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불행히도 뇌종양의 일종인 청신경종양으로 우측 청력을 잃어서 기성품 오디오를 모두 정리하고 요즘엔 오디오 자작을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플레이어/DAC 자작과 2웨이 소형 스피커 자작기를 올린 적 있습니다.
이제는 5.5인치 급으로 본격적인 2웨이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8인치 3웨이를 메인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저음이나 스케일의 크기보다는 2웨이가 갖는 장점 위주로 구상을 했습니다.
일단 인클로져 디자인은 아발론을 워낙 좋아하기에 아발론의 2웨이 북셀프인 모니터 스피커를 모델로 했습니다.
다만 90년대 중반에 나온 모델로 지금은 자료를 구하기 어렵고 굳이 복각하려는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크기나 비율은 무시하고 대략적인 스타일만 비슷하게 디자인했습니다.
먼저 스케치업을 이용해서 3D 모델링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치수도 결정하고요.
위 도면을 이용해서 인터넷 철물점인 철*지에서 주문했습니다. 아발론 스피커는 뒤로 눕혀진 경사진 모양인데 이를 고려해서 재단을 하려면 도면도 정확해야 하고 주문 자체가 상당히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해당 부분은 제가 직접 처리하기로 작정하고 개략적인 도면만 작성해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유닛선정..
스타일은 아발론 모니터 스피커를 따라했지만 복각하려는 건 아니었으므로 유닛 선정은 제가 임의로 했습니다. 이리저리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트위터는 아큐톤의 C25-6-12입니다. 국내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고 신품은 조당 51만원인데, 중고로 구입해서 25만원에 구매했습니다. 조합한 미드우퍼는 5.5인로 아우룸칸투스의 AC130 Signature라는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인터넷에서 사용기나 스펙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수입상인 사운드**에서만 설명을 볼 수 있는데 설명 자체는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나 최종적으로 사용해 본 느낌은 꽤 괜찮은 미드우퍼입니다. 저음이 꽤 무겁고 타격감 있습니다. 해상도도 좋은 편이고 특별히 떨어지는 점이 없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정식 수입되고 있고 조당 28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래는 아큐톤 유닛입니다. 세라믹 유닛으로 파손되기 쉬워서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음질은 세라믹 특유의 맑은 잔향감이 특징이고 역돔형 트위터의 특성상 음폭이 넓고 무대감도 좋은 편입니다.
우퍼는 중고로 구매할 수 없어서 신품으로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만듦새는 꽤 좋습니다.
이전에 만들었던 4.5인치급 비파 유닛과 비교해 보면 꽤 크게 보입니다.
일단 유닛을 구해 놓고 주문 재단한 목재가 오길 기다리며 인클로져 제작에 대한 준비를 했습니다. 개인이 하는 스피커 자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실상 인클로져 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네트워크 제작과 튜닝도 기술적 지식이 있어야 하므로 진입장벽이 있긴 하지만 이론적 배경이 복잡하지 않고 경험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꾸준히 하다 보면 실력이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클로져의 경우는 적당한 나무 박스를 목표한다면 큰 어려움 없겠지만 기성품 수준의 인클로져를 만드려면 상당한 목공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방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한다면 턱가공이나 면치기, 사선접합 등 산너머 산입니다. 작업시의 분진과 소음도 보통 문제가 아니고요. 따라서 소리 튜닝 자체에 집중하려면 인클로져는 자작보다는 적당한 업체에 가공을 맡기는게 차라리 낫습니다. 제가 만든 수준의 인클로져는 전문 업체에 맡긴다면 20여만원 쯤 할 것이고 요즘 유행하는 적층식으로 만들면 30만원 이상할텐데 공제등을 잘 활용하면 훨씬 싼값에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주문자체가 인클로져 용적 계산이나 정확한 도면 작성이 필요하므로 주문 제작도 처음 하려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암튼 저는 인클로져 제작부터 네트워크 튜닝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가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용적계산부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파라메터를 고려해서 적정 용량은 약 10.5리터로 결정하고 이에 맞춰서 도면을 작성했습니다.
평범한 박스형으로 제작하면 난이도는 상당히 낮아지는데, 저는 아발론 스타일의 뒤로 눕혀지고 옆면이 쳐진 스타일로 작업했기 때문에 손이 상당히 많이 갔습니다. 특히 빗면 치기 등은 전문 공구가 없이 작업하려면 상당히 힘든데, 집에서 작업하다 보니 오로지 톱과 사포질만으로 작업했고 엄청난 노가다 작업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옆면부터 작업하고..
두께는 MDF 25mm를 기본으로 하고 전면 배플은 50mm로 작업했습니다.
아래는 전면 배플 작업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오로지 톱과 사포질만으로 작업.. 완전 노가다 작업입니다.
전면 배플은 25mm MDF를 두개 접착한 것이기 때문에 무척 무겁습니다. 물론 이렇게 두꺼운 것은 공진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고요. 옆면을 쳐낸 것은 음향적으로 장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기성품들이 채택하고 있는 디자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2짝을 모두 만들고 무늬목 작업하기 전에 우드필러 작업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MDF 작업이 마무리된 후에 무늬목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보통 개인이 자작할 때는 시트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PC 스피커나 보급형 스피커들도 대부분 시트지 작업으로 되어 있죠. 하지만 시트지 마감은 어쩔 수 없이 저렴한 티가 나서 무늬목으로 시도했습니다. 무늬목 작업은 처음 시도해봤는데 난이도가 높지만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은 높습니다.
소량으로 무늬목을 파는 곳이 많지 않고 사진만으로 정확한 무늬목을 고르기 어려워서 김포에 있는 한 무늬목 취급점에 직접 방문해서 구매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무늬목은 애니그레이인데 아주 고가형은 아니지만 고급형 가구에도 종종 사용되는 무늬목입니다.
먼저 윗면, 바닥면부터 테스트로 해보고..
감을 잡은 후에 윗면도 작업합니다.
아래는 무늬목 작업 중 찍은 사진들입니다.
무늬목 시공하는 요령은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직접 해보고 요령을 터득하는게 좋습니다. 무늬목에 따라서 난이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직접 해보는게 가장 확실합니다.
어쨌든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무늬목 작업도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무늬목 작업 완료 후 무광바니쉬 + 샌딩 작업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튜닝과 소리 만들기 작업인데, 네트워크 튜닝은 스피커 자작에서 직접 음을 만드는 가장 핵심이 되는 작업입니다. 물론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성품 네트워크를 사용하거나 외주 업체에 튜닝을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기성품 네트워크를 쓸 경우엔 사용 유닛에 최적화된 음질을 얻기 어렵고, 외주 튜닝을 의뢰해도 자신의 취향을 100%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3웨이의 경우는 변수가 많아져서 개인이 완성도있게 만들기 쉽지 않아 인터넷에 공개된 회로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2웨이인 경우에는 개인이 작업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음질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직접 네트워크 설계와 튜닝을 했습니다.
일단 네트워크 튜닝을 하려면 기본이 되는 콘덴서와 코일, 저항 등이 필요한데 저는 어차피 이런 저런 자작을 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부품들을 갖고 있거나 새로 구매해서 사용했습니다.
콘덴서는 주로 문도르프의 EVO 이고 일부 솔렌이나 문도르프 전해 콘덴서도 있습니다. 코일도 문도르프 것이 대부분이고 저항은 메탈 옥사이드 저항입니다. 그 밖에 바인딩 포스트도 있고 이런 저런 부품들을 갖고 있습니다.
처음엔 3차 네트워크로 튜닝했으나 최종적인 청감 튜닝에서 2차로 변경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RTA는 아래와 같습니다.
트위터, 미드우퍼는 모두 2차여서 슬롭이 완만하고 크로스 오버는 대략 2k 정도입니다.
소리 경향은 중역이 두툼하거나 따뜻한 경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대체적으로 평탄하고 광대역의 경향입니다. 저음이 상당히 무겁게 떨어지는 편인데 5.5인치 치고는 상당한 스케일감이 있습니다.
아래는 완성된 사진들입니다.
긴 사용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