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회사가 있습니다.
이제는 저에게 거래처이고요.
그 회사에서 제 아래 있던 직원이 이제는 차장이 되었는데
그 회사의 오른팔 격입니다.
그런데 지금 지난 목요일 이후로 잠수를 탔습니다...
아예 전화기를 꺼져 있고요.
지난 5년간 정말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저와 함께 근무할 때도 지각이나 혹은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회사에 나오지 않은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따끔하게 충고했고 수차례가 되었을 때는 경고도 했죠.
지금 회사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사장과 트러블인데
그 사장은 제가 잘 알죠.
절대 직원을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
말로만
"너는 우리 가족과 같다."
"너는 내가 확실하게 키워줄 거다."
이러지만 실제로는 그와 반대로 행동합니다.
가끔 이런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었습니다.
"당신은 가족한테 이러시나요?"
"키워줄 사람한테 외국 출장 한번 보내지 않고 원가 한번 공개도 못 하나요?"
이런 식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고
말과 다르게 직원을 고생만 시키니
버텨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잠수탄 직원만 남은 겁니다.
업계에서 사장 소문이 나서 아무도 그 회사에 가지 않으려 하죠.
그러니 사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렇게 근태가 엉망인 직원을
어르고 달래서 쓸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말 그대로 자업자득인거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시간이 길어지면
개인이나 회사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매우 좋지 않죠...
여기서는 단 둘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 중첩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회사 말이죠.
사주는 수많은 사원을 기계 부품정도로만 생각하고
저렴한 임금에 무조건 공장만 돌리려 하죠.
복지나 임금 인상에는 아예 관심도 없고요.
반대로 그 많은 사원은 거대 노조를 만들어
수많은 작은 회사의 노동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조건을 사측에 요구하며
종종 파업을 일삼아 회사는 여러모로 곤란한 지경에 이릅니다.
가끔은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오기도 하죠.
서로 '약점'을 잡고 질긴 싸움을 하는데
별로 옆에서 보기엔 그리 석연치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고개가 끄덕여지지가 않는 것이죠.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알고 그것을 끊으려 협박하고 이용하는
치졸하고 옹졸한 방법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텐데도 말입니다.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악순환이 될 것은 뻔한 일이고요.
사장이 직원을 항상 신뢰하고 많은 것을 맡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직원이 회사를 내 것같이 생각하며 열심히 근무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척만 하더라도
위의 예와 같은 일이 이렇게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단 둘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건
수만명이 근무하는 거대 회사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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