠㅠ 이넘에 귀차니즘땜시..;;;

변용수 2011-01-07 10:08:56
답글

드립커피 맛은 최고지요.. 단, 원두 소모량 많은거와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하는게 단점.. <br />
항상 정성이 들어가야 머든지 맛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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