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디오질 하면서 얻은 교훈 중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혹은 성장과정에 타고나고 만들어지는 성향이라는게 있습니다. 물론 노력으로 극복되고 고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타고난 성향을 고치려는 노력은 때론 무의미한 에너지 낭비죠.



저도 한때는 열심히 전국을 누비며 중고거래를 많이 했지만 역시 타고난 귀차니즘은 고쳐지지는 않더군요. 요즘은 신품을 살 수 없는 제품 혹은 택배거래가 불가능한 제품만 움직입니다.



그래서 유난히 신품을 많이 샀었습니다. 팔 때 문제가 많죠. 왜냐면 중고시세라는 것이 첫주인만 개피보는 구조라 주로 지인댁에 분양하거나 했습니다. 아는 사람이면 좀 덜 아깝잖아요.



다른 오디오는 다 괜찮은데, 괜찮은게 아니고 신품을 구입하는 재미도 각별한데 스피커만큼은 참 아닌것 같습니다. 지금은 콜로서스와 루나 단 2조만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신품으로 구입을 한 것들입니다.



국산 스피커를 사용하게 된 이유도 신품 구입시에 수입 스피커들이 비싸서 자연히 이쪽으로..



신품 구입해서 아직도 안 팔고 있는 루나의 경우 장점이라면 신품 사서 지금까지 사용하니까 아무래도 좀 각별하죠. 팔아서 돈이 되면 팔텐데 돈도 안 되니 평생 가져갈 것 같구요. 팔아서 돈 안 되도 너저분한게 싫어서 파는 물건도 많았습니다만.. 저는 빈티지류의 스피커나 오디오 등등은 그냥 주거나 버렸습니다.



미쳤나 싶으시겠지만 개당 10만원도 안되는 오디오의 경우는 지방에서 차비 빼주고 안 써서 문제 생긴거 확인해보고 고치고 귀찮은 것보다 버리는게 편했습니다. 저는 장터에 고장난거 안 고치고 파시는 분들 보면 오디오는 뭐길래 고물도 파나 싶기도 합니다. 머 이건 개인적인 가치관 문제니 접어두죠.



하여간 신품 스피커를 많이 써본 입장에서 스피커는 어지간하면 중고 사는게 좋을거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바꿈질을 안 하는 경우는 상관 없지만 사실 스피커 몸 풀려면 보통 1년은 잡아야 합니다. 강제로 번인 시키면 이보다는 줄어들겠지만 그냥 음악 들으면서 길들이는 경우에는 만만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몇개월 지나면 몸이 풀리면서 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이 이후는 변화를 몸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지만 대략 1년 정도는 굴려야 진정한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이전에 방출 당하거나 실컷 길만 들여주고 팔게되죠.



바꿈질은 확실히 일종의 병에 가까워서 마음에 드는 기기도 바꾸게 되던데 신품 스피커는 바꿈질 하기가 좀 꺼려지는 면은 있는거 같습니다. 말하자면 실컷 고생만 하고 길들여준 비용 오히려 받아야 하는데 중고가를 생각하면 첫주인의 물질적인 손해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죠.



무엇보다 스피커가 번인 되기전에 받는 스트레스가 커서 앞으론 절대 신품 스피커를 구입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분들 보면 무던히 들으시는 분들도 많던데 제 경우는 구입처 사장님이 짜증을 낼만큼 유독 소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더군요. 아마도 음악적 취향이 경직되고 딱딱한 것을 싫어해서 더 그런것 같습니다.



9개월째 사용중인 콜로서스도 정상적인 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한지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이놈은 유난히 길더군요. 원래 케블라가 길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길들기전에 소리가 개판인 것은 루나의 경우를 통해서 뼈져리게 느꼈지만 콜로서스는 유닛이 다르기도 하고 첨부터 소리가 루나처럼 개판은 아니었기에 안 들을 때도 음악 틀어두고 다니고 하면서 6개월을 보냈지만 별 변화가 없더군요.



아마도 스캔스픽 우퍼까지 있다보니 더 오래 걸렸을것이고 구동력이 충분치 않은 엠프로는 백년은 길들여야 한다는 측면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좋은 소리가 나지만 아마도 더 좋아지리라 생각이되더군요.



하여간 스피커가 늘 1조는 신품이다 보니 길들이느라 받은 스트레스 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스피커 업체 다 말아먹을 소리인지는 몰라도 되도록 스피커는 중고 사세요. 그것도 구동력 좋은 엠프로 충분히 울려서 잘 익었나 확인하시구요.



길들이기 때문에 신품 스피커가 안 팔리면 길들여서 출시하거나 수를 쓰겠죠.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기본적으로 길들여서 나온다는 소리가 있던데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버릇 개 못 준다고.. 혹시나해서 저렴한 국산 파워엠프 1개는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경험상 신품 스피커는 출력이 어느 이상급인 파워 엠프를 물려서 들으면 좀 더 빨리 길이들더군요. 어느날 멍하게 신품 스피커를 카드 결제하는 제가 쉽게 상상이 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