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와 AV를 분리해서 듣다보니 온갖 케이블들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뒷쪽을 볼 때마다 심란해집니다.
둘을 하나로 합쳐 간소하게 꾸밀 방법을 생각하는 중에 렉시콘의 첫 번째 AV리시버인 RV-8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출시가가 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급기이지만, 어느새 제가 중고가가 구입할만한 수준으로 떨어졌네요.
우선 전면패널을 보면 렉시콘 고유의 디자인인 세로줄과 중간에 달린 볼륨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전원 버튼과 디스플레이가, 오른쪽에는 존1, 존2, 존3, 튜너로 나눠진 버튼들이 있습니다.
상하 두 줄로 표시되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륨, 선택된 소스, 입력신호 종류 등의 정보와
각종 설정값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뒤쪽의 S비디오 단자에서 출력되는 On Screen Display를 이용하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전면 디스플레이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뒷 부분은 여느 AV앰프들과 같이 입출력 단자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7채널의 스피커 출력 단자가 좌우로 나눠져서 양쪽 끝에 있는데,
이 중에 5채널만 사용하는 경우에 사용하지 않는 리어 스피커 출력을 존2에 할당할 수 있습니다.
멀티채널 스피커와 별도로 하이파이용 스피커를 연결할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아나로그 및 디지털 입출력 단자들은 모두 언밸런스드입니다.
RV-8의 뛰어난 DAC 성능을 생각한다면
밸런스드 입력이 있더라도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8단(16개)의 아나로그 입력단자 중에 6개씩 점선으로 묶여있는 단자들를
SACD 등의 5.1채널 아나로그 입력으로 사용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나로그와 디지털 입력단자들은 소스 이름이 아닌 숫자만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 입력단자들을 원하는 소스 이름으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입력 단자는 동축 4개, 광 4개로 다양한 디지털 소스를 입력하기에 충분하지만,
USB 입력 단자가 없기 때문에 피시파이를 위해서는 USB 디지털 출력을 동축이나 광 디지털 출력으로 바꿔줄
DDC가 필요합니다.
아래에는 AV리시버답게 튜너를 위한 안테나 단자가 있는데,
제가 사는 곳이 높은 아파트들 때문에 라디오 전파가 잡히지 않아 사용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하이파이 앰프에도 드문 포노단이 AV앰프에 있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해외 리뷰에 의하면 내장된 포노앰프의 성능이 좋다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빈말은 아닙니다.
그 옆에는 두 개의 마이크 단자가 있습니다.
제가 검색해서 찾아낸 설명에 의하면 사운드 캘리브레이션용 마이크를 연결하기 위한 것인데,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500달러의 비용이 청구되는 업그레이드 작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두 개의 마이크는 500달러의 별도 구매입니다.
제 자리에 설치를 마친 모습입니다.
오른쪽에는 하이파이 감상용으로 사용하던 소닉크래프트의 마일스톤 파워앰프입니다.
마일스톤도 상당히 큰 앰프입니다만, 높이나 길이에서 RV-8이 약간 더 큽니다.
뒤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켜면 다른 AV앰프들과는 달리 바로 켜지지 않고
수십 초에 걸쳐서 시스템 체크와 부팅과정이 진행됩니다.
부팅이 끝나면 디스플레이가 꺼지고 스텐바이 상태가 되는데,
이 때 전면 패널에 있는 전원 버튼이나 리모콘의 전원 버튼으로 켜야 작동을 시작합니다.
켜는데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작동 중에는 전원 버튼과 디스플레이 부분 외에도 하단에 7개 불빛이 켜지는데,
이는 7채널의 파워앰프가 정상 상태라는 것을 표시합니다
디스플레이에는 선택된 소스와 볼륨 외에도 입력신호의 종류가 아나로그인지 디지털인지,
디지털의 경우에 2채널이면 샘플링 주파수를, 멀티채널이면 돌비 디지털인지 dts 인지를 표시해 줍니다.
또한 음장모드도 함께 표시 됩니다.
보통 포노출력이 다른 디지털 소스에 비해 낮다보니 레코드판을 들을 때면 항상 볼륨을 높히게 되는데,
그러다 다시 다른 소스를 들을 때 볼륨을 미리 낮춰놓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RV-8는 포노단의 게인을 조절하여 다른 소스들과 동일한 음량으로 들을 수 있어 그럴 일이 없습니다.
이런 기능은 좋은 포노앰프 성능과 함께 아나로그 매니아에게 RV-8이 좋은 선택이 되도록 합니다.
넒은 LCD창이 달린 리모콘은 RV-8의 다양한 기능을 쉽게 선택하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PAGE 버튼을 누르면 LCD창의 양 옆의 버튼들을 소스 뿐 아니라 음장모드도 선택할 수 있고,
기기 코드를 입력해두면 소스기기의 기능을 제어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CD, DVD 등의 기본 소스 이름도 원하는 대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소리를 들어보면 하이엔드는 이렇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멀티채널 AV리시버임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하이파이 앰프 못지 않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지나치게 꾸며진 듯한 일제 AV앰프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입니다.
스테레오 소스를 2채널 모드로 듣는 것도 좋지만
렉시콘 고유의 7.1채널 음장모드인 L7을 이용하여 멀티채널로 확장해서 들어보면
돌비 디지털이나 dts의 산만함 대신에 앞뒤로 확장된 차분한 무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RV-8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DAC 기능이 아닌가 합니다.
무손실 음원뿐 아니라 비트 레이트가 낮은 MP3 음원도 괜찮게 들려줍니다.
AV앰프, 프리앰프, 파워앰프, 포노앰프, DAC를 하나로 합치기 원한다면 RV-8이 최고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