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까지 팝송만 즐기느라 좋은 가요가 많다는 것을 몰랐었습니다.
안사람과 마무리 공사 중인 광화문 공원(옛 서울고 자리)을 거닐며 데이트하는데 비가 내리더군요. 비를 피해 건물로 들어섰는데 마침 이름도 없는(?) 가수 공연이 있기에 없는 돈 탈탈 털어서 들어갔습니다.
이름없는 가수답게 정말 썰렁하더군요. 겨우 4~5 커플이 소극장을 군데 군데 자리잡고 있었을 뿐입니다. 잠시 후에 가수가 무대에 나오더니, 모두 들리게 큰 한 숨을 쉽니다. 그러더니......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전부 내려오세요. 마이크없이 바로 앞에서 불러드릴께요. 기획사가 저만 믿고 홍보를 아예 안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비까지 오니 ㅜ.ㅜ"
오세영 속마음으로 : 우리는 그냥 여기 있을테니까, 노래라 잘 불러라.
추적 추적 비내리는데,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가 계속 되더군요. 나중에 곡명을 찾아보니 '사랑했어요'입니다.
노래가 다 끝나고, 그 가수가 이럽니다.
"오늘 저와 함께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다른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따라가더군요.
오세영은 데이트가 더 중요했기에 그냥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가수가 누구였는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김현식이라는 전설이었다는 것을.
왜 그 분이 죽은 후에야 이름을 알게 되었는지.....
P.S. 신입사원 시절에 워낙 야근이 심해서 택시로 거의 퇴근을 했었습니다. 역시 자정을 넘긴 어느 날 밤에, 택시가 합승손님을 태우려고 길가에 정차하더군요. 조수석 문이 열리면서, 왠 노숙자삘의 큰 얼굴이 쉰 목소리로, "아저씨, 평창동 가요?"
저는 "어~어~어"하면서 놀라기만 했고, 차는 다시 출발했습니다.
라이브란 라이브는 모두 관람했던 들국화의 전인권씨였습니다.
왜 그 때에, 정신차리고 "아저씨, 평창동부터 들렸다 갑시다"를 못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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