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라는 영화 참 좋아합니다.



풍부한 은유, 멋진 영상과 음악. 무엇보다 내가 접하고 있는 이 현실이라는 것이 도데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매우 세련되게 표현한 영화죠.



극중 사이퍼라는 인물이 배신을 때리기 전 잠시 가상의 현실로 들아와서 고급 스테익을 즐기는 장면이 있습니다. 먹기전에 한마디 하죠.



"난 이 스테익이 가짜라는 것을 알지,,,"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웠던 그 맛을 흠뻑 즐기는 천상의 표정을 순간 짓습니다.



그 장면을 떠올릴때 마다 저 또한 신선한 육즙이 베어나오는 고기 한점 베어 먹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그맛이 내게 가짜면 어떠리오, 또 진짜면 어떠리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급 하이파이 앰프나 중급 하이파이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귀라는 감각기관이 인지하는 순간 둘의 소리가 동일하면 어떻고 다르면 또 어떻습니까. 그 진실이 획기적인 테스트 기법이나 권위있는 이론에 의해 규명된다 해서 각각의 오디오 파일들의 태도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언젠가는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여 뇌신경을 직접 자극하여 소리를 재구성하는 하이파이의 매트릭스가 등장하겠죠. 현재의 불완전한 전자기적 채널과 물리적 진동을 통해 고막을 울려 소리를 느끼게 하는 시스템 자체가 빈티지가 되고나면, 오히려 많이 허탈하지 않겠습니까?



그때는 모가지에 연결하는 선재의 재료나 절연체로 서로 다투려나? 흠,,,



객곽론, 주관론 모두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멋지게 하이파이 만끽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구축한 불완전한 시스템에서 나오는 그 소리를 맛있게 듣고 즐기는 행위 자체에 묘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