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8시쯤 평소처럼 알몸에 반바지 하나 걸치고 오랫만에 진공관 불 때고
있는데 인터폰이 왔습니다.
화면을 보니 바로 저희집 현관 앞이고 여학생이 서 있더군요.
무슨 일이냐 하니, 잠시 이야기 좀 들어 달라길래 허겁지겁 위에 아무거나 하나
걸치고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바로 앞집사는 학생인데 집에 도둑이 들었답니다.
혹시 유리창 깨지는 소리 듣지 못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듣지 못했다 하고 불안하면 어른들 올 때까지 저희 집에 있으라 했더니
부모님께 이미 연락드렸다면서 상당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가 좀 봐도 될까?"하고 앞집에 같이 들어가 보니, 베란다 유리창 하나를
깨고 침입하여 서랍이란 서랍은 모조리 까뒤집고 쑥대밭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청소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라 하고 나왔습니다.
10분쯤 후에 부모와 경찰 (경찰차가 무려 3대나 출동)이 왔는데, 제대로 수사하여
못된 넘을 꼭 잡기를 바랍니다.
엘리베이터식 아파트의 3층에 사는 저희나 앞집이나 항상 도둑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결국 이런 일이 생기는군요.
그래도 저희집은 하루에 한 번씩 장모께서 다녀가시기 때문에 피해를 면했고,
낮시간에는 항상 집이 비어있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한 도둑이 초등학생들이
아직 귀가하기 전인 오전 시간에 ( 베란다쪽 정면에는 배드민턴 코트가 있어서
초등생들이 항상 와글거리며 뛰어 놉니다. ) 재빨리 벽을 타고 기어 올라와
유리창을 깨고 털어간 것으로 나름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거 안방과 거실 그리고 작은방까지의 전면 유리창에 모조리 방범창을 해야할지
답답합니다. 몇달 전에는 바로 아래 2층 입주자는 반대쪽, 즉 주방쪽 창문으로
개스배관을 타고 들어온 도둑에게 털렸었으니, 한다면 그쪽에도 방범창을 해야 할
듯.........
과거 일반 다세대 주택에 살 때 세 번이나 도둑을 맞아 봐서, 도둑 맞은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저에게는 정말 남의 일이 아닙니다.
없어진 물건이야 큐빅 박은 결혼반지 같이 별로 금전적 가치는 없는 것들이었지만,
집안을 까뒤집어놓은 현장을 처음 목도할 때의 충격과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정말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극도의 분노를 체험
하게 됩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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