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싸다 AV갤러리 이벤트 경품 욕심에 30여년전 제 첫 오디오 생각을 떠올려봅니다.
초등때 TV 앞에 마이크를 두고 만화 주제가를 녹음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빌려온 만화주제가 테이프를 카세트 두 대를 서로 마주 보게 해서 이불을 덮어 씌우고 복사를 하기도 했는데 개 짖는 소리와 주변 소음에 많이 속상해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중2때 전파사를 하시던 삼촌이 싸게 구해 주신 삼성 스테레오 카세트로 본격적인 음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고2때부터 오디오에 대한 동경과 소유 욕구는 갈수록 커졌습니다.
당시 교과서나 참고서 표지를 외국 쇼핑 잡지(?)로 겉을 싸는게 유행이었는데 친구들 책 겉표지를 장식한 마란츠, 산수이, 켄우드 오디오 사진들은 보기만 해도 황홀했습니다.
마냥 꿈인 줄만 알았던 오디오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면 사주시겠다는 부모님 약속이 철없던 제가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보여준 롯데파이오니아 가격표는 제 눈에서 떠날 줄 몰랐습니다.
나름 가성비를 따져가며 중상급 모델들로 점찍어 놓고 계산기를 두들겼습니다.
지금 기억으로 제가 찜을 한 기기들은 롯데파이오니아 A-30 앰프, LT-60 튜너, CT-20 데크, LS550 스피커, PL-S50 턴테이블로 기억합니다.
1986년 12월 학력고사는 긴장과 떨림속에서 그렇게 지나가고 생각보다 초라한 결과만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철없는 오디오 욕심으로 재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부모님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오디오 구입을 주저하셨습니다. 며칠에 걸친 제 고집에 결국 오디오를 사러갔지만 제가 찜했던 기기들은 재고가 없었습니다.
하루도 더 기다릴 수 없는 조급한 마음에 대리점 사장님이 권해주신 롯데파이오니아 아반테 G9 모델에서 스피커만 LS-550으로 하여 구입했습니다.
당시에 구입했던 모델과 가장 유사한 사진입니다.
카세트 데크는 LA1200 파워 앰프 세트 모델의 더블 데크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때부터 6년을 거의 매일 많은 음악을 들려준 심장과 소리통은 SA-930 앰프와LS-550이었습니다.
당시에 SA-930 앰프의 INPUT 셀렉터가 소스 기기의 재생에 따라 자동으로 전환되는 기능으로 '컴퓨터 오디오'라고 롯데파이오니아에서는 홍보를 했었는데 저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셀렉터의 마감이 조잡해 보이고 나름 멋스러워 보일수도 있는 슬라이드 볼륨은 조작하기 불편했습니다.
물론 훗날 일명 빈자의 매킨토시와 JBL로 다시금 일컬어질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카세트에서 오디오로 바뀐 그 소리가 저를 황홀하게만 할 뿐이었습니다.
이후에 직장 생활로 수년간 오디오와 생이별을 한덕에 턴테이블, 튜너, 데크, 스피커는 모두 고장이 나서 앰프만 두고 모두 폐기했습니다.
앰프는 차마 그럴 수 없어 수년전 점검을 한번 한 후 계속 보관만 해왔었는데 오늘 열어보니 전해 콘덴서가 모두 부풀어 있네요.
헤드폰으로라도 예전 소리를 들어 보려고 했더니 모기 소리가 나네요.
이 참에 수리해서 다시금 이놈의 심장을 뛰게 하고 싶습니다.
구석에 쳐박아둔 NHT 슈퍼제로와 짝지어줄까 생각중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현재 거실과 방에서 사용하는 기기들입니다.
저도 첫 월급부터 오디오 구입에 매진을 하였습니다만 형편상 업그레이드 보다는 고만 고만한 입문 기종들의 바꿈질로 부족함을 달래왔습니다.
집안 구석 구석에 두어조 더 꾸밀 앰프와 스피커들이 꼭꼭 숨어 있습니다.
작은 오디오노트 M1 시스템과 오디오클럽 복각판 LS3/5a도 벽장속에서 숨죽이고 있습니다.
틈날때 이렇게 한번씩 빛을 보여줄 뿐입니다.
제작 의뢰한 EL34PP 프리, 파워도 아직 집으로 들어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모두들 나와서 제 소리들을 씩씩하게 내줄까요?
모두 정리하고 똘망한 녀석들로 단촐하게 꾸며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지만 여기 저기 조금씩 가진 기기들의 지병과 골병, 그리고 제마음에 깊숙히 든 정들로 쉽게 내치지를 못하겠네요.
이제 2015년도 한달 남짓 남았네요. 회원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음감생활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