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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짜장면을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0-12-24 07:28:41
추천수 0
조회수   3,408

제목

중국집 짜장면을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

글쓴이

김창욱 [가입일자 : 2000-06-04]
내용
[펌글]
2010. 12. 17. 금요일

음주불패 장지갑

예전, 호빵의 알바의 추억을 읽고, 아! 나도 저런 기억이 있는데 하면서 그동안 허구허날 술자리에서만 풀어냈던 알바의 기억을 더듬어 글로 옮겨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비록 호빵의 원문들이 주는 글자체의 즐거움에 비해서야 초라하기 그지없을 졸작이겠지만서도, 험.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가 가끔, 혹은 자주 가거나 시켜먹는 짜장면집에 대한 소개만으로도 중국음식 애호가들에겐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겠나 뭐 그런 생각으로 끄적이는 글 되겠다.

이게 인연이 되었는지 지금은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야 뭐 맛깔스럽게 얘기를 포장하는 기술이 없으니까 그냥 몇 개 소제목으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 봄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지루한 부분은 과감히 건너뛸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그나마 몇 안되는 읽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 하겠다.


1. 시기 및 지리적 위치

때는 바야흐로 1990년대 중후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14~5년 전 되겠다. 그러고보니 나도 많이 살긴 많이 살았나 보다. 군 제대하고 소위, 노가다, 여관돌이, 인테리어 잡부 등 몇가지 아르바이트 경력을 뒤로한 채 나의 마지막 아르바이트 선택지는 바로 짜장면 배달이었다





친구들로부터 짜장면 배달이 돈벌이가 짭짤하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었고, 소싯적부터 오토바이에 대한 남달랐던 애정이 과감히 짜장면 배달을 선택하게 했던 것이다. 장소는 내가 다니던 대학교 앞이라는 이유로 서울 강북지역의 어느 대학교 앞 중국집 ‘XX’.

장소까지 소상하게 밝히면 신상 털릴 수 있으므로 대강 강북지역으로만 한정하기로 한다. 아무튼 이시기, 이 지역에서 대략 3개월간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지금은 한국을 떠난지가 오래라 아직도 한국의 중국음식점들이 비슷한 시스템, 비슷한 단가대로 서비스하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2. 쇼부

짜장면 집의 특성은 절대로 아르바이트생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게 굉장히 단순한 일 같아도, 배달 기술이나 지리정보 숙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아르바이트 생을 쓰게되면 업체 입장에서는 정말 이제 일 좀 하는구나 할만 하면 복학하러 가버리기 때문이다.

보통 동네 지리 정보 익히는데는 1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는데는 대략 3개월 정도의 시간으로 보더라. 뭐 기준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서도.

아무튼 그래서 정보지를 통해 면접을 갔을 때 가게 사장의 첫 물음이 대학생이냐 였다. 당근 난 아니라고 우겼지. 시골에서 군대갔다가 막 상경했다고, 내 면상 어디가 학생냄새가 나냐고 오히려 따져 물었지.



--내가 어딜봐서 애기로 보여?


자, 이제 내가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직장을 구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바로 급여를 결정하는데 있어 ‘쇼부’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두번째가 출신지역 뭐 이딴 거였고, 세번째는 오토바이 실력이었다. 이 오토바이 실력이 또 굉장히 중요한데, 짜장면 배달의 핵심은 한정된 시간대에 얼마나 많은 배달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가게 매출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달부를 채용할 때 급여의 기준이 바로 이 오토바이 실력되겠다. 대충 오토바이 타는거 가게 앞에서 시범 보여준 후, 사장 왈, 격주 1일 휴무, 아침 9시30분 출근 오후 9시 퇴근, 월 90마넌. 90년대 중반에 전혀 경험이 없는 초보에게 월 90이면 꽤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어엿하게 직장을 구하는 대한민국 육군 병장출신이란 말이다. 과감하게 ‘100마넌’을 외쳤고, 사장은 웬일인지 흔쾌히 ‘agreed’를 외쳤다. 그리하여 먼저 온 2명의 배달부와 나, 이렇게 셋이 배달을 시작하게 되었다.



3. 짜장면집의 구성

생각보다 짜장면집의 인원구성은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 아무리 조그만 짜장면집이라도 기본적으로 아래의 구성을 갖추지않으면 배달은 커녕 홀장사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사장 : 규모가 작은 집들은 보통 주방장을 겸한다




주방장 : 말그대로 모든 요리를 주방장이 다 한다. 볶고, 튀기고, 무치고, 간보는 일은 모두 주방장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음식점의 맛은 주방장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야한다.

보통 중국음식점 주방장들 팔힘이 엄청나다. 거의 하루종일 그 무거운 후라이팬을 계속 잡고 들었다 놨다 돌렸다 메쳤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테니스 선수들은 저리가라다.

참고로 그 후라이팬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잡으면 진짜 큰일난다. 한마디로 항명인거지. 밑에 나오는 칼잡이 까지도 후라이팬 한번 잡으려면 주방장에게 허락맡고 잡아야 한다.

칼잡이 : 뭐 사무라이를 말하는 건 아니고, 주방장 바로 밑 단계다. 한마디로 주방장 보조로서, 갖은 야채나 고기, 해산물을 손질하고 칼질하는 사람이다. 가끔씩 주방장이 힘들 때 짜장을 만들기도 한다.

중국음식은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이 칼잡이들 칼질하는 거 보면 정말 어디 생활의 달인에나 나올만큼 빠르고 정교하다. 보통 이 칼잡이들 월급이 그 당시 300정도였다. 물론 강북의 조그만 중국음식점 기준으로. 그리고 주방장과 칼잡이는 이직할때도 통상적으로 2인 1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손발이 맞지않아 아무리 솜씨가 좋아도 빠른시간내에 그 많은 음식을 해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다, 혹은 딲이 : 이름에서 알다시피 홀, 주방, 배달에서 나오는 모든 식기류를 설거지 하는 담당이다. 물론 가끔씩 칼잡이의 일을 돕기도 한다. 이 딲이 일 역시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여자들은 근력이 약해서 원하는 시간내에 그 많은 식기들을 모두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한사람이 씻어서 올리는 식기류의 양은 엄청나다. 하지만 역시 단순작업이어서, 보통 인력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급여 역시 150 수준이었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고참 배달원보다는 작았다.

경리 겸 홀 서빙 : 중국음식점은 사실 홀 서빙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리 혼자서 주문받고 홀서빙하고 돈계산하고 모두 가능하다. 보통은 사장의 마누라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게도 물론이었고.

배달 : 주문량에 따라서 배달원의 수가 결정되는데, 우리가게는 대학교를 끼고 있는 동네라서 배달이 많았다. 그래서 배달원은 3명이었다. 뭐 배달일이야 배달하고 그릇가져오는게 주 임무다. 이후 일과에서 다시 자세히 얘기하겠다.


4. 일과

아침 9시 30분에 출근하면 10시까지 밥을 먹는다. 대체로 주방에서 요리를 해서 가져오는데, 이때는 온 종업원들이 모두 함께 먹는다. 나야 뭐 이것 저것 맘껏 먹을 수 있으니 좋긴 했다만, 원래 있던 애들은 이제는 질린 모양이더라.

밥을 먹고나면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하고, 식기류 정돈, 식자재 정비, 배달통 및 오토바이 점검등을 마치면 대략 오전 11시가 되고, 서서히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실 짜장은 아침에 바로 준비해놓기 때문에 10시만 되어도 배달이 가능하지만, 이상하게도 오전 11시 전에 짜장면을 배달시키는 사람은 3개월동안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을 노트와 주문지 두곳에 작성하고 주문지를 작성해서 주방에 패스한다. 이 주문지에 전화번호와 주소 그리고 메뉴가 모두 함께 적힌다. 주방에선 순서대로 음식을 준비하고 음식이 다 되면 주문지와 함께 내준다. 음식포장을 마치면 노트에 배달할 주문에 배달부의 사인을 하고 음식 배달을 간다.

센스가 있는 사람이면 주문노트를 쭈욱 보고는 비슷한 지역에 있는 집들을 묶어서 배달을 간다. 오후 2시 정도까지는 신나게 배달을 돈다. 그리고 늦은 점심을 먹고, 3시부터 5시까지는 그릇을 회수해 오는 일을 한다. 대개는 배달과 동시에 돈을 내지만 가끔 그릇찾으러 올 때 돈주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 곤란하다.


물론 어떤 경우는 그릇만 내놓고 외출해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동네장사라서 다음날이라도 꼭 준다. 그러고 보면 짜장면 집처럼 외상매출이 안전한 장사도 참 드물 듯 하다. 5시부터는 저녁 배달을 시작하고 8시가 넘으면 다시 그릇을 찾아온다. 배달은 한그릇 한그릇 정성스레 배달해야 하지만 그릇을 찾는 일은 훨씬 수월하고 빠르다. 그냥 큰통하나 뒤에 싣고 닥치는대로 집어넣으면 되니까 대략 한 20집은 한꺼번에 회수해 온다고 보면 된다.

회수가 끝나면 대략 9시가 되고 그러면 대충 정리하고 밥먹고 장부맞추면 일과 끝이다. 장부는 아침에 잔돈으로 대략 5만원에 하루종일 배달 나갔던 내용, 즉 주문노트에 내가 사인한 내역들 모두 합산해서 가게로 넘기면 된다.

근데 희한하게 열에 여덟번은 잘 맞지 않는다. 어떤 날은 돈이 남을때도 있고, 어떤날은 당근 부족할 때도 있다. 대개는 그냥 내 주머니에서 나온돈으로 메꾸고, 반대로 돈이 남는 날엔 남는 돈은 그냥 내 주머니에 넣어둔다. 빵꾸났을 때 다시 메꿔야 하니까.


5. 음식 및 일화


우선, 극소수 독자들을 위한 팁 하나. 짜장면 집에서 가장 위생적이지 못한 음식은? 당근빠따 짜장이다.





이 짜장이란게 여러가지 재료들을 짬뽕해서 끓이는데만 30분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서부터 칼잡이는 커다란 솥에 짜장을 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짜장은 대개 하루종일 쓰인다. 그냥 주문오면 뎁혀서 면발위에 얹는거지.

짜장에 들어가는 각종 야채도 그리 신선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짜장안에 들어가면 그 신선도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신선밖에 없으니까. 생각해보라, 한여름에 짜장이 커다란 솥에 하루종일 담겨 있으면 그에 기생하는 파리는 또 얼마나 되겠나? 짬뽕도 별반 다를 바는 없지만, 적어도 신선도는 짜장에 비할바가 아니다. 어차피 주문생산이니까.

싼음식중에 가장 추천하는 것이 바로 간짜장이다. 간짜장의 짜장은 부추등 신선한 야채를 금방 춘장에 볶아 내는 음식이기에 그만큼 신선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간짜장은 쇼트닝이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부추등의 상태를 확인하기가 용이해서 비교적 깨끗한 식재료를 써야한다.

물론 식용유 대신 사용하는 쇼트닝이 이미 비위생적이긴 하다. 이래저래 중국집 입장에선 간짜장은 귀찮은 음식인거다. 그거 꼴랑 500원 비싸다는 이유로 주문생산 해야되니까. 솔직히 난 짜장면 배달한 이후로 거의 10여년동안 짜장면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모두 간짜장이었지.





삼선짜장이나 삼선짬뽕류도 신선하긴 하지만, 우선 새우가 들어가기 때문에 비추다. 모든 해물요리에 들어가는 조그만 새우는 100% 냉동새우다. 혹시 냉동 수산물 다루는 아르바이트 해보신 분들 계신가? 그거 배달되어 오는 과정 보면, 그냥 정나미 뚝 떨어진다.

보통 트럭에다 싣고 다니면서 식당들을 도는데, 이게 무슨 궤짝에다 담아 얼렸다 나오는건지, 궤짝모양으로 얼어있는데, 트럭위에서 던지는 놈이 담배피면서, 침뱉으면서 더러운 장화신고 내 던지면, 받는 애들도 대충 받아서 중국집 바닥으로 쭉 밀어넣는다. 물론 다시 물에 씻는 공정을 거치긴 하지만 아무튼 이 새우란 놈 때문에 난 삼선류는 거의 안먹는다. 그럼 내가 꼽는 최악의 음식은? 짜장과 새우가 동시에 들어가는 새우볶음밥 되겠다.

***물론 모든 중국집이 그렇다는 얘기 아니다. 벌써 10여년 전 이야기니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겠지 라고 믿자.

그리고, 짜장면 집에서 나오는 보리차는 너무 믿으면 안된다. 혹시 아이가 짜장면집 가서 짜장면을 먹고 배탈이 났다면, 십중팔구는 보리차가 이유일 것이다. 이게 사람들이 하루에 먹는 보리차 양이 엄청난데, 이걸 모두 끓일만한 솥도 없을 뿐더러, 시간도 부족하다. 그럼 어떻게하나?

그냥 보리를 많이 넣은 주전자를 아주 팔팔 끓인다. 척 보기에도 거의 검은 갈색이 나올 정도로 푹 끓이는 거다. 이게 검정 차인지 보리차인지 모를 정도의 색깔 말이지. 그런 다음에 그냥 수돗물에 적당한 색이 나올 정도까지 부어서 저으면 속성 보리차 완성. 희한하게 수돗물 냄새도 안나고, 보리차 색깔도 나니,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내오면 사람들은 아주 좋아라 한다.

사실 이건 보리차가 아니라 그냥 보리차 섞은 수돗물인데. 이건 내가 여기 글써서 이러는 게 아니라 내가 사장한테 보리차는 진짜를 내주자라고 했다가 개욕처먹었드랬다. 뭐 정의감 이런게 아니라 난 진짜 애들한테만큼은 진짜 보리차 주고 싶었던 것 뿐인데.





사실 짜장면 배달부들도 모두 헬멧을 착용해야 했는데, 철가방들고 3층 4층 뛰어다니다 보면, 이 헬멧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래서 오토바이 타고 달릴 때 헬멧을 쓰지 않으면 바람도 쐴 수 있고 참 좋은데, 문제는 동네 짭새다. 이넘들한테 걸리면 적어도 반시간은 훈계를 들어야하고, 그러면 주인한테도 또 훈계를 들어야한다.

벌금? 안낸다.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한 3번 걸렸는데, 한번도 안냈다. 왜그럴까. 지역사회라서 그런가? 눈치들 까셨겠지만, 동네 파출소에서 회식이 있으면 그날 저녁 영업은 정말 막대한 타격이다. 적어도 철가방으로 5세트는 나가줘야 하니까. 짭새들 시키는 음식도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그저 중국집 메뉴판에서만 보던 진짜 중국에나 있을 법한 요리들은 파출소 회식할 때 모두 볼 수 있다.




------거 짜장값 받지 그래... 아, 아닙니다.





3달 동안 2번 파출소에 배달했는데, 아무튼 싯가로 수십만원 정도 나오는 액수다. 물론 왕년 권투선수였다던 사장은 짭새에게 굽신거리며 한사코 결제를 마다하고 빈손으로 돌아왔고 옆에 있던 난 헬멧 좀 덜 쓰고 다녀도 되겠구나란 생각을 하고 있었지.

제일 좋은 곳이 바로 은행 저녁식사다. 3달 동안 딱 한번 갔었는데, 제일 은행이었다. 은행은 한달에 한번씩 전 직원이 야근을 한다고 했다. 무슨 장부 검사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그래서 밖에 나가서 저녁을 먹지 않고 중국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물론 피자나 국수도 배달시켜 먹었겠지, 그러니 세 달에 고작 한번이었겠지.

은행 저녁식사가 좋은 이유는 지점장쯤 되는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거금 만원이라는 팁을 줬기 때문이다. 물론 시킨 음식이 많아서 두번을 가야했기 때문에 지점장이 서비스로 물만두 좀 많이 달라는 의미였겠지만, 아무튼 나야 공돈이 아닌가 말이다.

그 은행은 내가 주인 심부름으로도 자주 가던 은행이었는데, 그 중에 한 직원이 그리도 예뻤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던 여직원은 손도 하얗고 몸도 가녀린 전형적인 청순가련형. 근데 신기한게 이 은행여직원들은 짜장면 배달하던 나에게 굉장히 거리낌이 없이 대했다. 아마도 어차피 지네들과는 엮일 일이 전혀 없는 일개 배달부였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던 것일까. 농도 자주걸고, 친절하게 커피나 사탕도 자주 주고 아무튼 뭐, 사장이 시키는 돈 심부름은 닥치고 그 어여쁜 직원 창구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여직원, 내가 이죽거릴 때마다, 겉으로는 웃어줬지만, 속으론 ‘이건 뭥미?’

가끔 중국음식을 배달시키던 외국 남자가 있었다. 학생이었는지, 외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중국음식을 배달시켰다. 이 사람은 중국음식을 배달해오는 내가 고마웠는지 아니면 팁문화가 몸에 배었는지 꼭 대략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따로 팁으로 나에게 주었다. 당시 짜장면이 2300원이었는데, 얘는 꼭 200원의 팁을 따로 내게 주었다.

뭐, 살림살이에 보탬은 안됐다만 그 덩치 큰 친구가 200원을 따로 세어 나에게 주는 상황이 재미있었다. 가끔씩 뙤약볕에서 그 200원 받겠다고 돈세는 거 기다리는 게 짜증나긴 했지만.

배달하는 동안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여자 가슴이다. 신기하지? 물론 훌러덩 벗어제낀 가슴은 아니고, 그러니까 목둘레 쳐진 옷사이로 보이는 두근두근 대는 가슴 말이다. 이는 배달부들 사이에선 가장 기초적인 기술때문인데, 특히 여름에 효과적이다.




---------------------꺄악!



보통 여름에 집에서 짜장면 시켜먹는 여자들이 옷을 정식으로 갖춰입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배달할 때 그릇을 일부러 현관 바닥에 놓는 거다. 아주 단순하지만 열에 아홉은 그릇을 주우려 몸을 숙이게 되어있다.
것두 바로 내 눈앞에서. 또한 그릇수가 많고 자기집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대부분의 여자들이 두손으로 그릇을 들어 올린다.

내가 첨 배달 나가는 날 먼저 온 배달부 녀석이 현관에 앉아서 그릇을 바닥에 놓으라는 것이다. 첨엔 왜 그러나 했는데, 가서 그릇을 바닥에 놓아보니 왜 그러는지 알게 되었지. 가끔씩 내가 완전히 그릇을 내려놓고 일어설때까지 기다렸다가 돈주고 내가 돌아서면 그릇을 집어 올리는 완벽주의자들도 계셨지만, 그럴때의 대처법은 항상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척 하면서‘저기 돈 계산이..’하면서 돌아서는 것이다. 거의 백프로다.


6. 기타

배달부의 급여는 생각보다 많다. 우리 세명중에 가장 많이 받던 애가 그당시 160 받았었다. 나도 첫 달에 원래 10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일 잘한다고 110만원으로 시작했다. 두번째 달에 120만원을 받았고, 세번째 달에 130만원을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만 둔다고 얘기한 이후 120만원으로 굳어졌지. 96년도니까, 순수 급여만으로는 괜찮은 셈이다. 다만 보험이 전혀 안되니 역시 낮은 수준이겠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가스배달, 피자배달, 짜장면 배달 이 세 업종이 사이가 안좋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배달하던 동네에선 그런대로 사이들이 좋았다. 가스배달은 보통 125cc 이상, 짜장면배달은 88, 그리고 피자배달은 50cc짜리 스쿠터였는데, 모두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가스배달은 배달하는 횽들 덩치가 장난아니었다. 그 무거운 가스통을 들어 날라야 했기에 필수불가결하기도 했지만, 더 주요한 이유는 오토바이 뒤에 가스통 3개씩 묶고 다니려면 기본적으로 몸무게가 좀 받쳐주지 않으면 125cc오토바이를 안전하게 운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대륙의 가스배달부에 비해선 약과지만...


그리고, 가스배달 오토바이는 항상 커다란 스피커가 필수 옵션이었고, 경적 바꾸고, 마후라 트고 뭐 별의별 튜닝은 다 들어간 게 가스 배달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 상태도 비교적 깨끗하고, A급이고. 물론 이 횽들, 일과 끝나면 폭주 뛰러들 나가셨겠지. 피자 배달은 왜 50cc를 고집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청결한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정도만 짐작할 뿐이다.

배달 오토바이 중에서 가장 지저분한 게 바로 짜장면 배달 오토바이다. 허구헌날 짜장면 국물이 줄줄 흐르질 않나, 짬뽕국물이 바퀴따라 돌질 않나. 아직도 기억나는게, 어느날 빈그릇 수거해오는데, 통상 빈그릇 수거해올 때, 짜장면 배달 오토바이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런데, 마침 학교앞 메인 횡단보도쯤 다가서고 있을 때, ‘부릉부릉’하는 예사롭지 않은 엔진소리가 앞쪽에서 들리는 거다.

아, 최소한 250cc 급이구나, 생각하면서 서서히 진입하는데, 이론, 숑카인 거다. 그런데, 숑카뿐만이 아니라 바로 옆에 가스배달 오토바이랑 두대가 신호에 걸려서 부릉부릉 대고 있는거다. 그 두대의 오토바이가 부릉거리는 소리는 마치 반더레이 실바와 퀸튼잭슨이 시합 전에 눈싸움하는 것 같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신호를 기다리는 횡단보도 양쪽 학생들의 시선은 당연, 그 두 오토바이에 쏠려 있는 순간이었다.

점심시간, 대학교 앞 메인 횡단보도에 신호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여자)학생들, 부릉대는 두대의 오토바이, 한대는 보기만 해도 쑝가는 숑카, 그리고 한대는 대형 스피커 불법 부착한 튜닝의 황제 가스바이크, 그리고 거길 내가 가서 옆에 신호대기를 해야하는 상황인 거다.

엥간하면 그 옆에가서 서질 않으려고 삐질대며 천천히 가는데, 뒤에 택시아저씨는 어차피 빨간불인데, 뭘 그리 빵빵대는지, 뒤에 식기통 때문에 옆으로 빠지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그 두대의 오토바이 옆으로 털털털 들어가 정지하는 순간, 횡단보도 양쪽의 모든 학생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웃음을 터트렸다. 젠장.

뭐 글이 쓸데없이 너무 길어졌구나. 그래서 짧게 포인트만 짚어 보자면,


첫째 - 가급적이면 간짜장을 먹어라. 삼선도 삼선간짜장.

둘째 - 여성분들은 배달부가 현관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그릇을 들지 말라.

셋째 - 짜장면 집에서 나오는 보리차는 너무 믿지 말아라.

넷째 - 될수록 이런데서 아르바이트 하지 말아라.

다섯째 - 보통 중국집 주방장 팔씨름 장난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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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점 자장면의 세계...

퍼 올리면서 걱정되는게 혹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분께 피해나 누를끼치는건
아닌지 걱정되더군요.

손님 개인 입장에서는 이런글로 인해서 위생상태나 음식의 질이 향상 된다면 조금이나마 좋겠지만 깨끗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운영하는분들께는 위에 저런 내용들이 전혀 해당되지 않겠지만...

어쨋거나 전 자장면을 잘 먹지도 않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자장면 좋아하는 제 와이프에게는 자장 종류를 달리해서 주문해야 겠군요.

~ㅎ 요즘은 생수를 주니 못 느꼈는데 예전에는 보리차에서 수돗물 냄새가 득천하던 이유를 이제사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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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 2010-12-24 08:40:59
답글

ㅋㅋㅋ 재밌네요...그런데 뭐 그렇게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사는 잉간이 아닌지라 그냥 먹슴돠...뭐 그래봐야 한 달에 한 두 번 꼴이니...;; 간짜장은 뻑뻑해서리...

moondrop@empal.com 2010-12-24 08:56:38
답글

저는 간짜장을 더 좋아하는데.. 와이프는 그냥 짜장.. ㅜㅜ

박상규 2010-12-24 09:04:18
답글

흠~~ 재밌네요.. 짜장면보다 짬뽕을 더 좋아하지만 식성이지 위생 생각해서는 아니구요.<br />
하지만 저는 파리 이런거 안보이면 대충 먹습니다. 뭐 사람보다 더 더러운 건 없다고들 하잖아요? ㅎㅎ<br />
<br />
<br />

안상민 2010-12-24 09:23:51
답글

간짜장 좋아하는데 그나마 다행인가요.ㅎㅎ

이희정 2010-12-24 09:30:46
답글

저도 비슷한 얘기를 들어서 간짜장만 먹어요 ㅎㅎㅎ<br />
그나마 바로 만들어서 파는거라고~

김명철 2010-12-24 09: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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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따지고 들면, <br />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지 않는 다음엔 <br />
먹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거~<br />
사람은 아는 것만 보이기 마련입니다.<br />
세상 모든 먹거리와 관련된 일을 겪어보지 않고서야....<br />
단무지, 김치, 고춧가루, 참기름, 각종 무슨무슨 맛이 나게 만드는 화학물질 하며....<br />
소비자고발, 불만제로, pd수첩, 추적60 분 등에 소개된 것들만 해도<br />

shin00244@gmail.com 2010-12-24 09: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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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간짜장만 먹습니다. ㅎㅎ<br />
<br />
- 매형이 중국집합니다..ㅋㅋ

송상민 2010-12-24 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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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가면 물부터 먹으면서 컵 상태와 물 맛 등이 좋고 나쁜지에 따라 평가를 하는데 거의 100% ~<br />

telefunken@empal.com 2010-12-24 10: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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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좀 특이해서 아주 어렸을 &#46468; 부터 짜장보단 짬뽕을 더 좋아했습니다.<br />
지금도 짜장은 한 그릇을 다 먹기전에 질립니다. 확실히 짜장은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습니다.<br />
근데 요즘 짬뽕은 옛날 먹던 그 특유의 맛 (구수한 맛이라고 해야하는지 표현이 잘 안 됩니다)<br />
서울 어디를 가도 그 맛이 아닙니다. 아쉽습니다.

antipoem@korea.com 2010-12-24 10: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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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그래도 짜장은 못 끊겠더군요...

박태희 2010-12-24 1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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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글에는 변원근 사장님께서 댓글을 다셔야 합니다. ㅎㅎㅎ

rokstars@kornet.net 2010-12-24 10: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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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은 제가 집에서 만들어 주는것이 젤로 맛나다고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합니다.<br />

이주현 2010-12-24 10: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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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이든 간짜장이든 또 짬뽕이든 가급적 자주 안드심이 좋을 겁니다.<br />
<br />
중국집 대중적인 메뉴들, 미원을 거의 들이붓는다더군요..ㅠㅠ<br />
<br />
(고등 동창넘 하나가 부산 서면에서 제법 잘 나가는 중국집 합니다.)

방선일 2010-12-24 11: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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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네요

이재필 2010-12-24 13: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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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이 제일 깨끗합니다.. 혹시 모르니 삼선우동이나 삼선울면 드세요..

홍상철 2010-12-24 1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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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난 여름 중국집 체인점에서 짜장먹다가 파리 발견한 거 생각이 나네요...ㅠ<br />
<br />
까만 음식들 사이에서 축축해진 파리를 찾아낸 제가 다 대견스러웠을 정도....ㅋㅋㅋㅋㅋ<br />
넘 배가 고파서 같이 시킨 군만두는 먹고 나왔습니다...ㅎㅎㅎ<br />
<br />
사장이 짜장면 값만 빼더군요...ㅡ,.ㅡ

김은환 2010-12-24 19: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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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볶을때, 탕수육 튀기고 남은 기름으로 볶는다는 얘길듣고, 중국집 짜장면 안먹습니다~

이창영 2010-12-25 04: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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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짜장먹다 담배 필터도 나왔습니다...<br />
그때 그기분이란 씹는순간 아 필터다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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