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07년말까지 약 1년여간 용인~여의도 출퇴근을 했었습니다.
7007-1번 이라는 완행특급이 있지요, 과천-사당을 찍고 분당을 통해서 들어오는...
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별의별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최근 지하철 성추행범을 보니 그 날이 기억이 나는군요.
그날은 8월의 한여름밤, 11시정도였던 걸로 기억납니다. 여성들의 노출이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으나 꽤 그랬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보통은 회사 셔틀을 탔으나 그날은 금요일, 회식으로 완행특급에 몸을 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여의나루역에서 타면 널널하고, 여의도역에서 꽉 차서 가는데
밤이 늦어서 그랬는지 여의도 역부터 사람이 꽤 많았었습니다.
서서 과천까지 가니 차가 한가해졌고, 전 앞에서 세번째 즈음에 앉게 되었습니다.
앞에 아주머니가 창가에 앉아계셨는데, 덩치가 크고 머리 희끗한 아저씨가 그 아주머니 옆에 앉았습니다.
널널한 자리가 많은데 왜 그럴까 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만,
아주머니가 부시럭 거리면서 자리를 뒷쪽으로 옮기더군요. 내리는 줄 알았으나 정류장이 아닌 곳이어서 이상하단 생각만 했었습니다.
이 아저씨는 아주머니가 떠나자, 반대쪽 아가씨 옆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살짝 또 이상했는데 그런가보다 하고 잤습니다.
사당에 도착하니 그 아저씨 뒤에 앉았던 젊은 학생이 아저씨를 한 대 치면서
나이먹고 뭐하는거야? 그러더니 사당역에서 문이 열리니 휙 내려버리더군요.
아저씨는 전혀 모른단 표정으로 일관했었고,
대충 감이 왔는데, 아저씨가 일어나서 이번엔 뒷쪽으로 자릴 옮기더군요.
고개를 돌려서 보니 어떤 아가씨 옆에 앉는 것 같았습니다만, 얼굴이
상당히 험해서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당에 진입할 즈음에 갑자기 아가씨의 나즈막한 호통과 어쩌구저쩌구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두 남성 간 몸싸움이 일어나고
피의자로 추측되는 사람이 밀리더니 바로 앞자리로 넘어졌습니다.
버스 통로에 눕힌 해당 남성이 K1처럼 마운팅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정타로 딱 세 대 날렸습니다. 버스의 소음 속에서도 그 처참한 소리를 잊을 수가 없네요. 뼈가 주저앉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더니 '남의 마누라 가슴을 만져?' 하면서 계속 욕을 하면서 일어나는데 키가 엄청 크더라구요. 상황인 즉슨 여의도에서 자리가 없어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따로 앉았는데 자리가 난 이후에도 피곤했던지 자리가 좁았던지 계속 따로 오고 있었는데 눈치없는 피의자가 여자 옆에 앉아있다가 찝쩍거리니 SOS를 피해자 분이 남편한테 친거죠.
차는 정자역에서 미금역으로 넘어오면서 정차가 됐고, 기사아저씨가 상황을 파악하러 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피의자는 한동안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고, 여자분은 남편이 사고쳤는 줄 알고 전전긍긍하고 있었구요.
다시 뒤를 봤는데 피의자가 일어나는데 얼굴이 퉁퉁부어 2배는 커져있더군요. 그러다 밑을 봤는데 정말 피바다란 말이 그때 생각났습니다. 코와 입에서 피가 정말 많이 났었던 것 같고, 바닥 쪽에 고였던 피가 슬슬 앞 쪽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차를 오래탄데다가 술도 먹었고 갑자기 구토가 올라와서 차 밖으로 나왔죠.
어떻게 됐을까 아직도 궁금한 한 여름밤의 기억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는 폭행죄로 죄없는 사람이 처벌받을 수 있단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어서 계속 걱정이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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