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에서 닭 백숙 먹고, 당구도 좀 치고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토요일 밖에서 노는 조건이 5시까지는 집에 들어 오는건데, 이미 시간은 4시. 그래도 최대한 빨리 가면 저녁은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ㅠ.ㅠ
강북쪽 자전거 도로를 열심히 달리면서 가는데 여의도 무렵에서 앞에 두명이 나란히 달리면서 길을 막고 있더군요. 우측은 때깔 고운 로드 자전거에 복장도 잘 갖추어진 라이더. 그리고 좌측은 평범한 MTB 자전거에 바지단만 여며지는 복장의 모자 쓴 중년 아저씨.
아저씨가 옆에서 패달링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무릎을 더 모아라, 너무 모았다 그러면 안된다, 패달링이 느리다 더 빨리해라. 그런 지시를 하면서 달리더라구요.
집에는 빨리 가야하는데 앞에서 그렇게 20km/h 정도로 둘이 나란히 막고 있으니 답답하고 추월을 할까 싶기도 했습니다만.. 고수의 강의 현장에서 그러는건 예의가 아닐 것 같고, 얼마나 가당치 않게 그 분들이 절 생각할까 싶어서 계속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묵묵히 지시를 받으며 말이 한마디도 없던 우측 라이더가 상체를 쭉 펴면서 코치를 보고 드디어 말을 하더군요.
"아저씨, 제가 알아서 할께요, 좀 그냥 가세요."
이 무슨 씨츄에이션이냥.. -_-;;;
코치(?) 아저씨 삐쳤는지 속도를 늦추고, 저도 그 코치를 추월해서 뿔 났을 마눌을 향해서 다시 패달질을 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이상해서 보니까 그 코치(?) 아저씨 이번에는 제 왼쪽에 붙어서 같이 달리고 계시네요. 절 계속 쳐다 보면서... -_-;;;
뭐라고 말 붙이기 전에 얼른 도망가자 싶어서 모른 척 앞만 보고 패달질만 죽어라고 했습니다만.. 계속 옆에 찰거머리처럼. ㅠ.ㅠ
반포대교 건너서 옆을 보니 드디어 없길래, 공원에 널부러져서 개거품 물고 10분쯤 뻗었다가 집에 왔네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