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법에는 성직자의 정년이 75세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주교의 경우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도좌의 직책을 맡은 교황은, 최고 책임자이므로, 종신직이며,
교구장직을 수행하는 주교의 경우, 75세를 넘기면서도,
(교황, 추기경, 대주교, 모두 주교임.
기독교의 전통적 성직은 주교, 사제, 부제, 이 세 가지임)
교황청이 적절한 후임자를 인선하기까지 유임하는 예가 많습니다.
그러나, 후속 인사 전까지 유임시키는 게 관례라 하더라도.
그 해당자 역시 교황청에 사의를 표명하는 것 또한 관례입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정년 이후, 몇 번이고 사의를 표하셨으나,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나도 이렇게 계속 일하고 있는데, 좀 더 하시게… "
- 라고 만류하셔서, 서울대교구장직을 몇 년 더 수행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진석 추기경은 단 한 번도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 주교단이 격론 끝에 의견을 모았고,
해당 분야 최고의 과학자들에게 자문을 받아 판단한
4대강 사업 반대에 대해서도 돌출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기독교 신앙에 있어 주교직은 바른 신앙을 수호하고,
예수님을 대신하고 사도들을 계승하여 양떼를 이끌며,
교회의 일치의 정점입니다.
주교단의 일치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단에 맞서 정통 신앙을 수호하고, 교회의 일치를 유지하는 것은
기독교 초기 박해 시절부터 최우선적인 것이었고,
주교직의 책무 또한 그런 것이거든요.
현대에 들어와 정통 신앙의 수호는,
세상 가운데에서 교회의 사명과 책임에까지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고,
예수 복음의 정신에 입각하여 교회가 어떻게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며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주교단은, 주교들 뿐만 아니라 그 나라 가톨릭교회를 대표합니다.
그런데, 일개 교구장(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주교단의 결의 사항을 자의적으로 편리하게 해석하면서
그에 반하는 일탈 행동을 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목자인 장상에게 순명하라고 가르칩니다만,
정작 목자 중의 목자라는 주교가 순명에 반하는 일탈을 감행했습니다.
그가 서울대교구 안에서 재치권을 가진 행정적 차원과,
유효한 서품을 받은 주교이니 성사를 베풂에 있어 주교요 서울대교구장임은 인정하겠으나,
그 인격적 권위는 전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고 김대중 대통령 장례 미사에서의 그의 강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온 가족들이 둘러 있는 가운데서 편안히 임종하셨으니, 복받으셨다,
어쩌고 한 그 강론을…
신군부에게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김대중 대통령이,
미사도 못 드리는 가운데에서, 성체라도 모시게 해 달라고 봉성체를 요청했으나,
(왜 수감자가 봉성체를 못 할까요? 신군부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교정 사제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을까요?)
그조차도 거절한 사람이 정진석 추기경입니다.
부제 이상이라면 누구나 베풀 수 있는 봉성체를
오죽하면 주교(당시 청주교구장)인 정 추기경에게 간청했을까요?
그런데도 그는 거절했습니다.
사제라면 성체 모시기를 원하는 교우가 있다면,
목숨 걸고라도 응해야 되는 게 사명이거늘,
주교라면서 그걸 거절했습니다.
전두환이 그리도 무서웠는지?
일개 시골 주교라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작년에 함세웅 신부님이 이 일을 추궁했을 때,
왜 뒤늦게라도 실토하지 않았는지?
입 꾹 다물고 무덤까지 갖고 갈 요량인 건지??
그런 치부가 있으면서도, 그 분 장례 미사 자리에서,
편안히 임종 어쩌고(그것도 강론으로)??
정년을 4년이나 넘겼는데도,
후속 인사를 단행 않는 교황청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최영수 대주교님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환길 보좌 주교님을
대구대교구장 대주교로 서임한 것을 보면,
교황청이 서울대교구장 인사 문제를 아주 신경 놓고 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도대체 이해 못 하겠군요.
(현대에 들어와 교황청 인사들의 성향은 보수 50~60, 진보 40~50 정도입니다.
교황청 내지 가톨릭교회의 일이라는 게, 교황 명의로 결정된다 해도, 교황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
사실 가톨릭교회에서는, 장상에 대한 순명이 중요한 덕목이라,
교회, 성직자, 상급자에 대한 비판이 쉽지 않습니다. 대단히 폐쇄적이죠.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이므로 적어도 서울대교구 신자, 특히 사제들은,
정 추기경에 대하여 비판하는 게 항명이 될 수 있습니다.
타 교구 소속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조심스럽습니다. 서울대교구장이 한국 가톨릭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즉, 이번 용퇴 촉구 성명 발표는, 한국 가톨릭의 상당수 구성원들이
정 추기경의 수구적이고 교회 분열적 일탈 행태를 더 이상 참지 못한다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뜻인 겁니다.
교황청이 후속 인사를 미룬다 하더라도,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해서
후배 주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교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도록
교황청에 간언하는 게 원로 성직자의 도리일텐데,
참 인격이 함량 미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