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하여 사무실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사무실을 10여m 남겨두고 서행으로 전진하는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쿵 소리가 나며 소란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놀라서 내려보니 조수석 쪽으로 어떤 남자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매우 놀랐죠.
그 사람을 부축하며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보지 못했네요. 괜찮으세요?"
이랬더니
옷을 털며 일어나서 저를 째려보는 겁니다.
"왜 가만히 있는 사람 치고 가세요?
당황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서행으로 가던 길이었고 그 남자는 앞쪽에서 나온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분한 남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왜 옆에서 튀어나왔느냐는 등의 자극이 되는 말은 하지 않았죠.
기세등등한 이 남자
이때부터 저를 몰아세우더군요.
멀쩡한 사람을 받았다느니
운전을 이따위로 한다느니
저는 크게 대응하지 않고 다치신 곳 있으시면 병원에 가자며
흥분을 가라앉도록 유도했습니다.
제 말을 듣지 않더군요.
그러더니 제 좌측으로 지나가다 사고를 보았는지
멈춘 소형차량으로 다가가서
운전자 아저씨께 호소하더군요.
"아저씨, 보셨죠? 이 사람이 가만히 지나가는 저 치고 가는 거요."
저는 옆에서 그냥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 아저씨 대답해주시더군요.
"아니, 내가 보기에는 이 아저씨 갈 길로 제대로 운전하고 갔는데...
그냥 서로 이 자리에서 사과하고 그냥 끝내기 가시지..."
이 말에 이 남자 기가 꺾이더군요.
그러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자기 왼손에 들려 있던 뭔가를 제 눈에 흔들더군요.
보니 선글라스였습니다.
구찌...
"아, 그럼 이것 보세요. 멀쩡한 제 선글라스가 이렇게 망가졌으니
이것 물어내시죠."
보니 안경다리 한쪽이 휘었더군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보통 꼴통이 아닌 것 같아 이건 해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바로 앞이어서 차를 대고 사무실로 데려갔습니다.
처음엔 안경점에 가서 수리한다더니
태도를 바꾸더군요.
어차피 이건 수리가 되지 않을 것같고 나도 손해 볼 수는 없으니
선글라스 값을 달라고요.
얼마냐고 했더니
백화점에서 35만 원 하는데 자긴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27만 원 줬다더군요.
그냥 입금해줬습니다.
자기 계좌도 아니고 여자친구 계좌를 주더군요.
자기가 60평짜리 룸을 운영하는데 제 사무실에 있는 건축자재를 보고
이거 거기 시공하면 어떠냐는 둥 헛소리 하면서요.
보니 건너편 건물에 사는 것 같은데
도무지 사람 인상이 좋지 않고
무언가 해코지할 느낌이 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원하는 데로 해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후에 아까 증언(?)해주신 소형차 운전자분께 아까 감사했다고
전화를 드리니(처음 뵙는데 근처 건물에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아까 그놈 처음에 길에 있지도 않던 놈인데 갑자기 그 차 옆에서 뒹굴더만..."
이러시며 무슨 일이 발생하면 본데로 증언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기 싫어 이렇게 처리했지만
속이 상하네요.
저런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도 꺼림칙하고요.
억울한 마음에 강남구청에 전화하여 cctv설치를 요청하였습니다.
제가 531번째 민원대기자이며
내년 3-4월에 설치 심사를 할 것이며
언제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일단 골목길에서 부주의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며
쓰레기들이 주위에 도사리니 항상 조심하여야겠습니다.
지금 제 손엔
어제 그 인간이 놓고 간
구찌 선글라스가 덩그러이 놓여있네요...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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