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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테스트가 뭔지는 알고서 주장을 해도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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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8 16:3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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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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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테스트가 뭔지는 알고서 주장을 해도 합시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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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 [가입일자 : 2004-10-20]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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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테스트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맨날 똑같은 소리라고 지겹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작 블라인드 테스트가 뭐고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결과들이 어떻게 나와 있는지는 깜깜한 경우가 참 많이 눈에 띈다. 물론 어차피 비실용론자라서 실용론의 주장에 귀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런 것으로 그만이기는 하다. 다만 뭔가 자신이 주장을 펼치려면 씹고 싶은 상대의 주장이 뭔지는 알아야 하는 것이 논쟁에서의 예의다. 논쟁에서 고운말 예쁜말 쓰라는 초딩 도덕책 따위는 이 바닥에선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모양이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상대의 주장을 알고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1. 블라인드 테스트는 어떻게 하는가.
- 두대의 앰프를 준비하고 두대의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때 어느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당연히 말해주고 또 앰프를 그대로 보여준다.
- 두대의 앰프 중 어느 하나의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알지 못하게 하면 그게 테스트가 되며,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에라도 언제든 시험 참가자가 A나 B 앰프 중 하나를 들려달라고 하면 다시 들려준다.
- 두대의 앰프의 볼륨을 같게 맞춘다. 그러는 이유는 볼륨이 큰 경우 더 세밀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더 소리가 좋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 블라인드 테스트시 동일하게 볼륨을 맞춘다고 해도 볼륨이 작은 상태에서 테스트가 진행되는 일은 많지 않다. 불행하게 한쪽 앰프가 출력이 작은 경우에 어쩔 수 없이 볼륨이 낮은 상태에서 동일하게 맞출 수 밖에 없을 뿐이다. 몇몇 블라인드 테스트의 후기를 보면 귀청 떨어지게 큰 볼륨이었다는 말들이 보인다.
- 참가자는 테스트를 신청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지게 마련인데 보통 절반 정도는 오디오에 약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고, 절반 정도는 오디오파일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비율이 일정할 수는 없으나 앰프나 소스기기 혹은 케이블의 구분이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참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피험자와 실험자 모두가 어느 앰프가 선택되었는지 알 수 없게 하는 더블 블라인드가 블라인드 테스트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 대규모의 공개적인 테스트를 제외한다면 테스트에 쓰일 음반은 참가자들이 가져와서 테스트할 수 있다.
2.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시킬만한 앰프
- 몇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며 이런 요건은 현대의 TR앰프가 거의 충족시키는 기준들이다.
- 왜율 0.1% 이하
- 대역별 평탄성이 좋을 것(임의로 말하자면 20헬츠에서 20킬로헬츠까지 +/- 0.5데시벨 이하)
- 댐핑이 적당한 수준 이상일 것(사적으로 50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 신호 대 잡음비가 좋을 것(사적으로 85데시벨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3.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시키는 앰프요건의 이유
- 위의 요건은 매우 단순하며 모두 입력된 신호를 그대로 증폭시키는가와 관련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요건이 하이파이라는 말의 정의다. 하이파이는 하이 피델리티의 줄임말이고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충실도다. 무엇에 충실한가라면 원신호에 충실하다는 뜻이다. 원신호가 구리면 하이파이는 구린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어야 한다.
- 위 요건은 현대의 TR 앰프들 대부분이 충족시키는 기준이다. 몇몇 기준은 시대에 따라서 변동된다. 80년대 초에 나왔으니 70년대에 쓰여진 오디오 가이드에서 보면 왜율 0.9% 이하는 구분이 잘 안되니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도 나온다. 하지만 앰프의 기술도 조금씩 보편화되기 때문에 입문기에서도 왜율 0.03% 같은 것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자면 기준은 현재 생산되는 입문기급 TR앰프의 평범한 수준을 가지고 정해진다고도 말할 수 있다.
- 위 요건이 현대 TR 앰프 입문기의 평범한 수준에 의해 정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원래 일정한 수준을 정해놓은 것은 인간이 이 정도 이상은 구분해내지 못하더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 위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블라인드 테스트는 의미있을 수 있다. 가령 나머지 요건은 모두 충족시키지만 댐핑 요건은 많이 떨어지는 앰프를 테스트에 참가시키게 된다면 댐핑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많은 차이를 만드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4. 블라인드 테스트의 일반적 결과
- 많은 제법 믿을만한 블라인드 테스트에 의하면 참가자들이 앰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 데이터에 의하면 막귀와 황금귀가 존재할 수 있어 보이지만 소규모 테스트에서는 아무도 소리차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스테레오파일의 조금 다른 종류 블라인드 테스트에 의하면 사람들은 A-A, B-B, A-B, B-A 순서로 들려주었을 경우 모두에서 앰프가 바뀌었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65퍼센트 정도, 앰프가 바뀌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35% 정도 된다. 이 결과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귀기울여 듣다보면 뭔가 바뀌었다고 느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 대규모 공개 블라인드 테스트 이외로 소규모로 10~20 명 정도로 행해진 테스트도 많으며 간혹은 3~4명이 사적으로 행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경우 집주인과 친구나 애인등은 모두 기존의 앰프가 내는 소리에 매우 익숙할 것이며 늘 듣던 음반으로만 테스트를 행했을테지만 몇번의 테스트 후 아예 테스트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제법 보인다.
5. 블라인드 테스트는 왜 하는가
- 볼륨이 다른 경우와 시간대가 다를 경우, 주변 환경이 다를 경우, 앰프에 대한 일정한 편견이 있을 경우 실제로 소리는 다르게 들린다. 사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도 다르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는 것도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그런 모든 것을 배제하고 '실제로'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블라인드 테스트다.
- 이런 이유 때문에 초기 앰프 제작자들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현재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회사는 없다는데 인간의 귀보다는 수백배 정확한 측정기기들로 대신하는 것으로 안다.
- 애당초 위약효과를 배제하고 실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사용되었던 것이 블라인드 테스트인만큼 객관적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6. 블라인드 테스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 내가 알기로는 블라인드 테스트는 의약품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실험군과 대조군에 각각 실제약, 약과 동일한 모양과 맛을 지녔으나 밀가루일 뿐인 약을 투여하고 양자의 변화를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 이경우 증세가 호전되는 확률이 실험군은 45%, 대조군은 30%라면 이 약의 약효는 약 15%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대조군은 위약을 먹게 되지만 자연치유되거나 약을 먹으니 나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약 30% 정도가 증세호전될 수 있다.
- 모든 실험에서 마찬가지지만 대조군이 없는 실험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7.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에 대한 논리
- 제법 믿을만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오디오파일로 자처하는, 혹은 황금귀로 자처하는 사람들조차도 앰프를 구분하지 못하자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의 성격을 문제삼게 되었다.
- 대규모의 공개 테스트 결과였기 때문에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헛점이 주로 주장되었다.
- 새로운 공간, 모르는 음악, 자신이 써보지 못한 기기들로 테스트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구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된다.
- 앰프 등의 기기들은 오랜 기간 익숙한 환경에서 동일한 음악을 계속 듣게 되면 그것의 소리에 매우 익숙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다른 앰프를 가져와 테스트한다면 쉽게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실제로 그렇게 해서 맞췄다는 데이터가 많이 있다면 제시를 바란다)
- 그러나 몇몇 블라인드 테스트를 보자면 이런 주장이 그렇게 설득력 있지는 않다. 몇몇 사례에서 보면 고가의 앰프를 운영하던 사람이 서브로 쓰기 위해 들인 리시버를 비교하게 되는데 친구들은 물론 본인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물론 이 사람과 친구들이 우연히 모두 막귀였을 수도 있다)
8. 사례찾기
- 자유로운 인터넷 세상에 검색을 생활화하자. 구글에서 ABX Blind Test 쳐보면 매우 많은 게시물들이 있다. 물론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도 되겠지만 국내 자료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Tip 앰프 블라인드 테스트시 잘 맞추는 요령
음질, 무대를 그리는 능력, 고음이 쏘는지 부드러운지 달콤한지, 저음이 퍼지지는 않는지 단단한지, 중음역대 해상력이 뛰어난지 등등으로 맞추려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앰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잘 맞추려면 음상이 어디에 맺히는지를 잘 구분해보라고 참가자 중 하나가 조언한다. 앰프들은 보통 좌우 밸런스가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고가 기종에서도 그렇다고한다) 음상이 어디에 맺히는지를 잘 들어두고 맞추면 정답일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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