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는데 바람은 아직도 차고, 바꿈질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려고, 인두를 들고 땜납 연기를 피워가며 허벅지를 지지는 마음으로 자작을 해봅니다.
지난 번에 만든 것은 강탈당했고(ㅠㅠ)...뭔 관으로 외로움을 달랠까 하다가 출력트랜스와 전원트랜스가 들어와 솜솜 뜯어보니 300B 싱글 모노모노에 적합한 용량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출력 트랜스 입력임피던스도 3.5K 싱글용이고, 10V 탭이 있으니 언젠가는 웨스턴 310A를 써볼 수도 있겠구나 싶어 다시 만든 웨스턴 91B 앰프를 새로이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WE91B회로의 300B 앰프를 운용해보면서 느낀 것은 오리지날 기기의 탁월한 부품 배열과 음색을 차치하고서도, 그놈의 방열...방열...방열...선풍기 두 대를 틀고 한 대는 내쪽으로 한 대는 앰프 쪽으로 거기다 에어컨 틀어가며...전기료 폭탄 ㅠㅠ 그래서 알루미늄으로 만들자고 다짐합니다. 관들이 크기가 있다보니 EL34PP나 KT88PP의 열기를 뛰어넘습니다. 아니면 트랜스 제작사에서 용량미달로 만들었던지...
샤시 옆면과 뒷면, 바닥판, 출력관과 정류관 주변에 방열을 위한 구멍을 내었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업체의 힘을 빌려 지난번 버전 보다 깔끔합니다.
샤시 높이도 90mm에서 75mm로 낮췄더니 안정감 있어 보입니다.
초크 코일을 샤시 내부에 실장하는 문제가 있다보니 더 낮출수는 없습니다.
뭐 밖으로 꺼내도 됩니다만...(오리지날은 초크 코일 대신에 필드코일 스피커를 달았다는...)
출력트랜스는 말레이지아의 업체가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해와서 한 번 써보지 않겠냐고 하여 적용한 쿼드C코어인데, 사이즈가 크다보니 저음이 쑤-욱 내려갑니다. 영국산 중고 코어를 수입해 코일만 새로 감는다는데 전에 미제 코어로 감았던 출력 트랜스보다 음색은 다소 어둑어둑합니다.
전원트랜스는 거래처 사장님이 (오디오와 상관없는) 썩은 재고들을 보여주다가 발견한 독일산 C코어를 주어와 청계천에 맡겨 용량부족하면 돈 못준다고 갖은 협박과 회유로 감은 것인데, 다행히 울지는 않네요.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탭을 위로 내고 함침을 해버려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게 에러...
지금은 러시아제(스베틀라나 10J12S)-미니와트 6J7G-중국산 300B-GE 군용 5R4구성이지만 이 앰프 특유의 오묘한 소리가 방을 채웁니다.
300B 특유의 고음역대의 몽실몽실한 음색과 풍성한 저역, 아름다운 생김새에 홀려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베누스베르크의 환락에 맛들인 탄호이저 처럼... KT88/EL34 싱글용 전원트랜스도 있건만 적당한 출력 트랜스를 짝지워주지 못하고, 괜히 시작한 MC275복각도 지지부진하고...이래저래 자작의 욕망이 바꿈질의 욕망보다 강해지는 것과 정비례로 주변이 지저분해져 갑니다. 왜 샀을까 의심스러운 부품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굴러다니는 전원트랜스들과 초크코일만 해도 몇 십 키로는 되겠는데 고물상에 물어보니 고철값 1킬로당 50원 쳐준다네요. 사실 돈으로 따져보면 차라리 기성품으로 바꿈질이나 할 껄 하면서도 이 저주받은 손꾸락이 부러지지 않는한 치유되지 못하는 이놈의 호작질이라니...
지글지글거리는 1940년대 호로비츠-토스카니니 실황이나, 1950년대 바이로이트 실황, 칼라스의 라 스칼라 실황 음반들을 들으며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을 느껴봅니다.
원래가 하이파이용 기기가 아니고 소극장 영사기 용도였기 때문에 실황을 들으면 더 그럴싸합니다.
내새끼 우쭈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