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싸다 이벤트를 통해 여러 회원님들의 오디오 이야기를 즐겨보며 내세울 만한 것 없는 기기에 짧은 구력이지만 저의 지나온 수년간의 소소한 기기들과 추억이 떠올라 몇자 끄적여 봅니다.
서울에 비하자면 문화적으로 많이 낙후했던 동해안의 포항에서 나고 자라며, 간혹 시내에 나갈 때마다
의리의리한 위용을 자랑하던 인켈/태광대리점의 전축! 시스템들을 동경하기는 했으나 제 집안형편과는
너무나 먼 이야기라 사장님들이나 구입하시는 것으로 생각했던 어린시절이었네요.
그러다 고교입학기념으로 아버지께서 거금!을 들여 선물해주신 인켈 미니오디오로 LP와 테입을 닳아지도록 들었던 시절의 기억이 오늘날 오디오파일의 씨앗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학업을 위해 상경하여 강남 쪽에서 자취를 하다보니 골목골목에 꽤 고가의 노후한 장비들이 폐기되곤 했는데(역시 좀 사는 동네였음 - 실제로 어떤 수준의 기기인지 재생은 제대로 되는건지 잘 몰랐음),
하루는 PA쪽 음향일을 하는 친한 선배가 놀러왔다가 “야! 이거 아직 쓸만한데~”하며 저를 꼬드겨
길거리에 버려진 에로이카 대형 전축 스피커를 좁디좁은 자취방으로 낑낑대고 들여다 놓은게 오디오파일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되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형 에로이카 전축 스피커의 위용과 사운드는 정말이지 엄청났고
(심각한 저음과잉의 부밍을 정말 좋은 소리라고 감동하고 있었음),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을 때마다
수명이 거의 다한 종이 콘지가 부스러지면서 날리는 먼지는 소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놀라운 마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디오파일의 증세가 나타나면서 당시 대학원생 형편으로는 나름 무리해서 황학동표 인켈 기기들을 들이기 시작했고,
(지금 보면 참 어처구니 없지만 그땐 참으로 흡족했네요 ^^;;;;)
빙글빙글 돌아가는 동그란 것들은 모두 편애했으며,
특히나 인켈 7R 시리즈의 황금빛 외관은 라면만 먹어도 행복한 나날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다 나도 이제 신품이란 걸 한번 사보자! 라는 생각에 알바비를 탈탈털어 구입한 와피데일 아틀란틱 스피커(이거 구입도 용산에서 호갱된 듯한 아픈기억 ...),
물론 자취방에선 저음과잉이라 영화볼 때 매우 좋았죠 ㅎㅎ. 초록은 동색이라 막귀주변에 막귀만 몰리니 친구들과 실컷 취하며 영화감상도 무척이나 많이 했던 즐거운 기억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봉급이란게 들어오자 오디오파일 병은 본격적으로 발병하고, 인테넷 블로그/카페나
오프라인 오디오쇼도 참석하며 가성비 최고라는 기기들의 명칭을 자연스럽게 외우면서 끊임없는 바꿈질을 시작합니다(이때는 차도 없었는데 기기들을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날랐는지... 물론 원하는 기기를 손에 넣으면 힘듬과 쪽팔림은 찰라에 불과!).
참으로 따듯하고 점잖았던 영국신사들 오디오랩 분리형, 레가 분리형, 나드/뮤피 인티...
아직도 방출하지 않고 무조건 들고다니는 아캄 23t
애국심의 발로라기보다는 가성비가 좋다는 웹 정보에 금잔디 음향 제품들도 꽤 많이 들였습니다.
(나름 상급기인 카이로스 3WAY는 무려 신품으로 구입... 성신여대 입구역에도 자주 출몰하여 사장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더랬죠)
사운드포럼의 멜론 스피커와 소리전자 정호윤 님 제작 첫눈 소출력 인티 조합은 책상위에서 매우 예쁜소리를 내어 줍니다.
또 이즈음 해상도!에 꽂혀서... (가수들의 입모양/위치가 느껴지니 정말이지 잠이 오질 않더군요)
고음만 강조되어 밸런스가 엉망인 시스템도 곧잘 만들었고...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시스템... 어느순간 소리가 이상해져버리면서 해답을 찾지못하던 나날...
아마 이때쯤 케이블/전원/접지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듯 합니다)
명성과 달리 속만 썩이던 기기들...
필 존스의 플래티넘 솔로는 도통 맞는 앰프를 구할 수가 없어 결국 방출...
덴센 110 + , 스텔로, 프라이메어도 매칭실패로 방출...
지금 돌이켜 보면 좀더 끈덕지게 들어볼 껄 하는 후회가 많습니다(또 막상 구하려면 나타나지 않는게 오디오 기기와의 어려운 인연).
장터에 올리자마자 신속히 판매되어 자존감을 높여준 B&W 805s 이와 상성이 괜찮았던 멜로디 진공관~
그러던 중 오디오생활 최대의 난제인 결혼 및 딸의 탄생으로 모든 것이 올 스톱 되버린 기간...
이제 슬슬 딸과 대화라는 것이 가능해지면...
어느 회원님께서 팁 주신 것처럼 살짝 뜨거운 진공관도 만지게 해보고(미안하다 - , -;;),
재삼재사 아빠 방의 쇳덩이들은 절대 만지면 안된다는 협정을 맺고 난 이후로는
슬슬 기기 바꿈질이 도지고 있네요...
계속 뭔가가 바뀌고 있다고 집사람께 구박먹는 오늘의 오디오 방...
오디오파일 하면서 음반질도 늘어서 해외직구는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더군요...
(오됴질의 장점이라 주장함 ^^;;)
부지런한 갤러리 회원님들의 시스템 사진들을 구경하면서, 저또한 소소한 기기들이라도 자신의 소중한 추억으로 사진 남겨야지 다짐하면서도 게으름과 수도없는 바꿈질에 기억에만 남아있는 기기가 더 많네요,,,,
그래도 이즈음의 제일 좋은 추억은 딸과 함께 이 시스템으로 뽀로로 동요를 듣는 순간 ^^
(이 또한 훗날에는 가족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겠지요)
2016년에도 회원님들의 즐거운 오디오 생활과 건승을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