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에 마음을 뺏길 때가 있습니다.
케이블에 음각 지어진 문양에 감탄할 때가 있습니다.
작은데도 정교하게 짜맞춰진 라인에 눈길을 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호방하게 큼직한 소리로 여러 사람과 음악을 나눌 때도 있지만
때로는 홀로 넋이 나가 음악에 심취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막 잠에서 깼을 때 라디오를 켜고 싶거든요.
이 글은 오디오 라인 중에서도 작지만 저렴하고 대중적인 미니 오디오 기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헤드폰에 한참 눈 돌아가 있었던...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5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다음 까페 -미니 음향 기기에서 누군가 '시코'(시디피코리아)로 가보라는 글을 보았고
그곳에서 와싸다로 건너오게 되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인 제 기억에 십 년 전 와싸다는 다이나믹한 곳이었습니다.
하루에 게시글이 열 묶음이 넘게 올라왔고 괴짜 분들의 전쟁에 가까운 논쟁이 있었고
닭장 싸움 게시판도 있었고 글 말머리에 '아라베스크'라고 적어 놓던 분이 먼저 떠오르는 군요. ^^;
경매 입찰로 기기를 장만할 수 있었고 장터에는 생전 처음 보는 온갖 요란한 기기들이 쏟아졌습니다.
황금같은 청년기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는 곳이 이곳 '와싸다'라 할 수 있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기기공학적 지식에 눈 돌아간 제가 경매 입찰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래서 당첨된 9900원 짜리 미니 콤퍼넌트! 켄우드 'HM-335'를 손에 넣게 됩니다.
<지금도 현역기로 사용되는 KENWOOD HM-335>
지금은 제 방에 놓고 음악 듣고 싶을 때면 라디오나 시디나 크게 틀어놓고 마루에서 춤도 추고 그럽니다. ㅎㅎ
기본 스피커보다는 이어폰 출력 단자를 통해 사진에 보이는 알텍랜싱 PC 스피커에 연결해 놓았는데 공간 상의
문제로 그렇습니다. ㅎㅎ
켄우드의 어어폰 출력이 프리앰프, 알텍랜싱 스피커(액티브 스피커라고 해야겠네요) 자체 파워 앰프 역할을 해서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를 통해 프리-파워 분리형의 매력을 알게되었다고나 할까요. ㅎㅎ
여유있게 소리를 밀어주네요.
세월의 흐름따라 켄우드 미니 콤퍼넌트도 여러 문제점을 발생하게 됩니다.
시디피는 인식이 안 되고 라디오 안테나 연결 단자가 부러졌으며 테이프의 고무줄이 끊어졌습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읍는다고 제가 고치게 됩니다.
사진에 100원 짜리 옆에 있는 게 바로 스테빌라이저 입니다. 이 스테빌라이저를 통해 시디 인식율을 90%이상
높이게 되었고 안테나 연결 단자는 접합시킨 후 글루건으로 고정시켰고 테이프 고무줄을 교체하게 됩니다.
뒤에 있는 사진이 바로 턴테이블 식으로 시디를 구동시키는 모습입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PC 부품을 이식하게 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의 미니 콤퍼넌트는 세계 최초로 CPU를 이식한 미니콤퍼넌트 시스템 입니다!
<분해를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분해해야한다면 전기 코드를 뽑고 5분 정도 지난 다음에 하세요.>
내부를 보시게 되면 트랜스에 그래픽카드 쿨러를 넣었고 뒷면에 샘프론 CPU를 달아 방열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리에 대한 이득은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오래 쓰지 않을까합니다. ^^
세월이 흘러 아이라도 얻으면 자장가나 동요 용도로 설치해주려고 합니다. 아쉽게도 테입 기능은 모터가 고장난 듯해 사용 못하고 있네요. ^^
<클립시의 GIG과 블루투스 연동 중인 휴대폰>
요즘은 와싸다에서 구입한 클립시의 'GIG' 블루투스 스피커를 휴대폰과 연결해 듣고 있습니다.
휴대용 스피커 치고는 제법 웅장하고 질감있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간편하게 사용 가능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아주 재미있는 스피커 입니다. ^^)
블루투스 연결 한 번 해보세요.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다음 시대에는 어떤 스피커가 나올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