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제일 싫어하는 시간 중 하나가 공작시간이었습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문방구에서 잘라서 파는 철사로 장난감 자전거를 만들거나, 기껏 수수깡
조각과 대나무 살로 안경 만들기... 뭐 이런 정도 밖에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아무리
낑낑거리면서 정성을 쏟는다한들 손재주 있는 친구들이 쓱싹 만들어버리는 '작품'과 비교하자면
연신 한숨 밖에 안나오는 결과물을 놓고 어린 마음에 깊은 좌절감을 맛본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나이 들면서 더이상 어거지로라도 하던 '공작시간'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삶이 진행되다보니
반복적 학습을 통한 '손의 기능적 발달'은 커녕, 안그래도 없는 손재주는 뒷걸음만 거듭할 수 밖에
없었을테고 말이죠.
아무튼, 이 나이 먹으면서까지 그나마 '기계'와 '대화'를 나누어본 것은 자동차 운전과 기초적인
정비 정도와, 이곳 와싸다를 통해 눈대중으로 배운 오디오 배선연결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오늘 작심하고 자동차 '후방 카메라 장착'에 나섰습니다만, 결과는 묻지 않아도 뻔했을 밖에요...
네비의 콘솔이 트렁크에 부착돼있는만치, 가급적이면 최소의 작업으로 남들 흉내를 낼 수 있도록
번호판에 부착하는 방식의 카메라를 택배로 받아놓은 것도 좀 됩니다.
얼마 되지도 않은 공구가 보관된 통을 뒤적거리다 겨우 일자와 십자 드라이버 정도 챙겨들고 트렁크를
열긴했지만, 트렁크 내부의 커버를 벗기는데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외려 플라스틱 핀 대가리만
부러뜨린데다 배선구멍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번호판 탈착조차 두손 들고 말았으니 이젠 전문점으로
들고가서 장착해 달라고 하는 방법 밖에는 없네요. '배보다 배꼽'입니다.
왠만한 DIY 작업은 물론이고, 혼자서 집까지 똑딱 지어버리는, 손재주 좋은 분들께 깊은 경의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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