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교사이셨다. 고*중학교 가정교사......일요일마나 난 당직을 하시는 어머니 따라 학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기도 잡고 축구도 하고 또 예쁜누나들을 감상하는것도 좋았다.
일요일이 기다려지고 어머니 손을 잡고 그 먼 길도 마다않고 따라나섰다.
막내인 나를 유난히 이뻐하셨고 또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와 함께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게 너무나도 행복했다.
어머니는 오시는길에 꼭 반포에 들려서 청룡분식이라는 식당에 날 데려갔다.
거기서 난 생전처음 모밀국수를 먹어보았다.일반국수와는 다르게 국수,국물,양념 따로 나오는게 너무나도 신기했고 또 그 맛도 오묘했다.그뒤로 난 모밀국수의 맛을 잊을수가 없었다.일요일마다 어머니를 따라 학교에 가면서도 오로지 모밀국수 생각뿐이었다.
어머니가 먼저 내 입에 국수를 넣어주고 "상언아 모밀국수가 그렇게도 맛있니?" 라고 물어보신다.난 모밀국수 맛에 홀려 정신줄 놓지가 오래다.어머니 목소리가 들릴턱이 있나?ㅎ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국수가 있다니.......ㅎ
내가 초등학교5학년이 되는해 어머니는 학교를 사직하셨다.
그것은 곧 청룡분식과 그 맛있는 모밀국수와의 작별을 의미했다.
곧 집은 이사를 갔고 내 기억속에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어린 그 학교와 모밀국수는 차츰 잊혀져갔다.......
정신없이 중,고등학교를 보낸후....
대학생이 되서야 다시 모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그런데 참 그 맛이라는게.....
청룡분식의 그 맛이 아니였던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난 점심메뉴로 꼭 모밀국수를 찾았다.....
그런데 역시 맛은 영 아니었다.
난 마음을 먹고 반포에 있는 청룡분식을 찾았다.거의 25년이 지나서......
거기는 이미 재개발이 들어갔었고 청룡분식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어릴적 소중히 간직해왔던 그 작은 추억이 청룡분식과 함께 사라져 버린것이다.
이제 내 나이 43이 되었다.난 아직도 모밀국수를 즐겨 먹는다.
물론 그 옛날 청룡분식에서 어머니와 먹었던 그 맛은 아닐지언정......
난 오늘도 모밀국수를 먹는다....
갑자기.....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언아 모밀국수가 그렇게도 맛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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