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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에 서명하고 중동으로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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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2 10: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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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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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에 서명하고 중동으로 갑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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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완 [가입일자 : 2003-08-16]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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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스무살 무렵부터 제과를 배우기 시작해서 딱 서른살에 결혼과 동시에
자영제과점을 오픈했습니다. 무려 18년 동안이나 걍 크게 아쉬울것도,
그렇다고 큰 벌이도 없이 한자리를 지켜 왔네요.
그런데 시장의 변화와 커가는 아이들, 노후를 생각하면 더 이상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이런 상황을 계속 할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어떻게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갈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왔습니다.
지금 가게를 정리해야 하는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새로운 업종으로 가야
할지 규모를 키운 자영제과점을 좋은 입지에 오픈해얄지, 아니면 시장의 대세를
따라 프랜차이즈 제과점으로 가야할건지...
선택마다에 나름의 장점과 단점, 위험이 즐비한 것이고..
지난 연말 무렵에 드디어 장고 끝의 결정을 내리고 이것 저것 정리해서
자금을 모으고 마침내 가게 자리를 찾아 내어 지금 인테리어 공사중입니다.
아는게 이것뿐이니 요즘 처럼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타업종으로의
전환은 불가능 하겠더군요. 더구나 나이도 나이인지라...ㅠㅠ
좀 더 큰 규모의 자영 제과점도 점점 심해지는 인력난에 조금만 장사가 잘되면
치고 들어 오는 프랜차이즈의 횡포앞에 포기(이건 현장에서 너무 많이 봐 왔기에)
에고.. 결국 선택한 것이 그동안 무던히 욕하던 그들의 품에 안기는 것이네요 ㅡㅡ
30여년을 한결 같이 이른 아침을 빵굽는 향기로 시작 했는데 나이 오십 다되어
점주라는 이름의 노예로 전락 하다니 참으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20년 인천 석남동 시절을 마치고 이달 13일에 부천 중동 로데오 거리에 파리
바게트를 오픈하는 준비 중입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자리이긴
한데 투자되는 비용이라든지, 가장이라는 이름, 아버지라는 이름이 마음을
묵직하게 눌러 오네요.
우리 와싸다의 모든 회원분들이 새로운 각오와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 하셨을텐데
그 소망 반드시 이뤄지시길 빌겠구요. 저 또한 노예자리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내겠습니다.
배란다에 아침 햇살은 따뜻히 스며들고, 눈 덮힌 앞산이 고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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