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회사에서 조금 늦게 퇴근했습니다.
집사람이 전화했는데
아이는 학원에 늦은 수업이 있고
집사람은 배우는 것이 있어 그 학원에 가야 해서
제 저녁상을 차려 놓을 테니 미안하지만 그렇게 혼자 저녁을 해결해달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상이 차려져 있더군요.
생선, 콩자반, 무말랭이, 김치 그리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미역국이요.
집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며
전기밥솥에 있는 밥을 푸려는 순간
옆에 놓인 밥그릇에 뚜껑이 덮혀 있어 열어 보니
찬밥이 있더군요.
아마도 집사람이 새로 밥을 하기 전에 남은 밥인데
나중에 자기가 먹으려고 남겨 놓은 것 같았습니다.
순간 고민을 했습니다.
따뜻한 밥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집사람이 이것을 먹지 않도록 제가 먹어버릴(?) 것인가
생각해보니
지금 제가 먹을 따뜻한 미역국이 있으니
굳이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아도 저녁은 맛있게 먹을 수 있겠더군요.
일부러 따뜻한 음식을 찾아 먹는 성격도 아니고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으니 온도도 적당(?)하고 괜찮았습니다.
얼마 전에 집사람 생일이었습니다.
요즘 형편이 좋지 않아 집사람이 원하는 선물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조그맣게 안경이랑 귀걸이 하나를 선물했네요.
기껏해야 집사람 생각하는 마음이 '찬밥'뿐인 것을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짠해지면서 미안했습니다.
쓰고 보니 궁상맞고 창피한 이야기네요.
이해해주세요.
너무 불쌍하게만 생각하지는 말아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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