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직원들 먹으라고, 돈이 나왔다길래 간 곳은.. 씨푸드 뷔페집..
공감대없는 조직에서 술 안먹는 대장님이 결정한 만찬의 장소였지요..
입장료는 두당 3만원..
오후 6시쯤 찾아간 그 곳은 이미 400석 규모의 레스토랑이 만석이 되었고..
예약 못한 사람들이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자리를 잡고 음식있는 곳으로 가다가 여기저기를 둘러본 광경은..
접시를 들고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절도있는 발걸음들..
어색한 성형코에 앵두같은 입술을 한 여자가 앞니로 쭈꾸미를 먹는지..
오물조물할 때마다 코와 입이 낙타처럼 움직이 ..
20살 정도 밖에 안되 보이는 날나리 남녀커플이 서로 허리를 감싸고 음식을 담는 모습
그릇 치우는 알바들 손에 가득 쌓인 그릇들.. 거기에 얹어진 잔반들..
이상하게 몽환적이고, 술한방울 안먹고도 대취한 것처럼 몽롱해지더군요..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진득하게 읽고 있는 기분에..
왠지 모르게, 탐욕/광기 이런 단어들도 떠오르데요..
2시간여가 지나 밖으로 나가려는데, 계산하는 사람로 줄을 서 있고..
옆에 대기실에는 난민수용소처럼 50여명의 사람들이 넋을 놓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밖을 나가니, 동장군이 찬바람을 내던지며.. 너는 왜 冬安居에 안들어가냐.. 묻는 것 같았습니다..
기초생활 수급자니, 독거노인이니, 소년소녀가장이니.. 하는 단어들은 도심에서 하나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만찬과, 폭식, 광기가 즐거운 송년회를 보내는 것 같더군요..
두당 3만원 하는 식당이 이렇게 문전성시인데.. 대체 대한민국에서 못사는 사람이 있디 있나.. 하는 의문과 함께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들데요..
그 전날 멘토와 8,900원짜리 고기뷔페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내가 갑짜기 그리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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